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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시대의 아픔을 공감하는 지도자의 덕목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정말 오묘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호기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일들이 너무 많다. 이 일들이 어떻게 진행되는가를 밝히기 위하여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렸으며, 지금도 쉬지 않고 그 일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세상 속에서 일정기간 살다가 사라져 가고 다음 세대에게 과업을 해결하도록 물려준다. 이 세대들이 해결하지 못한 유산 때문에 우리는 가슴 아플 때가 너무 많다.

이같은 세상 속에서 인간은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항상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어렸을 적에는 그저 내 자신 하나, 내 가족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인간의 삶인 줄 알았으나 철이 들면서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더욱 고민하게 된다. 인간이 가는 길 두 가지는 종교적 삶인가, 아니면 자신이 자신을 구원하는 삶인가 두 갈래 길에서 고민을 한다.

첫째인 종교적 삶은 구원자의 구원을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역사는 수많은 흔적들이 남아 있기에 찾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오늘도 이러한 삶은 바라는 사람들은 구원자를 중심으로 산다. 그 속에 생명과 평안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구원자를 믿기 전에는 예전에 미처 몰랐다면서 감격을 하고 살아간다.

두 번째인 자기가 자신을 구원하는 삶이다. 이것이 바로 철학적인 물음이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는 삶이다. 이 때 인생은 순간순간 자신과 마주하기시작한다. 이때 느끼는 것이 두려움이요, 불안이다. 홀로 있기를 두려워하는 현대인의 심리가 오늘날의 병폐다. 우울은 인간이 지닌 당연한 자신의 방어 기제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 우울은 곧 자신과 만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이 가을이 이를 더 제촉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그것은 다시 태어나는 생각의 시발점이다. 왜 태어났는지, 왜 사는지 모두 자기 자신을 향한 질문이다. 그 길은 미로와 같다.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 길이다. 중도에 길 찾기를 포기하는 순간, 자기 자신마저 부정하는 무서운 절망과 마주하게 된다. “아! 인생이 이것이구나!” 라면서 자신을 구원하는 힘이 스스로에게 있음을 깨닫는 순간 인생의 목적지를 향하여 나아갈 수 있다.

이 과정에 교육이 필요하다. 이처럼 교육은 곧 홀로서기를 깨닫게 하는 일이다. 길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안내하는 일이다. 복종과 순종을 강요하는 지시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조력자가 바로 부모님이며, 선생님, 사회의 어른이시다. 그 길을 보여준 사람이 바로 우리 주변에 많다. 찾기가 어려우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펼치면 나온다. 이 세상 살면서 나를 인도하여줄 사람을 아직도 만나지 못하였다면 열심히 찾아야 할 것이며, 그래도 사람이 없다면 책속에서 파 내는 노력을 해 보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바로 이 세상에서 위인이라고 평가 받는 사람들이다. 실행하여 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세상에 살아있는 사람을 만나려는 어느 정도 시간과 그 사람을 만나 배울 수 있는 예의가 필요하다. 그분은 가장 가까이 교실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들의 자녀에게 넌 어떤 선생님을 만나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느냐고 질문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없다면 찾도록 더 노력하여 보고, 그래도 찾기 어렵다면 그 사람을 찾을 때까지 도서관에 가기를 안내하여야 한다. 그 책 속에 길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은 특별히 이러한 만남을 갖기 위하여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홀로서기의 달인, 정약용이다. 이 아침 타임머신을 타고 책 속에서 그를 만났다.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하지 않는 시는 시가 아니다" 라고 단언하는 정약용의 시론은 글 쓰는 사람, 제자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향한 준엄한 죽비소리다. 그는 시대를 저주하는 대신 아파했다. 그러나 애통하는 자는 불의한 시대에 위로 받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 진가가 발휘되는 게 아닌가! “윤리가 있는 곳에 피맺힌 원수가 저기에 있어서 이에 앞뒤의 사실들을 참작하면서 경(經:책, 말씀, 독서) 에서 도를 찾았다.”고 한 정조 임금. 죽음의 고비를 넘을 때마다 정조 임금은 복수보다는 포용의 정치로 조선의 역사를 지켜냈다.  

사람으로는 이길 수 없는 사도세자의 피맺힌 죽음 앞에서 찾아낸 정조 임금의 해법은 바로 경(經)이었다.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친족과 신하들, 그리고 할아버지 영조 임금에 대한 깊은 회한을 이겨낸 힘은 바로 정조 임금의 학문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리고 힘없는 백성들을 향한 무한한 걱정이었다. 그 임금의 아픔을 알고 공감하는 진심과 열정, 깊은 학문으로 도운 정약용의 빼어난 선비 정신은 지금 이 시대에도 간절히 필요한 지도자의 덕목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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