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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2014년 나의 사자성어는 '死而不朽'

한유는 이런 말을 남겼다. "살아서 덕을 쌓지 못하면, 아무리 오래 살았다 한들 누가 그의 삶을 기억하겠는가? 죽더라도 썩지 않을 덕행을 남긴다면, 아무리 요절한다 한들 누가 그를 잊겠는가?"(生而不淑, 孰謂其壽? 死而不朽, 孰謂其夭)

전국시대 노나라의 대부 숙손표가 '死而不朽'에 대하여 남긴 말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 불후의 최상은 덕을 세우는 것이고, 다음은 공을 세우는 것이고, 다음은 말을 세우는 것(大上有立德, 其次有立功, 其次有立言)이다. 덕과 공과 말이 오랜 세월을 견뎌 사라지지 않을 때, 그것을 일러 불후라 한다."

시대가 흘렀지만 인생을 논하고 인간의 길을 탐구하는 가치관은 변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절대 가치를 전하는 고전의 깊은 맛을 흠모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시대가 어두울수록 고전의 향기는 더욱 빛을 발한다. 새벽 별은 어둠이 깊을수록 더 선명하다. 시대가 혼탁할수록, 잠들지 못하는 영혼들이 위로의 샘물을 찾아 고전을 찾아든다. 배부른 영혼은 잠을 즐긴다. 포만감이 주는 안도감과 행복감에 취한 영혼에게는 새벽 별을 찾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직업이 분화되고 전문화 되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직업들이 생멸을 거듭한다. 마치 생명체가 진화하고 멸종되듯. 그러나 인류 역사가 진화를 거듭하고 새로운 직업군이 생멸을 거듭한다해도 선생이라는 직업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교직은 불후의 직업군이 분명하다. 어쩌면 그것은 가장 인간다운 직업이기 때문이 아닐까? 때로는 대들고 기어오르며 상처를 주는 제자들이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인류 역사가 존재하는 한, 마지막까지 존재할 유일한 직업이 아닐까?

언제부턴가 선생도 노동자나 근로자의 대열에 끼기 시작했지만, 다른 직업군에 비해 높은 도덕성과 지행합일을 원하는 세간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같은 공무원 사회에서 똑 같은 잘못을 저질러도 유독 선생이라는 직업군에게는 엄정하고 무서운 잣대를 들이댄다. 그러니 교직에 몸담은 자는 사이불후(死而不朽)를 인생의 지침으로,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덕과 공과 말이 삼위일체로 내면화 되지 않고서는 지킬 수 없는 자리가 교직이다.

안정적인 직업이라서 교직을 택하거나, 방학이 좋아 보여서 택하거나 가르치기 쉬워서 교직을 택했다면 교직은 고행일 것이 분명하다. 교육은 '썩지 않을 그 무엇을'을 제자들에게 남겨야 하는 일이다. 어느 한 학생에게도, 어느 한 순간에도 '그 무엇'을 망각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직업이다. 스스로 덕과 공과 말이 제대로 서 있지 못한 사람이, 그를 보고 따르는 제자들에게 덕과 공, 말을 세울 수 없으니!

교단 경력이 30년을 넘었으나 자신감은 더 없어지고 돌아온 자리를 뒤돌아보며 덕과 공, 말이 후회되는 일이 나를 괴롭힌다. 그 세월이면 달인이 되고도 남을 시간인데, 거꾸로 가는 시계처럼 달인은커녕 초보 교사가 된 듯 새 학기가 될 때마다 두려움은 더 커 간다. 겨울방학이 한 자락 남았다. 새 학기를 준비하는 마음이 설렘보다 걱정이 앞서는 탓에 마음이 무겁다. 지난 해 내가 지은 덕과 공, 말들이 어디에서 제대로 싹 트고 있는지 걱정이다. 아니, 그 반대의 것들을 뿌리지는 않았는지 두려운 탓이다.

2014년 나의 화두는 '死而不朽'이다. 날마다 밤과 낮이 교차하듯, 내 인생의 시계도 날마다 생과 사가 교차된다는 의식을 순간마다 깨우칠 일이다. 금년에는 내 입에서 '나중에'나 '다음에'라는 말을 없애고 싶다. '바로 지금, 여기'를 순간마다 외치며 살기를 바란다. 나를 만나는 제자와 교직원 그리고 이웃 사람들과 그날이 마지막인 것처럼 비장하게 살 일이다. 그 길만이 '死而不朽' 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니! 2014년 썩지 않을 '그 무엇'(덕과 공, 말)을 죽비 삼아 선생이라는 이름 앞에 오명을 남기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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