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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죽음을 무릎쓰고 지켜 낸 약속

“머리카락도 손톱도 아니에요. 눈에라도 묻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2016년 2월 9일 영화 「히말라야」의 원작다큐멘터리 아! 아베레스트 휴먼원정대를 보며 눈시울을 적셨다. 다큐의 내용은 2004년 5월 18일 고인이 된 박무택과 장민이 히말라야의 초모롱마(에베레스트의 티베트 이름) 8850m 정상 등정에 성공하고 하산 도중 장민의 탈진과 박무택이 설맹(눈에 반사된 자외선으로 인한 각막염증)으로 조난을 하고 구조하러 갔던 백준호마저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1년 후 초모롱마의 8750m 빙벽 로프에 매달려 있는 박무택을 수습하기 위한 휴먼원정대가 꾸려져 시신을 수습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이 다큐가 보는 이의 가슴을 저미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이는 오직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 자연의 순리에만 따르는 순수하기에 더없는 아픔으로 맑음을 가져다주는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순리와 순수는 바로 약속과 본질에 대하여 돌아보게 한다.

우리의 마음에는 약속을 만들고 재는 저마다의 자를 가지고 있다. 자신과의 약속, 타인과의 약속, 신과의 약속 등 무수한 약속을 정하며 새로운 자신을 만들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약속이란 것은 이행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는 강제성이 없으니 실행에 더 멀어질 수 있다. 또한 자신과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면 손가락질할 사람은 없다. 단지 양심이 꺼림칙할 뿐이다. 그러면 타인과의 약속은 어떤가? 만약 그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면 법률적인 제재는 없다손 치더라도 가벼운 사람이란 주홍글씨가 상대방의 가슴에 평생 남아있을 것이다.

약속이행의 소중함. 죽음의 지대라는 초모롱마 8000m에서는 혼자 생존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꼭 데려오겠다는 그 약속을 지켜낸 휴먼원정대의 동료애는 눈물겹다 못해 숭고한 신의 모습 같다. 영겁보다 더 긴 하루를 살며 눈바람 벽에 매달린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생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희생, 사랑이란 동료애가 빛을 발한다.

해가 제일 먼저 떠는 곳. 세상 그 어느 곳보다 더 높은 초모롱마의 스노우 피라미드 아래에 돌무덤을 만들어준 원정대의 모습은 약속의 진실이 신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어 더 찬사를 받은 것이다.

그러면 이 찬사를 자아낸 휴먼원정대의 본질을 무엇일까? 이 사람들은 생과 사를 넘나드는 산악인이다. 특히, 엄홍길 대장의 경우는 박무택과 같이 히말라야 8000m 급 4좌를 등정하면서 동료애와 더불어 친형제 이상의 진한 정을 나눈 사이이다. 2000년 히말라야 칸첸충가 등정 시 엄홍길과 박무택은 정상부근에서 어둠과 악천후를 만나 텐트도 없이 얼음 바위벽 로프에 매달려 그네를 타다시피 비바크(텐트 없이 그대로 밖에서 밤을 지새우는 것)를 한다. 서로서로 5초, 7초 간격으로 졸면 죽는다고 이름을 부르며 영화 40도의 한계를 이겨내고 마침내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일출을 보며 등정에 성공한다,

이 사람들의 본질은 무엇인가? 죽음의 문턱 앞에서 본 세상의 욕심은 한 낱 먼지보다 못하다는 것이었다. 신의 범주에서 더 너른 가슴으로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본질이었다. 요즘처럼 출세욕, 명예욕, 금전욕, 권력의 욕구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오로지 대자연의 품에서 초모롱마의 여신이 품은 그 본질을 깨달은 것이다.

이 다큐를 보며 지금 내가, 우리가 처한 상황을 두드려 보자. 어떠한지 둘러보자. 봄의 기운에 새싹이 싹트는 것은 자연의 현상이며 본질 그 자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경쟁이란 말이 도배하고 있다. 타인을 밟고 이겨야 살 수 있다. 안면 있는 사람은 많지만 진정한 친구는 없다. 옆에 있는 사람이 바로 경쟁자라는 구도가 이웃, 학교, 사회, 국가, 세계 곳곳에 암으로 곪아 터지며 분출을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타인을 위하여 자신을 불태우는 고결한 숨결은 종말을 고할 것이고 인류 전체가 불행이라는 상복을 입어야 할 경우가 생길 것이다.

방송에서 보도되는 사건․사고, 내로라하는 위정자들도 권력과 야망을 위하여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모습, 정말 본질에 충실한 것인지 한 번 돌아봐야 할 일이다.

후배의 주검을 보며 생과 사의 맞은편에서 오열하는 엄홍길 대장의 모습, 가슴이 뭉클하다. 이게 바로 인간 본연의 모습과 약속을 보여주는 본질이다. 아직도 눈에 선하다. 눈 속에 파묻힌 아들 때문에 추운 겨울에도 이불을 덮지 못한다는 웃음이 사라진 박무택 어머니의 얼굴, 배냇저고리 챙기며 추위에 떨고 있을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며칠 밤낮을 새워 짠 스웨터를 건네며 시신을 찾거든 입혀달라는 장민의 어머니! 결국 찾지 못하고 쓰라린 마음을 초모롱마 베이스캠프에서 불에 태워 달래는 그 마음. 그것이 바로 이 사회의 빛과 소금이요 인간 본연의 모습 순수 그 자체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한다. 어떤 종교에서는 사람은 신의 모습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그 만큼 사람은 고귀하고 숭엄한 존재이다. 이렇게 사람으로서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심화하는 것은 약속과 본질에 충실한 자신을 가꾸는 것이라는 것을 휴먼원정대가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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