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빠르게 스마트폰이 보급되었다. 2010년 5월부터 나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서부터 ‘나쁜’ 습관이 생겼다. 잠들기 전에 침대에서 꼭 스마트폰을 본다. 못다 읽은 뉴스를 챙겨 보거나 괜찮은 블로그를 접하게 되면 20∼30분은 후딱 지나간다. 얻은 건 나빠진 시력과 줄어든 수면시간이지만 그래도 아직 내가 중독 수준은 아니라고 위안한다. 서울의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일제히 스마트폰에 고개를 박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낯설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나보다 이것을 늦게 산 아내도 잠 자리에 들기 전에 스마트폰에 붙잡혀 있는 모습을 가끔 보곤 한다.
작년 12월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 39분이다. 2012년 3월 조사(91분)와 비교하면 2년 6개월여 만에 갑절 이상으로 급증했다. 스마트폰 중독의 위험을 알리는 기사도 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시간 도둑이 되고 있다. 공부를 잘 하고 못하고를 떠나 모두가 스마트폰에 몰입되고 있다. 한 학생은 스마트폰을 망설임 없이 사 두근대는 심장을 가라 앉히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니 이것이 바로 '신세계'였다고 고백한 것을 보았다. 그리고 왜 스마트폰이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중독이 다시 한 번 섬뜩해진 건 김영하의 산문집 ‘보다’를 읽고서다. 작가는 스마트폰을 ‘시간도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유행하는 ‘폰 스택’ 게임을 소개했다. 테이블에 모아둔 스마트폰에 먼저 손을 대는 사람이 밥값을 내는 게임이다. 언뜻 보면 스마트폰에 주의를 빼앗기지 말고 대화와 식사에 집중하자는 뜻인 것 같지만 파워게임의 면모가 있다고 작가는 꼬집었다.
더 오랜 시간 스마트폰에 무심할수록 힘이 강한 사람,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구직자나 직급이 낮은 직원, 그리고 거래처와 관계에서 ‘을’인 사람들은 중요한 전화를 받지 않으면 타격이 크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의존적일 수 밖에 없다. 약자들이 자발적으로 스마트폰에 자기 시간을 헌납하며 사용료를 내는 동안 가진 자들은 애플과 삼성의 주식을 사서 그 시간과 돈을 거둬들인다고 했다. 우리의 생활과 분리하기 어려운 위치를 차지한 스마트폰은 우리의 시간을 먹고 자란다.
부자와 빈자 모두 스마트폰에 시간을 빼앗기지만 양상은 빈자에게 좀 더 불리하다.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는 감수성이 발달한 부자들은 점점 스마트폰에 들이는 시간을 아까워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순간 어느 쪽에 서 있는가? 자기 전에 책을 읽는 것으로 시간 도둑을 맞지 않도록 시간관리가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