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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학교 폭력 방임 교사의 법원 무죄 판결에 부쳐

  최근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 1부는 지난 2011년 11월에 발생한 서울 S중학교 2학년 여학생 투신 사건에 대해 교내 집단 따돌림을 방치했다는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당시 담임이었던 모 교사에 대해 무죄를 판결했다. 결국 모 교사는 직무유기를 하지 않았다는 2심 판결인 것이다. 형사항소부 판결은 2심으로 고법(항소심) 판결의 효력을 갖는다.

  이번 판결은 교사가 담임한 학생에 대한 교육과 지도의 책임은 크지만 학교폭력의 요인이 가정, 학교, 사회적, 정부 대책 등 다양한 요인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담임교사의 학생지도 등 직무범위에 대한 명확한 사법적 판결로 향후 교권보호의 가이드 라인을 결정한 판결로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의사를 입장을 밝혀 최종 대법원의 판결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판결은 학교와 교원의 교육적 역할과 책임범위가 넓어지는데도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한 지원책은 강구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학생지도에 대해 포괄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이 과도한 것임을 판단한 것이다. 아무리 담임 교사라고 해도 학생들 지도에 대한 직무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최근 학교폭력이 빈발하고 학부모들이 학교와 교원을 대상으로 한 민․형사상 소송이 급증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판결로 향후 이와 유사한 사례에 대한 판결로 향후 유사한 판결에 상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사료되고 있다.

이번 판결이 상고에서도 확정되면 학교 밖의 학생지도에 대한 문제까지 학교와 교원에게 무한책임을 묻는 관행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 사건은 2012년 6월, 검찰이 해당 담임교사가 정기전보에 의해 타 학교로 전출 갔음에도 직무유기를 입증하기 위해 학교 압수수색까지 감행했었으나, 담임교사가 가해학생을 불러 훈계하는 등 후속조치를 취한 이상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워 무혐의 처분했다가 학부모와 일부 시민단체 등의 항고로 재수사에 착수, 기소한 것부터가 무리였다. 

  이미 대법원(선고 96도2753)에서도 형법 제122조(직무유기)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직무에 관한 의식적인 방임 내지는 포기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공무원이 태만, 분망, 착각 등으로 인하여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나 형식적으로 또는 소홀히 직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성실한 직무수행을 못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직무유기죄는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선고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학교폭력을 방관한 사유로 교사를 법정에 세운 것은 섣부른 조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 폭력을 방관한 교사라는 이유 자체가 다분히 주관적인 것이다.

  물론 학교 교육을 전담하는 교원들이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책무상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학교폭력에 대한 사법적 처벌 대상이라는 인식이 확산 될 경우, 학부모에 의한 형사고소 사례 증가로 생활지도 위축과 교원의 사기저하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회적인식이 필요하다.

  사실 학교폭력의 경우, 어디까지가 폭력이고, 어디까지가 학생들 사이의 장난인지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 교사의 책무도 어디가지인지 그 한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학교 폭력은 처발, 처벌보다 예방이 최선책이다.

   현직 교사들은 학교 폭력 예방의 전문성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수년 전부터 교원 양성 대학의 교직 교과목에 ‘학교 폭력 예방 및 대책’이 신설돼 필수적으로 이수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학교 폭력과 교권 보호이다. 

  특히 학생들의 작은 다툼은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통제하고 가급적 교육적 차원에서 학교폭력 사건으로 비화하지 않고, 해결될 수 있도록 우리사회가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번 서울남부지법의 담임교사 직무유기 혐의 사건 무죄 판결이 담임 교사는 물론 모든 교원들의 교권 보호의 또 하나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앞뒤를 가리지 않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학생 다툼과 학교 폭력을 담임 교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 일반의 인식은 지나치게 과중한 것이다. 더구나 검찰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원들을 기소할 경우 신중하고,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이번 무죄 판결을 받은 교사의 경우도 대법에서 최종 무죄가 판결돼도 남는 것은 ‘상처뿐인 영광’이란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교원과 학교에 대한 기소권 남발은 절대 안 된다. 만약 검찰이 기소권을 남발하여 모든 학교와 교사들을 규제한다면 기소에 자유로운 교사가 있을 수 없다. 교사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일만 하는 한가로운 사람이 절대 아니다. 그 외는 수많은 일을 하며 격무에 시달리는 사람이 곧 교사들이고, 담임 교사들의 직무는 더 가중된다. 따라서 검찰은 함부로 우물에 돌을 던져서는 안 된다. 그 돌이 우물 안 개구리의 생사를 가름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학교 폭력 근절과 교권 보호를 위해서는 가정, 지역사회, 교원, 학부모, 교육 당국 등 교육공동체 구성원의 통합적이고 연대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누가 뭐래도 학생과 교원들을 함께 보호하기 위해서는 온 국민들의 배려와 보살핌이 레시피 특효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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