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20일이나 지났습니다. 우주 공간 어디에도, 지구상의 어느 공간에도 시간이라는 막대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인간들은 달력을 만들고 물리적으로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러고는 해가 바뀔 때마다 나이를 먹었다고 말합니다. 날마다 같은 날의 연속일 뿐인데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시간이란 인간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인데도 나이 먹거나 늙어간다고 한탄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시간에 관해 얽매이지 않는다는 인디언의 삶의 방식이 훨씬 더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50살은 산을 바라보는 나이라 일컫고, 60은 산으로 가는 나이라고 한다니 얼마나 심오한 생각인지 고개가 숙여집니다. 60살 까지 살았으면 살만큼 살았으니 내려놓을 준비를 하며 겸손해지라는,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미얀마의 올랑 사키아 부족도 나이를 거꾸로 센다고 합니다. 태어나면 60살이고, 한 해씩 지날 때마다 나이가 줄어서 60년이 지나면 0살이라고 한답니다. 0살보다 더 오래 살게 되면 덤이라고 다시 열 살을 더해 주고 거기서부터 한살씩 줄여갑니다.
의학을 비롯한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기대수명 백세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그렇다고 인간의 몸까지 노화를 멈추거나 늦추지 못한 채 장수 시대를 맞이하게 되어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입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노후 문제나 고독사를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나이를 먹고 오래 사는 것이 진정 행복한 일인지 생각해 봅니다.
호주 원주민 참사람부족은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생일 축하를 하거나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이를 먹는 거야 저절로 되는 것이니 개인의 노력이 들지 않는 거니까 그걸 매년 축하하는 게 이상하다는 겁니다. 그들은 나이 먹었다고 생일축하를 하지 않고 대신 '나아지는 걸' 축하한다고 하니, 요란하게 생일을 축하하거나 축하 받지 못하면 매우 섭섭해 하는 우리의 생일 문화가 부끄럽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하는 일 없이 나이만 먹는 것 같아 언제부턴지 생일이 오는 게 즐겁지 않은 이유를 깨닫습니다.
내 나이의 친구들 대부분이 퇴직을 했거나 제2의 직업을 찾아 고심하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산다는 것은 일하는 것이다'고 한 에디슨은 죽기 직전까지도 연구실의 책상 위에서 연구에 몰입했다고 합니다. 거의 일중독에 가까운 삶을 살다간 에디슨처럼 살 수는 없지만, 살아 있는 동안은 일을 즐기며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교직 35년째를 시작하는 2015년을 지혜롭게, 나이 먹은 선생답게 살기 위해 오직 책과 열애하며 지내는 겨울방학입니다. 나이 어린 후배 선생님들보다 훨씬 많은 봉급을 받으니 일도 더 많이 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생각하면 출구가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어떻게 하면 말은 줄이고 행함으로 선생다운 선생이 될 지 깊은 숨 몰아쉬며 마음의 연장을 다듬는 중입니다. 겨울방학은 1년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처럼 교실에 뿌릴 알곡들을 갈무리하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