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에 있는 갈산토기마을을 만나러 가는 길은 험난했다. 하필이면 겨울의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수요일 오후였기 때문이다. 훈훈하게 덥혀진 차에서 내리자마자 날카로운 칼바람이 피부를 파고들었다.
갈산토기는 홍성군 농업기술센터에서 향토문화로 집중 육성하는 기업이다. 홍성 갈산옹기촌이 형성된 것은 200여 년 전으로 추정된다. 한창 성황을 이뤘을 때에는 모두 일곱 곳의 공방이 있었으나 플라스틱붐이 일면서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해 지금은 갈산토기와 성촌토기 단 두 곳만 남아 있다.
옹기는 나뭇잎이 썩어서 만들어진 부엽토로 만든다. 따라서 옹기가 깨지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완벽한 그릇이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흔적없는 무공해 그릇인 셈이다. 청자나 백자와 달리 서민들의 일상생활에 사용되었던 옹기는 화려한 장식보다는 질박한 아름다움이 특징이다. 주변 어디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친근한 얼굴이다.
웰빙시대 붐이 일면서 옹기는 이제 플라스틱을 몰아내고 건강식기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옹기는 적당한 크기의 석영입자와 작은 입자들 사이에 미세한 틈이 형성되어 있어 물입자보다 작은 산소와 소금 등이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숨쉬는 그릇이다.
숨쉬는 그릇인 옹기는 된장, 간장, 김치, 젓갈 같은 발효 음식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필수품이다. 음식을 잘 숙성시키고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옹기그릇이 인기를 끄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렇듯 쓰임새가 많은 옹기촌이 홍성군 갈산면에 위치하게 된 것은 서민문화를 대표하는 내포문화의 중심지가 홍성인 까닭이다. 전통옹기 제작은 손에서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부엽토에서 공기를 빼는 작업을 시작으로 발물레 위에 밑판을 넓게 펴고 타렴부분을 돌려쌓고 수레와 도개, 안공구레, 방망이, 물가죽 등을 사용해 그릇벽을 골고로 두드리며 모양을 잡은 후 잿물을 입혀 가마에 넣고 굽는 작업을 통해 탄생된다.
몸통이 넓고 높이가 높은 대옹을 비롯하여 넓은 형태의 발형, 대접형, 장군 등은 전적으로 옹기장이의 손에서 결정된다. 주발, 식기를 비롯한 찻잔, 장독, 등갓 등 다양한 형태의 생활옹기는 실생활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용으로도 인기가 있어 다양한 형태로 무한 변신해 생산되고 있다.
홍성 갈산토기마을에서 사용해 온 가마는 도자기 가마와는 달리 경사진 곳에 길다란 통가마 모양을 취하고 있는 뺄불통가마로 가마칸의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는 형태이다. 따라서 홍성군은 갈산토기 향토핵심자원화 사업을 통해 갈산토기 고유의 브랜드개발, 상품화지원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
갈산토기는 앞으로 소비자들이 직접 옹기를 구워볼 수 있도록 체험학습장을 개설했으며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옹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구축하여 옹기문화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