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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사람은 서로 다르다

사람은 서로 다르다. 성장과정도 그렇고 쌍둥이일지라도 생김새도 다르고 관심사도, 싫어하는 것도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불편해하고 미워하기도 한다. 다름으로 인해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며 서로 협력한다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직장에서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는데 한 사례를 보자. 김 부장은 박 상무와 함께 일할 땐 무척 즐거웠다. 꼼꼼한 김 부장의 성격을 박 상무가 높이 평가해줬고 그가 제출하는 제안서를 보며 항상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김 부장이 만든 자료는 꼼꼼해. 더 이상 필요한 게 없을 정도란 말이야. 하하하” 김 부장이 작성한 제안서에는 상관에게 보고해야 할 사항은 물론이고, 혹시라도 그가 더 궁금한 게 있을까봐 관련된 서류들을 정리하여 별첨자료에 첨부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박 상무가 회사를 떠나고 다른 부서를 관장하던 이 상무가 그 자리를 맡게 되었다. 김 부장은 새로 부임한 이상무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자 더욱 꼼꼼히 보고서를 만들었고, 부서 회의 때에도 자신의 업무를 열심히 브리핑을 했다. 그러나 이상무의 반응은 박 상무와는 달랐다. 김 부장이 설명할 때가 되면 박 상무는 이렇게 말했다.
 
“김 부장. 세부적인 것은 자네가 알아서 하고, 요점만 얘기해 줄 수 없나?” 그런 말을 하는 박상무의 표정은 초조해보였고, 어떤 때는 짜증을 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김 부장은 박상무의 지시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아마도 자신의 설명이 부족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하며 더욱 열심히 설명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느 날, 박 상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브리핑하는 김부장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김 부장. 다음부터는 자네 말고 이 과장이 보고하도록 하세요.”

똑 같은 말을 들어도 동키호테는 OK하는데 햄릿은 NO한다. 이유는 사람마다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구든 자기 식으로 본다. 풀과 꽃이 있다. 풀은 풀이고 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풀도 꽃이다. 꽃이 아닌 것이 없다. 문제는 세상을 보는 자신의 눈이다. MBTI 유형을 봐도 사실을 중요시 여기는 ‘S"유형과 직관과 상상력을 중시하는 "N"유형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확연히 다르다. 동키호테는 직관으로 핵심만 보고 신속하게 결정하는 타입이지만, 햄릿은 다양한 자료들을 분석하면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자 한다. 따라서 동키호테에게 보고할 때에는 요점만 간단히 설명하고, 그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으며, 햄릿에게는 보고서에 담긴 결론을 뒷받침해 줄만한 다양한 한 많은 자료를 제공해야 하며, 결정도 빨리 하라고 다그쳐선 안 된다. 동키호테는 결과를, 햄릿은 과정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이유는 사람의 기본 속성에 있다. 자신의 강점을 발휘해서 일이 제대로 안 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반대로 행동을 한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더욱 열심히 하려고 한다. 결국 문제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내 말이 믿기지 않으면 자신을 되돌아보라. 사람은 서로 다르다는 말을 실감나게 표현한 사람은 ‘피플스타일’의 저자인 데이비드 메릴박사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사람들은 ‘사고를 다르게 하고, 결정을 다르게 하고, 시간을 다르게 쓰며, 일하는 속도와 의사소통 방식도 다르다’고 한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도 다르며 감정조절도 다르게 하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절충하는 방식도 서로 다르다고 한다.
 
따라서 서로 간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면 좋은 관계형성은 물론이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렵고 의사소통도 잘 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심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내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경을 거슬리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하고, 협력하고, 함께 사는 이유는 ‘서로 다름’에 있는데도 그것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지 못해 일어나는 결과들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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