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화단 양지에는 벌써 봄이 왔네요. 오리 주둥이 같은 파란 수선화 새싹이 서로의 얼굴을 부비며 기지개를 켜고 있어요. 딱딱하게 얼었던 대지를 뚫고 여리고 여린 얼굴을 내민 모습이 정말 대견하기만 합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검불을 걷어내고 화장지에 물을 조금 묻혀 세수를 시켰더니 상큼한 풀냄새가 은은하게 풍겼습니다. 세상에 어떤 향수가 이보다 더 상큼하고 가슴을 뛰게 할까요? 그러고 보니 수선화에게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진달래나무에도 밥풀만한 꽃봉오리가 맺혔네요. 아직 강추위가 완전히 물러간 것이 아닐 터인데 너무 성급하게 고개를 내민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새벽에는 아직도 늦겨울 추위가 보통이 아닐 것인데…. 걱정만 할 게 아니라 이따 저녁에는 따스한 이불이라도 덮어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