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목) 오후 7시부터 순천연향도서관 강의실에서 김별아 초청 소설로 만난 역사속의 여성 이야기 강의가 있었다. 조선시대 과거 급제자 수를 보면 경상도에는 경학 중심의 생원이 많고 전라도에는 진사가 많은데 이러한 전통을 이은 소설가들이 전라도에는 많다. 2시간 동안 역사의 흐름을 짚어 가면서 신라에서 조선까지 사라진 여성 절반 가운데 이름을 남기 여인들의 이야기를 전개하였다.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국가적으로 현재 고 2는 역사를 필수로 배워야 한다. 역사 인식에 영향을 주는 것이 역사 드라마이다. 그러나 역사 드라마에는 잘 못된 정보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한 번 잘못 인식되면 고치기가 힘들다. 정조대왕의 이름은 이산이 아닌 이선이다. 그렇지만 이산으로 알고 있다.
역사 자체가 강자에 의하여 쓰여진 것이기에 약자 패자는 소외되었다. 역사에는 운명을 거스린 노예로 스파르타쿠스와 에픽테투스가 있다. 1989년 화랑세기 필사본이 발견되면서 역사학계에는 진짜, 가짜의 논란까지 벌어졌다. 이를 지켜모면서 작가는 미실을 찾아 탐험을 나선 것이다.
세종의 며느리였던 봉빈의 동성애 스캔들을 다룬 '채홍', 조선 초 간통죄로 참수형을 당한 유씨 부인의 이야기 '불의 꽃'에 이은 어우동은 숱한 남성과 스캔들을 일으키며 '성리학의 나라' 조선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요부의 이미지부터 떠올린다.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는 작가의 '조선 여성 3부작' 마지막 작품에 해당한다.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해냄 펴냄)에서 어우동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걷어내고 우리가 몰랐거나 외면한 어우동을 불러낸다.
작가는 "어우동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상징이자 뜨거운 낙인 중의 하나"라면서 "그녀를 쓰기 위해서는 해묵은 선입견에 맞서는 동시에 집요하게 행간을 읽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작가가 만난 어우동은 '상처받은 아이'였다. 사랑받은 적이 없어서 사랑할 줄 모르는 한없이 외로운 아이라는 것이다. 양반가에서 태어난 어우동은 종친(宗親)인 이동과 혼인했지만, 소박을 맞고 여러 남자와 관계를 맺어 결국에는 교형(絞刑·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런가 하면 그녀는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인물이었으며 위선의 조선 사회를 "엿 먹이는" 반항아이기도 했다. 또 왕족에서부터 노비에 이르기까지 신분과 지위를 가리지 않고 관계했다는 점에서 평등주의자였으며 시와 음악을 사랑하고 욕망에 솔직했던 탐미주의자이자 쾌락주의자였다는 것이 작가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늑대 같은 야성, 힘과 직관과 장난기와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사내들을 '사냥'한 어우동의 모험은 우리가 몰랐던 조선 여성의 또 다른 민낯을 드러낸다"면서 "그녀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고 고분고분하고 나긋나긋하게만 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