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새해를 맞이한 것 같은데 며칠 후면 달력 두 장을 찢어버리게 된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자연스럽게 새해 덕담을 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2014년에 접어들고 시간상으로 한 달이 지나 설 명절을 맞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올해는 ‘청마(靑馬)의 해’ 갑오년이라 하여 “힘찬 말의 기상을 받으라”는 덕담을 많이들 한다. 덕담은 주로 섣달 성탄절부터 설 이후까지 이뤄지는데 일 년 열두 달 중 한 달 이상 새해 덕담을 나누는 나라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덕담을 전하는 방법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 어릴 때에는 편지나 주로 카드를 이용했다.
크리스마스 캐롤송이 울려 퍼지면 문구점이 카드 사려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뤘고, 어른들께는 카드로 달랑 보내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겨 정성스레 마음을 담아 편지글을 쓰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연하장으로 대신하다가 핸드폰이 보급되면서 문자메시지로 전송했고, 스마트폰이 일반화 되면서 아름답고 멋진 동영상을 그림과 문자, 감미로운 음악까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해 보내게 됐다.
그러나 다인수를 대상으로 대량으로 살포해 같은 동영상을 받게 되면서 자기 것을 보내는 것인지 다른 사람 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인지 덕담이 퇴색돼 버렸다. 서로 친분이 있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서도 무차별적으로 대량살포를 하면서 오히려 새해 덕담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실정이다.
정보 유출 탓인지 지방선거를 앞두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무차별적으로 의례적인 덕담으로 연신 문자를 보내오는가 하면 심지어는 사행성 업자들도 상술로 활용을 하면서 덕담이 덕담의 몫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귀찮은 것이 돼버렸다. 또 도박업체에서는 어떻게 정보를 알았는지 시도 때도 없이 게임방에 들어오면 돈을 넣어주겠노라고 유혹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 덕담이 남이 잘 되기를 비는 것인지 아니면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야말로 아리송하기만 하다.
근래에는 일면식도 없는 곳에서 수시로 문자가 온다. 시중 대형 금융업체에서 정보가 유출이 됐다고 하더니 완전히 공개가 된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하다. 금융권에서 생활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조금만 대출을 받으려 해도 그렇게 까다롭게 정보에 대해 철저하게 하는 것처럼 하더니 어찌하여 그렇게 쉽게 정보가 유출이 됐는지 생각할수록 분하기만 하다. 또 금융업체에 회원으로 가입을 하려고 하면 누구나 절대로 정보가 누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밟았는데 너무도 어이없게도 고객 정보가 금융권 여러 곳에서 유출이 됐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고객 정보가 유출이 돼 은행에 저금한 돈이 어느 한 순간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간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억울하고 분한 일인가. 실제 일반 사행업자나 불법 도박업자에게 정보가 흘러들어가 시도 때도 없이 그들이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새해 덕담을 하며 서로 믿고 살아야할 사회가 상호 불신으로 불안한 생활을 조장하게 됐는데 정보를 유출한 금융권에서 이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고객 정보 유출로 문제가 된 카드사들은 “그동안 고객 정보 보호를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고객님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누가 이 같은 사과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