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학교생활에서 무엇이 제일 두렵습니까? 당신의 교육활동 및 근무 상황 전반을 지도 감독하는 학교장입니까? 근무평정을 좋게 맞고 싶거나, 교원 성과급을 잘 받으려면 교장 눈치를 알게 모르게 봐야 한다고요?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학교장이 자신이 가진 권한을 이용하여 선생님들을 압박한다거나 통제의 수단으로 삼는 경우란 있지도 않을뿐더러 있어서도 안 되지요. 어느 학교에 근무하시건 간에 선생님께서 사랑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주고 학교와 교육발전을 위해 헌신해 주신다면 학교장으로부터 날마다 칭찬과 격려를 받아도 부족할 터인데 두려워할 이유가 뭐 있겠습니까.
교장이 두렵지 않다면, 다음으로 선생님은 무엇이 또 두렵습니까? 분별없는 자식사랑에 눈이 멀어서 금이야 옥이야 키우다보니 버릇없게 자란 자기 자식을 왕처럼 떠받들지 않았다 해서 학교로 찾아와 선생님의 멱살잡이까지 마다하지 않는 학부모입니까? 그래요. 그런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하고 뉴스에서 그런 소식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지요. 하지만 이 땅에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부모 되어 제 자식을 직접 가르치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제 자식 바른 사람으로 키워주는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감사해 하는 학부모가 더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 교육은 아직 희망이 있다 말할 수 있는 것이고요.
선생님들의 학교생활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어찌된 일인지 우리 선생님들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에는 외려 더 두려움을 느끼고, 진정으로 두려움을 느낌으로써 마음의 자극으로 삼아나가야 할 것에는 애써 무관심하고 백안시하는 잘못된 태도 때문에 학교와 교육이 지금 같은 상황에 이른 것은 아닌지 생각될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가장 두려워해야 할 존재는 교장도 아니고 학부모도 아닌, 우리가 날마다 교실에서 마주하며 가르치는 학생들일 것입니다. 좋은 선생님은 아이들이 제일 먼저 안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요. 공부를 조금 못하고 철없어 보이는 아이들마저도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는 가슴으로 느끼며 알아챈다고 생각하면 아이들이 두렵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기에 빠진 우리 교육이 다시 사는 길은 하나라고 믿습니다. 아이들 하나하나를 우리 선생님들이 한없이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대하는 것, 그래서 그들을 각기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일, 자신에게서 어떤 교육을 받고 자라느냐에 따라 그들의 인생 성패가 갈린다는 생각으로 교육자로서의 무한책임을 자각하고 가르치는 일에 열정을 쏟아 가는 일이야말로 교육을 살리는 으뜸 중의 으뜸 지름길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