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최악의 사고 세월호 침몰사고, 새해 들어 발생한 의정부 아파트 대형화재, 연일 이어지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가족 단위 살상 사고 등등. 새해가 되었지만 암울하고 슬픔 소식들은 넘쳐나는 현실이 마음 아픕니다. 남북이 대치하는 특별한 상황을 안고 있는 정치 현실, 극심한 실업, 빈곤의 대물림과 양극화, 불안한 노후 문제, 노사문제 등등. 피로사회, 위험사회, 분노사회의 모습들이 난무합니다. 그러니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낮을 수밖에 없고 불평등 사례는 도처에 넘쳐납니다.
국가의 거대자금이 불투명한 시책 남발로 세금 먹는 하마로 불랙홀이 된 사업들은 책임지는 사람조차 없는 국가재정 파탄의 실태가 연일 지면을 채웁니다. 폭증하는 가계부채는 경고등이 켜진지 여러 해입니다. 너나없이 학력사회를 향하여 돌진하며 대학으로 진군합니다. 졸업의 문을 나서도 취업의 문 앞에서 다시 좌절하고 절망하는 젊은이들은 '삼포세대'의 멍에를 짊어지고 고개를 떨굽니다.
이 모든 징조가 신호를 넘어 경고 수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땜질식으로 겉으로 드러난 상처에 일회용 반창고나 붙이는 정책으로는 불안한 사회를 넘어 위험사회를 예고합니다. 특히, 고위 공직자의 무사안일과 공평무사, 무책임과 도덕성 결여는 치명적입니다.
위기는 기회라고 합니다. 그것은 자성과 자각, 행동하는 양심이 수반될 때 찾아오는 행운입니다. 넘어진 곳에서 그 이유를 찾아 고치는 노력이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필요합니다. 규칙과 질서를 지키고 사람이라면 마땅히 해야할 기본에 충실한 300번의 실수를 예방하는 행동이 절실합니다.
나의 사소한 잘못이나 실수가 타인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기본에 충실한 삶의 태도가 중요해졌습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개인 생활과 사회 생활에 필요한 덕목을 강화시키는 인성 교육, 도덕 교육, 윤리 교육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진정한 학력은 착한 사람, 더불어 사는 학생이 먼저입니다. 시험 성적으로 한 줄을 세우는 교육으로는 우리 사회가 처한 다중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교육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인문학의 싹을 자르고 책도 읽지 않는 풍조는 생각 없는 학생을 양성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하인리히 법칙’ (300번의 신호, 29번의 경고, 1번의 재해)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 이미 비슷한 작은 사고들이 여러 번 발생한다는 법칙입니다. 작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조치를 취했다면 나중에 큰 재해로 이어지지 않았을 텐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정말 큰 사고가 터지고 마는 것입니다. 작은 징조가 있을 때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반복되면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1:29:300 법칙은 보험회사 직원이 발견했습니다. 1920년대 미국 여행보험사의 손실통제 부서에 근무하던 허버트 하인리히(Herbert W. Heinrich)는 산업재해 통계를 분석하다가 아주 흥미로운 통계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큰 재해가 한 번 있었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작은 사고가 29번 있었고, 또 운 좋게 사고는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 한 사건이 무려 300번이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1:29:300 법칙(하인리히 법칙)은 작은 샘플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75,000건의 사고 통계에서 도출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를 확률로 환산하면 작은 재해(minor injury)가 발생할 확률은 8.8%(=29/330)이고, 큰 재해(major injury)가 발생할 확률은 0.3% (=1/330)입니다. 그리고 재해까지는 아니지만 경미한 사고(no-injury accident)의 발생 확률은 훨씬 높아 90.9% (=300/330)나 됩니다.
허버트 하인리히는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1931년 『산업재해예방(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이라는 책을 발간하면서 산업안전에 대한 1:29:300 법칙을 주장하여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라고 부릅니다. 하인리히의 책은 1931년 초판 발간 이후 1941년, 1950년, 1969년에 이어 1980년에 5판까지 인쇄하면서 산업재해예방 분야의 고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인리히 법칙’은 어떤 상황에서든 문제되는 현상이나 오류를 초기에 신속히 발견하여 대처해야 하고, 또 초기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하면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합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예로 들면, 이 건물은 지어질 당시부터 문제가 많았습니다. 옥상에 76톤이나 되는 설비장치를 설치해 원래 설계하중의 4배를 초과했고, 마땅히 들어가야 할 철근이 무더기로 빠져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실시공과 허술한 관리로 천정에 금이 가거나 옥상 바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 등 숱한 징후들이 포착됐습니다. 바로 300의 잠재적 요소였습니다. 또 붕괴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에어컨의 진동으로 고객신고가 잦았고 벽의 곳곳에 균열이 생겨 붕괴 위험이 있다는 내부직원의 신고와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도 별다른 대책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29의 작은 사고였습니다. 결국 이런 무신경이 1천여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대형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천재지변이나 재해는 어쩔 수 없지만, 인재로 드러난 재난 앞에서 망연자실할 일들이 더 이상 없기를 빕니다. 폭력의 대물림, 가난의 대물림은 위험사회와 분노사회 불씨입니다. 가정에서 위로 받지 못한 아이들이 학교에서라도 보듬고 다독여 줄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길 빕니다. 2015년에는 따뜻한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빕니다. 그것은 교육이 가진 위대한 힘입니다. 푸른 꿈을 안고 벌떡 일어서서 달리기 잘하는 양처럼 생동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