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된 일인지 MBC만 지난 해에 이어 편성이 없었을 뿐 2016 추석특선 TV영화들이 예년처럼 즐비했다. 지상파 방송에 국한해보면 외화보다 한국영화들이 월등히 많았다. 부쩍 성장한 한국영화의 위상이 가늠되는 현상이라 괜히 우쭐해지기까지 한다. 어쨌거나 극장 등에서 제때 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골라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을 법하다.
2016 TV추석특선 영화의 특징중 하나는 2015년 개봉작들이 많다는 점이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뷰티 인사이드’⋅‘암살’(이상 SBS), ‘극비수사’⋅‘대호’⋅‘내부자들: 디 오리지널’⋅‘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이상 KBS) 등이다. 그밖에 ‘도리화가’(tvN) 등도 있다.
‘뷰티 인사이드’⋅‘암살’ 덕분에 주말극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의 경우 올림픽 기간에 이어 다시 결방되기도 했지만, 여기서 만나보려는 영화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이다. 다른 영화들은 이미 극장에서 봤거나 이런저런 사정이 맞지 않아서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감독 정기훈, 이하 ‘열정’)는 ‘도리화가’와 함께 2015년 11월 25일 개봉했다. 각각 ‘국민 여동생’과 ‘국민 첫사랑’으로 불리는 두 여배우(박보영과 수지) 출연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두 편 공히 흥행과 거리가 먼 영화로 기록되었다. ‘열정’의 경우 65만 4102명이 극장을 찾았을 뿐이다. TV영화가 극장영화와 다른 점은 여러 가지다. 먼저 브라운관과 스크린의 크기 차이다. 대체로 15세 관람가까지는 편집할게 없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래도 욕설이나 흡연 장면 모자이크 처리 등은 TV영화 시청자가 감당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이 맞는 것이라고나 할까.
사실 ‘열정’의 100만도 안 되는 관객은 좀 의아하다. 이른바 열정페이에 대한 신랄한 민낯 드러내기여서다. 중⋅장년층이 증가했다곤 하지만, 그래도 영화 관객의 주류는 20대, 바로 열정페이에 노출되어 있는 20대 청춘들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신문방송학과 출신 도라희(박보영)는 간신히 스포츠 동명 연예부 기자가 된다. 수습을 거쳐 정기자가 되지만, 진상 부장 하재관(정재영)에게 상습적으로 윽박지름을 당하면서 얻은 성과이다. 정기자로서의 도라희는, 그러나 정의와 진실이라는 행동 강령 내지 기본 윤리의식과 맞닥뜨린다.
이것이 흥행에서의 패착이 아닐까 한다. 열정페이에 고통받는 사회 초년생은 어디 가고 연예기획사와 스타간, 연예기획사와 신문사간 커넥션에 얽힌 비리사슬 고발자로 우뚝 서게 되어서다. 도라희의 장대표(진경) 고발과 톱스타 우지한(윤균상) 성폭행 누명 벗게하기는 기자로서 응당 옳은 일이고 잘한 행동이지만, 일반 관객이 쫑긋하며 관심을 가질 팩트는 아니란 얘기이다.
물론 제목과 애써 연관짓지 않는다면 언론사 내부의 작업 환경이나 광고주 압력 등은 흥미를 줄 만하다. 하재관의 막무가내 특종 타령이나 그 와중에 죽어나가는 부하 기자를 각각 연기한 정재영과 박보영의 앙상블이 간간이 웃음을 터지게도 한다. 특히 박보영의 ‘초짜’ 연기가 그렇다.
열정페이의 젊은이들 현실과 비리를 다루면서도 영화가 전반적으로 밝게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애자’(2009년), ‘반창꼬’(2012년)에 이은 정기훈 감독의 ‘열정’은 상당히 밝은 영화이다. 도중하차하는 신입기자에 경력기자까지, 김밥 한 줄 먹을 짬도 없는 취재 등이 펼쳐지는데도 본분을 다하는 도라희 때문 그런지도 모를 일이다. 새내기 교사들에게 볼 것을 권하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