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교무실에서 하루 종일 생활하다보니 모든 교직원들이 가족이나 다름없다. 하긴 가족보다도 더 얼굴을 많이 보니 과장된 말은 아닐 것이다.
어제부터 한 선생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평소 활달하고 말씀도 많았는데 아침부터 얼굴이 잔뜩 굳어있다. 왜 저럴까? 나름대로 교재연구도 열심히 하고 학교생활도 성실히 하시는 분인데 도대체 무슨 근심걱정이 있어서 저런 얼굴을 하고 있을까.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원인은 교원평가 때문이었다. 어제 교원평가 결과가 나왔는데 학생평가에서 매우 안 좋게 나왔다고 했다. 결과가 너무 안 좋아 겨울방학 때 강제 연수에 가야한다고 했다. 자신은 정말 열심히 수업을 했고 학생들한테도 친절하게 대했는데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굳어 있는 한 선생님 얼굴을 보는 내 마음도 편치 않았다.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아서이다. 나도 학생들에게 밉보이면 언제든 강제 연수에 끌려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두려움이 엄습했다. 내가 만약 학생들한테 찍혀서 연수대상자가 됐다면 가족한데는? 아이들한테는? 그리고 동료교원들한테는? 과연 사실대로 말할 수 있을까. 그 치욕과 스트레스는 엄청날 것이다.
물론 나태하고 무능한 교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평가 결과를 거울삼아 더욱 분발하라고 이런 제도를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 때문에 일선 교사들은 자기 소신대로 아이들을 지도하지 못하고 아이들 눈치를 보며 잘못을 저질러도 그저 좋게 좋게 이야기해야 한다. 교사의 권위와 위엄은 땅에 떨어진 똥막대기가 되고 말았다. 학부모와 학생들도 교사들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국 학생, 학부모, 교사 누구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교원평가인 것 같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고 학생이 행복해져야 학력도 향상되는 것이 아닌가. 지금 대한민국은 또 학교는 과연 행복한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