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교육청이 소위 ‘불법 찬조금 및 촌지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즉 학교 현장에 잔존해 있는 청렴 저해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공익제보센터(1588-0260) 확대 설치, 불법 찬조 및 촌지 수수에 제보에 대해 상근 시민감사관 특별 점검, 모바일 상품권 반환 요청 방법 공지, 공여자 처벌 등이 ‘불법 찬조금 및 촌지 근절대책’의 핵심이다.
이번 서울교육청의 ‘불법 찬조금 및 촌지 근절대책’은 현 교직 사회의 문화와 현실과 전면 배치되는 처사다. 탁상행정의 표본인 것이다. 현재 학교현장에서 촌지가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교원 스스로 촌지를 요구하지도, 받지도 않는 상황에서 매년 3월 신학기마다 되풀이 되는 촌지 근절대책 발표로 아직도 촌지가 상존하는 것처럼 사회 일반에 그릇된 인식을 줄 우려가 있는 전시 교육행정인 것이다.
이런 탁상행정은 학교현장이 아직도 불법찬조금과 촌지수수가 공공연히 받는 것으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줘 전체 교직사회를 잠재적 촌지 수수 집단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물론 원칙적으로 불법찬조금과 촌지는 학교 현장에서 사라져야 한다. 실제 교육 현장, 학교 현장에서 불법 찬조금, 촌지 등은 대체적으로 근절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행정 기관들이 해마다 학년 초, 학기 초, 5월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이벤트성 대책을 발표해 마치 학교현장이 불법찬조금과 촌지가 난무하는 집단으로 오도되는 부작용을 가져오고, 부정적인 인식을 조장해 오곤 한다. 이는 학교 현장을 부적절한 일탈 집단으로 왜곡, 오도하고 현장 교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정이다.
이번 대책의 보도자료에서 서울교육청이 밝혔듯이 최근 3년 동안 불법찬조금이나 촌지사건이 서울시 전체에서 2013년 10건, 2014년 8건, 2015년에는 6건에 불과함에도 학교 불법찬조금 및 촌지근절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행정의 잘못된 실적주의가 아닐 수 없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을 태울 우려도 없지 않다. 즉 이런 형식주의적 대책 말고도 불법 찬조금, 촌지 등을 근절할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특히 이번 서울교육청의 불법 찬조금, 촌지 근절 대책의 기관별 추진과제도 재고돼야 한다. 이를 기관별로 형편에 알맞게 추진하면 되지, 이를 학교별, 기고나별로 불법찬조금 및 촌지근절 대책 계획 수립, 학교 출입구와 교무실 등에 현수막 게시, 자체점검 체크리스트 작성 등 학교와 교원들의 자긍심과 명예, 사기를 저하시키는 행정 편의주의를 실행해서는 안 된다. 당장 서울교육청 관내 교원 외에도 전국적으로 교원들이 이 대책에 분개하는 이유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교원들이 법령의 위배나 도덕적 일탈 행위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에 따른 합당한 처분을 받아야 한다. 또한 불법 찬조금 징수 학교, 촌지 수수 교사 및 학부모에 대한 ‘쌍벌제’ 적용 또한 당연하다.하지만, 중요한 것은 불법 찬조금, 촌지를 근절하여 학교와 교원들을 징계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하여 우리 학교와 교직 사회, 교육 환경을 청렴하게 하고 나아가 한국 교육을 바로 세우고 청정(淸淨)한 교육을 지향하는데 본질적 목적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절대 안 된다.
서울시교육청이 깨끗한 공직·교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먼저 모범을 보일 것을 촉구한다. 서울시교육청의 ‘불법찬조금 및 촌지근절 대책’의 주무부서장인 감사관은 높은 도덕성으로 공직에 모범을 보여야 할 위치에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감사관은 음주 감사 등을 이유로 감사원으로부터 해임 요구를 받은 감사관이 청렴 및 공직기강을 바로잡고 감사를 한다는 것은 학교현장에서 볼 때 어불성설이다. 이야말로 ‘바담풍’ 고사와 다름 아니다.
결국 서울교육청의 ‘불법 찬조금 및 촌지 근절대책’은 총론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그 실행 방안이 학교와 교원들을 지탄받아야 할 집단, 사람으로 사전 단정하고 대책을 실행하는 듯한 오류 메시지를 사회 일반에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처사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교원 사기와 관련된 정책을 입안, 집행할 때에는 제반 여건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1년에 몇 건 이와 같은 일탈된 행동이 학교와 교원들에게서 발생한다고 하여 전 학교, 교원들에게 이와 같은 대책을 실행하다는 것은 선량한 학교, 교원들의 자긍심, 사기, 명예 등을 한 없이 실추, 저하시키는 그릇된 교육행정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서울교육청은 이번 대책 실행에 대한 단위 학교, 교원들의 자율적 실천에 맡겨야 한다. 학교와 교원들의 사기와 자긍심, 정체성을 높이는데 행정력을 경주해야 할 교육청이 그 반대로 탁상공론을 펼치는 것은 재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