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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취업난으로 인한 대졸자의 전문대 편·재입자 급증

지난주 교육부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2014학년도 전문대학 입시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전국 137개 전문대의 평균 등록률은 97.9%로 지난해에 비해 0.3%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학년도 전문대 총 모집인원은 19만1634명으로 전년 대비 3.9%(7834명) 감소했다. 이와 같은 모집 정원 감축은 올해부터 교육부가 재정지원사업 평가에 각 대학의 구조개혁 계획을 반영하기로 하면서 전문대들이 자체적으로 모집 정원을 가축했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나라 137개 전문대 전체 평균 지원율은 7.7대 1로 전년도 7.5대 1에 비해 0.2포인트, 최근 5년전 6.4대1에 비해 1.3포인트 상승했다. 여전히 4년제 대학보다 전문대의 입시 경쟁률이 높은 것은 취업률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취업난, 병역 연기 등으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학으로 편·재입학하는 이른바 '유턴입학'도 꾸준히 늘고 있다. '유턴입학' 학생은 전국 116개 대학에서 4984명 지원해 1283명이 등록했다. 전년 대비 2.4% 늘어난 수치이다. 이는 2013학년도 대비 지원자는 184명(3.8%), 등록자는 30명(2.4%)이 증가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매년 1,000명 이상이 4년제 일반대를 졸업하고 다시 전문대로 재·편입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학년도 우리나라 전문대 입시에서 가장 선호도와 경쟁률이 높은 학과(부)는 실용음악학부로 185.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연기과(112.9대 1), 항공서비스과(59대 1), 문예창작과(38.8대 1), 간호과(32.3대 1), 유아교육과(30.2대 1), 사회복지과(27대 1), 보건행정과(25.6대 1) 등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뷰티미용 관련 학과, 호텔조리 관련 학과, 패션 디자인 관련 학과 등이 선호도와 경쟁률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 학과들은 한결 같이 졸업 후 취업에 유리하고 취업이 잘 되는 학과이다. 이른바 졸업하고 ‘밥줄’을 이을 수 있는 학과인 것이다. 이들 학과가 맞춤식 교육과정으로 운영됨에 따라 취업에 유리하고 타 학과에 비해 특정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높고 나아가 취업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의 전문대 재·편입자 급증 현상은 ‘취업’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정상적인 사회 시스템이 아니다. 바람직한 고등 교육의 체제도 절대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 체제와 고용 체제의 씁쓸한 불균형의 한 단면인 것이다. 특히 학교 교육, 특히 고등 교육이 인재를 양성하여 사회 경제 체제에 안정적으로 인력을 공급하는 정상적인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는 역행하는 흐름이다.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대로 다 같은 고등교육 기관이지만, 전문대와 4년제 대학은 교육 목적이 다르다. 전문대가 실용적, 실무적 인력 양성이 목적이라면, 4년제 대학은 심오한 학문 탐구가 목적인 것이다. 이와 같은 각기 다른 목적을 달성하면서 자연스럽게 졸업 후 전문대, 4년년제 대학 졸업생 모두가 전공과 희망에 따라 취업이 시스템이 곧 바람직한 양성, 임용(채용) 시스템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양성, 임용 시스템이 불균형을 이루고 불안정하다보니, 전문대 졸업자들의 4년제 대학 편입학,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의 전문대 유턴 재·편입학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절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전문대는 전문대 대로 고유한 교육 목적이 있고, 4년제 대학은 4년제 대학 대로 고유한 교육 목적이 있는 것이다. 대학이 그러한 교육 목적을 달성하면서 취업도 자연스럽게 되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시습한 것이다. 
 
더불어 최근 청년 백수, 88만원 세대, 삼포 세대 등으로 명명되는 취업난 등으로 4년제 대학의 경쟁률이 저하되고 문사철(文史哲) 등 기초기본적인 인문학 등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근래 교육부의 구조 개혁 조정, 재정 지원 사업 선정 등의 정책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이 이들 문학, 역사, 철학 관련 학과 등이다. 누가 뭐래도 문사철 등 인문학은 모든 학문의 기본이다. 나아가 인문학은 모든 학문, 교과를 떠받치는 주춧돌(定石)과 같은 구실을 하는 중요한 학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업 후 취업이 안 된다는 이유로 통폐합, 폐과, 구조조정의 제일 순위로 홀대받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현 대학의 서글픈 현실이다. 그 중심에 평가 척도, 기준인 졸업생 취업률이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어렵기는 하겠지만, 전문대와 4년제 대학이 고유한 교육 목적에 충실해도 취업 등 졸업 후의 장래가 보장되는 교육 시스템으로 바로 서도록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물론 일부는 개인적 사정과 희망에 따라 전문대 졸업자들이 4년제 대학에 편입하고,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이 전문대에 재·편입학할 수도 있다. 그것이 나쁜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러한 현상이 급증하고 있고, 그 근본적 이유가 교육과 취업 시스템의 불안정에서 연유한다면 숙고와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현재 뒤죽박죽인 고등 교육 시스템이 바로서고, 이와 같은 양성, 임용, 취업 등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신진대사가 이루어질 떼 우리나라 고등 교육의 비정상적인 모습이 정상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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