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담임으로서 아이들의 생활 습관을 길들이기 위한 차원에서 ‘3무(無=지각, 결석, 조퇴) 운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먼저 지각을 줄이기 위해 재적 인원 33명을 3그룹(11명씩)으로 나눠 한 달 동안 지각하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조에게 한 달간 청소당번을 면제해 주기로 하였다. 이 운동은 아이들 모두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각 그룹별 조장은 조원들이 자유롭게 선출하도록 하고 조장은 일찍 등교하여 정해진 시간 내 그룹의 출석을 보고하게 하였다. 한 달간 청소를 면제해 준다는 담임의 제안에 아이들은 찬성했고 좋아했다. 각 그룹은 조장을 중심으로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다양한 방법을 강구했다.
2주째가 지나도록 지각하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내심 이 운동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만에 하나 지각하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생기지 않을 경우, 청소를 누가해야 할지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3주째가 되자, 마침내 2그룹에서 각각 한 명의 아이가 지각하여 처음에 내건 혜택을 못 보게 되었다. 마지막 남은 한 그룹에 희망을 걸기로 하고 끝까지 지켜보기로 하였다. 마지막 4주째가 접어들자 일주일만 잘 버티면 청소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이들이 더 힘을 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4째 주 목요일 한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마지막 남은 그룹 중 한 아이가 체육시간 피구를 하던 중 다리가 부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그 그룹의 조장이 부리나케 달려와 긴박한 상황을 알려주었다. 많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었으나 걷는데 다소 불편함이 뒤따랐다.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지각생이 없던 그 그룹마저 자칫하면 한 아이 때문에 지각생이 생기게 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아침마다 버스로 등교했던 그 아이가 깁스를 하고 학교까지 올라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러 지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룹의 아이들은 고민을 많이 하는 눈치였다.
마지막 이틀을 남겨놓고 한 아이 때문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그 그룹의 조장은 조원들과 좋은 방법을 모색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요일별 2명씩 조를 짜 버스 정류장에서 그 친구를 기다렸다가 데리고 오는 것으로 하였다.
다소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아이들은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고 그 친구의 가방을 들어주고 부축해 주면서 학교까지 오는데 일조하였다. 아이들의 도움으로 그 친구는 생각보다 빨리 다리를 회복할 수 있었으며 3월 달 지각생이 없는 조로 선정되어 한 달 동안 청소당번을 면제받게 되었다.
이 운동이 끝난 뒤, 학급 아이들은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앞장 서 도와주었다. 무엇보다 지나친 입시 경쟁 때문에 ‘나 혼자만 잘 되면 된다.’라는 아이들의 사고방식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