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까지 주요 대기업의 하반기(7∼12월) 대졸 신입사원 공채 원서접수가 대부분 마무리된다. 4대 그룹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은 이미 지난주 원서접수를 마감했다. SK그룹도 22일 접수를 마감했다. 재계에서는 올 하반기 입사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600명을 뽑는 SK그룹 공채에는 5만여 명이 몰린 것으로 24일 최종 집계됐다.
2000명을 뽑는 LG그룹에는 12만 명이 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는 정확한 응시 인원을 공개하지 않지만 예년보다 경쟁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하반기 10만3000여 명이 몰린 삼성그룹 역시 역대 최다 지원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취업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공채는 사상 최고 수준의 취업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지금부터는 앞으로 펼쳐질 기업별 인·적성검사와 프레젠테이션(PT), 면접 등 ‘본게임’ 준비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류전형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다음 주부터 치러질 기업별 필기시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역사 관련 문항 확대다. 삼성, SK, LG, CJ 등 주요 그룹들은 모두 올 하반기 인·적성검사에 역사 관련 문항을 다수 포함시키겠다고 예고했다. GS그룹도 지난해까지는 일부 계열사 시험에만 한국사 문항을 반영했지만 올해는 전 계열사로 확대했다. 필기시험도 면접도 ‘역사’를 모르면 낭패를 볼 수가 있다.
이들 기업은 단편적인 역사 지식뿐 아니라 생각의 깊이를 요하는 역사 문항을 출제할 예정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전체 역사에서 특정 사건이 갖는 사회적 의미 등을 묻는 질문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인·적성검사에 역사 에세이를 도입한 현대차그룹은 올해도 관련 문항을 넣을 예정이라고 한다. 현대차의 과거 질문을 보면 ‘세계의 역사적 사건 중 가장 아쉬웠던 결정과 자신이라면 어떻게 바꿀지 기술하라’, ‘역사 속 인물의 발명품 중 자신이 생각하는 ‘공학도의 자질’과 연관 있는 발명품을 선택한 뒤 이유를 쓰라’ 등 유기적인 사고를 요하는 문제가 많았다.
올 하반기 채용의 또 다른 특징은 ‘인성’ 및 ‘인문학’에 대한 강조다. 특히 최근 내부 직원 비리 및 각종 횡령 사고가 잦았던 금융권 채용에서 이런 특징이 도드라진다. 우리은행은 최근 어학 성적과 금융 자격증란을 없애는 대신 가치관과 삶의 경험을 에세이로 작성하도록 했다. 직업윤리를 물어보는 문항도 넣었다. 국민은행은 지원자가 읽은 인문도서를 서류에 적어 내도록 해 면접 질문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사람과 대면할 일이 많은 서비스·유통업계 및 영업직군에서도 인성·인문학 평가는 중요한 화두다. 신세계는 올 하반기 채용 과정에 처음으로 인문학 테스트를 넣을 예정이다. 채용정보업체 잡코리아 관계자는 “이들 업종은 면접에서도 인성평가와 관련한 질문이 특히 많은 편”이라며 “사람 간에 발생한 문제에 대한 해결력과 상대에 대한 이해 및 공감력 평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