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시>
누가 너희들을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명복을 빌며
최일화
누가 너희들을 보냈니
아무도 너희들을 보내지 않았는데
누가 무엇이 너희들을 데리고 간 거니
하늘이 너희들을 데려갈 리 없는데
바다가 너희들을 멀리 데려갈 까닭이 없는데
저 사월의 꽃바람이 어찌 너희들을 데려 갔겠니
희망의 돛을 올려야 할 너희들의 바다가
어찌 너희들을 데리고 낯선 곳으로 갈 수 있겠니
무엇이 부모의 품에서 너희들을 빼앗아 간 것이니
무엇이 너희들의 등굣길을 막아서고
너희들의 교실에서 너희들을 내친 것이냐
꿈이 자라던 교정에 평화롭던 도시 한 가운데에
대한민국의 가슴 한 복판에 누가 휑한 구멍을 낸 것이냐
누가 국민들 가슴에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낸 것이냐
누가 온 세상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든 것이냐
날마다 사월은 무르익어
너희들이 달려야할 오월은 목전에 다가오는데
누가 너희들의 꿈을 너희들의 야망을
무럭무럭 자라나야할 너희들의 미래를 빼앗아 간 거니
우리나라가 이렇게 볼품없는 나라라니
피땀 흘려 수십 년 가꾸어놓은 나라가 이 모양이라니
모두 다른 일에 도취해 사방에서 무너지는 소리를 듣지 못했구나
여기저기 구멍 뚫리는 위태로운 상황에 대처하지 못했구나
너희들은 이 땅을 훌쩍 떠나 이제 어디로 간 거니
아빠도 엄마도 없는 그곳으로 누가 너희들을 데려간 거니
봄비가 내린다, 봄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어디로 가고 있니
언제라도 오려무나, 꿈에라도 와서 부모 품에 안기려무나
너희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너희들은 저승에서 이곳을 바라보고 있겠지
그 맑은 눈동자로 이 나라의 앞날을 오래 지켜보겠지
친구들 살아가는 모습 너희들도 다 지켜보고 있을 거야
선배들 졸업식에도 믿음직한 후배로 너희들 참석하고
후배들 입학식에도 너희들 의젓한 선배로 참석하겠지
그래, 그렇구나, 너희들도 자랑스러운 단원고등학교 학생이구나
2014.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