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재주가 아닌 기능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시나 소설이 아니라 논리적 글쓰기를 잘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문학적 글쓰기는 재능이 필요하지만 논리적 글쓰기는 노력으로 가능하다고 희망을 준다.
원하는 글을 잘 쓰기 위한 저자의 실천적 비법이 가득하다. 첫 문장을 시작하는 법부터 못난 글을 알아보는 법, 주제를 제대로 논증하는 법, 우리글을 바로 쓰는 법, 어휘력을 높이는 법,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고르는 기준과 전략적 도서 목록 등 기술적·실용적 정보가 알차게 담겨 있다.
또한 고전 작품부터 각종 신문 칼럼과 잡지 기사, 국무총리 담화문과 헌법재판소 결정문까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글을 예문으로 사용하여 잘 쓴 글과 못 쓴 글을 구체적으로 비교한다.
특히 예문을 과감히 평가하는 대목에서는 논객 시절에 보여주었던 저자의 날카로운 시각과 논리 정연한 분석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한다. 덕분에 독자들은 자칫 어렵고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글쓰기 원칙과 이론을 보다 흥미진진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잘 살아야 잘 쓸 수 있다뿐만 아니라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다양한 예문을 읽는 것만으로 글에 대한 안목을 체득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나갈 수 있다. 저자는 잘 살아야 잘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살면서 얻는 감정과 생각이 내면에 쌓여 넘쳐흐르면 저절로 글이 된다고. 그 감정과 생각이 공감을 얻을 경우 짧은 글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글쓰기는 축복이라고 말한다. 삶에서 우러나온 글을 써야 하며 온몸으로써야 공감을 얻고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조언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훌륭한 글은 뜻을 잘 전달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운 글이고, 글을 읽는 사람의 이성을 북돋우고 감정을 움직이게 글이다. 그러므로 훌륭한 글의 조건은, 뚜렷한 주제 의식, 의미 있는 정보, 명료한 논리, 적절한 어휘와 문장이라고 압축해서 설명해준다.
글쓰기의 기본은 좋은 책 읽기임은 누구나 아는 정석이다. 저자 역시 전략적 독서를 즐기라고 말한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독서광이 되라고. 그리고 첫 문장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단문으로 내지르라고 반복해서 조언한다. 마치 자동차 운전 연습을 하듯 날마다 한 문장이라도 쓰는 훈련으로 글쓰기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논증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려면 무엇보다 생각을 바르고 정확하게 하는 훈련으로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게 써야 독자의 공감을 얻을 것, 주제에 집중하는 글을 쓸 것, 텍스트 요약 훈련을 할 것,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니 말하듯이 써야 한다고 친절하게 안내한다. 말이 글보다 먼저라고 주장한 이오덕의 <우리글 바로쓰기>를 추천해준다.
그 밖에도 전략적 독서를 위해 『자유론』, 『코스모스』를 비롯해 동서양의 인문 필독 도서를 추천한다. <토지>를 여러 번 읽으며 감성적 언어에 매료되었고, 『코스모스』를 읽으며 자신의 정체성에 확신을 가졌다고 말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픽션보다는 논픽션 계통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당장 저자가 권한 소설 책 몇 권 사들였다. 글쓰기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들어야 좋은 글을 쓰는 제자가 될 것 같아서였다.
사람이 곧 글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논객으로 나와서 펼치는 주장이 그의 삶과 어긋남이 없는 작가라서 좋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가 낸 책들은 거의 다 가지고 있다. 이 책도 작년에 출간 즉시 사들여 일독을 마친 책이다. 그 때는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고 평이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읽으니 그 때는 보이지 않던 알곡들이 숨어 있었다.
아마도 선생님들과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강의를 맡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절실한 필요는 절대적 관심을 가져와서 돋보기를 들고 찾게 되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하고 싶어 하면서도 시작하기 어려워하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분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도록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겸손하게 다가선 책이라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무엇보다 그가 살아온 삶의 여정이 글 속에 그대로 투영되어 사람과 삶과 글이 삼위일체로 같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말은 그럴 듯한데 자신의 삶은 딴판인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가! 분노할 줄 모르는 작가가 얼마나 많은가!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모름지기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의에 맞서는 글, 억울한 사람들을 대변해 주는 글로 세상의 수레바퀴가 바르게 굴러 가도록 물길을 잡아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람과 삶과 글이 같아서 독자를 감동시키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글을 쓸 수 있는 날까지 짝사랑을 거듭하고 싶다. 그리하여 삶이 곧 예술이 되는 그날에 이르는 길에 동반자 삼고 싶은 책이 분명하다. 그는 사람의 향기가 무엇인지 글로 보여주는 작가다. 사는 만큼 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가라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