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속에서 난 올바른 세상이 보입니다. 누구나 평화롭고 정직하게 살 수 있는 곳, 언제나 영혼이 자유롭기를 꿈꿉니다. 저기 떠다니는 구름처럼 영혼 깊은 곳에 있는 인간애 가득한 곳! 환상 속에서 난 밝은 세상이 보입니다. 각자 어둠이 너무 어둡지 않기를 언제나 영혼이 자유롭기를 꿈꿉니다. 저기 떠다니는 구름처럼! 환상 속에서 따뜻한 바람이 붑니다. 마치 친구처럼 도시 안으로 불어오는 산들바람, 언제나 영혼이 자유롭기를 꿈꿉니다. 저기 떠다니는 구름처럼 영혼 깊은 곳에 있는 인간애 가득한 곳!’
이 글은 교황 방문 시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소프라노 조수미가 부른 ‘넬라 판타지아’ 노랫말을 우리말로 바꾼 내용이다. 이탈리아어로 된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는 ‘내 환상 속에서’라는 뜻이다. 이 노래는 1986년 개봉된 영화 미션(The Mission)의 주제곡으로 원제목은 ‘가브리엘즈 오보에(Gabriel's Oboe)’이다. 이 곡은 이탈리아의 작곡가 에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가 작곡하였으며 여기에 연주되는 악기 오보에는 중세유럽 교회에서 소리가 너무 매혹적으로 들려 신성함과 부딪힌다고 사용이 금지된 악기였다.
영화 개봉 후 이 곡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았고, 이후 사라 브라이트만이 가사를 붙여 ‘넬라 판다이지아’란 제목으로 1998년 그녀의 앨범 에던(Eden)에 수록되어 불렸다. 사라가 이 곡을 부르기까지 곡절도 많았다고 한다. 삼십 대의 사라 브라이트만이 이 연주곡을 듣고 칠십 세쯤 된 엔니오 모라꼬네에게 가사를 붙어 부르게 해달라고 청하였으나, 일언지하에 거절을 당한다. 하지만 사라는 두 달간 계속 매일 한 번씩 편지를 써 보내 허락을 받아낸다. 국내에서는 얼마 전 ‘남자의 자격’이란 드라마에서 합창곡으로 선정되어 귀에 익은 노래이다.
‘넬라 판타지아!’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모를 뭉클함과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충만함과 사랑이 풍겨 나옴을 느끼게 된다. 이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영화개봉 당시였다. 가브리엘 신부가 이구아수 폭포를 기어올라 과라니 족에게 둘러싸인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 연주되는 오보에의 선율은 과라니 족을 순화시키기 시작한다. 역경과 두려움 속에서도 진심으로 다가가고자 중간중간 사랑의 소통을 시작할 때마다 나오던 나무 오보에의 음악, 거대한 자연 속에 울리는 나무 피리의 소리는 사랑의 떨림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는 언어가 분명 소통을 위한 일인데도 음악이 언어 이상의 소통을 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런데 이 곡이 다시 마음을 파고든 것은 자신감, 믿음, 열정과 관련된 자료를 찾던 중 삼 년 전 모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한 고아 출신 스물두 살 청년 일용직 노동자 최성봉의 노래에서부터였다. 그 청년은 세 살 때 보육원에 들어가 구타를 못 이겨 다섯 살 때 보육원을 뛰쳐나와 계단 아래나 공중화장실에서 노숙하며 지하철 나이트클럽에서 껌을 팔아 십 년간을 하루살이처럼 생활하였고, 초중학교 졸업 자격도 검정고시로 취득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노래를 부르게 된 이유는 우연히 공연에서 들은 성악에 매료되어 혼자서 테이프를 듣고 연습을 거듭하며 꿈을 향해 열정을 키웠다고 한다. 최성봉의 넬라 판타지아 열창은 힘든 생활 중에서도 참사랑을 꿋꿋하게 실천하는 영화 미션의 두 주인공 가브리엘 신부와 노예 사냥꾼이며 동생을 죽이고 회개한 로드리고 신부의 신념에 대한 실천 행동을 기억하게 하였다.
영화의 제일 뭉클한 장면은 중심부에 시작된다. 과리니 족을 떠나라는 추기경과 포르투갈 왕의 명령을 거부하고 과리니 족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결심한 로드리고가 가브리엘 신부를 찾아와서 축복해달라고 한다. 이때 가브리엘 신부는 “아니오 그대가 옳다면 하나님이 축복할 거요. 그대가 틀린다면 내 축복은 의미가 없소. 무력이 옳다면 사랑은 설 자리가 없소. 틀림없이 그럴 거요. 그런 세상에서 난 살아갈 힘이 없소. 난 축복할 수 없소.” 그렇게 말하고 떠나는 로드리고를 불러서 그에게 가장 소중한 물품 중 하나인 십자가 목걸이를 건넨다. 이는 로드리고 신부의 싸움에 축복을 해줄 수는 없지만, 신의 이름으로 로드리고라는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영화의 결말은 슬프다. 무력을 앞세운 포르투갈 군대에 과라니 족의 보금자리는 불길에 휩싸이고 두 신부는 총에 쓰러진다. 그리고 살아남은 과리니 족의 아이들이 폭포의 더 높은 상류로 올라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살생을 막지 못한 추기경이 숨진 두 신부와 원주민들에 대한 독백으로 끝맺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신부 몇 명과 과라니 족 멸종으로 끝났고 저는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죽고 그들은 살았습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죽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영원히 산 자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넬라 판타지아! 그 잔잔한 울림 속에는 이 세상 누구든 품을 수 있는 무한한 사랑과 인내, 열정이 숨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