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세계 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은 158개국 이미 보도된 것처럼 한국은 47위였다. 중동을 제외하고 아시아 지역에선 싱가포르(24위), 태국(34위), 대만(38위), 일본(46위)에 이어 5위에 해당한다. 경제적으로는 순위가 높은데 정신적인 분야에는 왜 이렇게 순위가 떨어져 있는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10점 만점 척도인 행복지수는 사회보장 정도(30%)와 1인당 국민소득(26%)이 가장 큰 비중으로 반영된다. 다음으로는 건강기대수명(19%), 선택의 자유(13%), 관용 의식(7%), 부패 인식 정도(4%) 등이 계량화돼 합산된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과 건강기대수명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치를 뛰어넘는 평균수명(81세)은 현 수준의 행복지수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사회보장 정도와 부패인식 정도는 2013년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30∼40위권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뒤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총점에 반영되는 비율은 불과 4%에 그치지만 부패인식 정도의 성적표는 중하위권 수준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의 이면에 공무원과 업자의 결탁 같은 ‘부패’ 문제가 놓여 있었던 것과 무관치 않다고 판단된다.
전 정권과 야당 쪽을 겨냥한 사정 수사 또는 기업과 공무원 사회를 겨냥한 기강 잡기라는 정치적 노림수가 담겨 있었다고 하더라도 박근혜 정부의 집권 2기 이완구 내각이 ‘부패와의 전쟁’을 내걸고 나선 것은 이런 전체 맥락에서 볼 때는 크게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다고 본다. 하지만 이제 겨우 세월호 참사의 악몽을 벗어나는가 싶었더니,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로 ‘메모 리스트’가 불거지면서 ‘부패 충격’은 다시 우리 사회를 밑바닥까지 빠뜨리고 있다.
이제 자리에서 물러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진실을 이기는 것은 없다”며 검찰에 출두한 날, 김종필 전 총리는 기자들에게 “정치를 하려면 때로는 편의상 말도 바꿀 수 있지만 절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말 바꾸기와 거짓말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그렇지만 ‘무엇이 정의인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 정치권의 부패 사슬이 그 일단이나마 드러난 것은 오히려 잘된 일이다. 청와대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내 썩은 살은 놔두고 남의 뼈만 발라내자는 식의 정치적 득실에 따른 왜곡된 프레임만 들이대서는 해법이 없다. 돈을 뿌렸다는 분이 망자가 돼 있으니 검찰도 결코 쉬운 수사는 아닐 것이다.
정치의식면에서 국민대중이란 정계 은퇴 같은 큰 거짓말은 봐줄지라도 받은 돈 안 받았다든가, 혼외자식 모른다고 하는 거짓말은 용서하지 않을 정도로 성숙해 있다. 지금처럼 모든 거짓이 드러나는 시대는 없다. 부정부패 척결은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다. 이제 옆으로 돌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사건이다. 맑은 마음으로 정면만 바라보고 넘어서야만 하는 사건이다. 그 길만이 한국 국민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길임을 정치인들이 되새겨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