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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을 찾아서] 영상산업의 미래는 우리가 책임진다 -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는 영상분야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특성화고등학교다. 영상분야에 소질과 적성이 남다르고, 능력이 우수한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여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전문인력으로 육성한다는 것이 교육목표다. 올해로 개교 3년째인 이 학교는 올 입시에서 9.12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교장·박경삼, 이하 애니고)를 들어서면서부터 여느 학교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특이함이 느껴졌다. 다양한 원색으로 꾸민 학교 건물, 그 앞을 지키고(?) 있는 둘리를 비롯한 만화 주인공들. 마치 만화 속 왕국에 들어가고 있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학교 건물 내부를 들어서니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학교상징 캐릭터인 ‘가라미’와 ‘바라미’. “가라미는 강의 옛 이름을, 바라미는 비와 구름을 만드는 바람을 뜻한다”고 학생부장 조창애 교사는 말했다.
2학년 학생들의 작품으로 영상인재를 기르는 초석이 되자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학생들이 그린 교사들의 캐릭터화

 교무실까지 가는 곳곳에서 만화캐릭터, 카툰, 일러스트, 광고포스터 등 다양한 종류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교무실 앞의 게시판에서는 이 학교 모든 선생님들과 만남을 가졌다. 물론 캐릭터화를 통해서다. “벽에 걸려 있는 모든 작품은 우리들이 그린 것이에요.”우연히 마주친 애니메이션과 2학년 박솔(18)이의 자랑이다. 솔이는 이 학교가 개교한 2000년에 입학했다. 디즈니가 세운 미국의 카라츠
애니메이션 학교에 유학해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는 것이 꿈인 솔이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 자신이 평소 꿈꾸던 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학교라고 확신했어요. 일반 학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첨단 시설을 이용한 실습 위주의 수업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그 점에 대해서는 우리 학교 학생 대다수가 똑같이 생각할 거예요.”

산학교사제·팀티칭으로 전문성 강화

 애니고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일반학교와는 차별화를 선언한다. 먼저 소인수 학급운영이다. 만화창작과, 애니메이션과, 영상연출과, 컴퓨터게임과 등 4개 과가 있는 이 학교의 총학생수는 300여 명. 한 학년에 100명, 한 학급에는 25명씩인 셈이다. 수업은 철저히 학생 중심, 실기 중심으로 이뤄진다. 5∼7명씩으로 이뤄지는 능력별 소집단 토론식 수업과, 하나의 작품을 목표로 설정하고 제작해가면서 이론과 실기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프로젝트 학습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키우는 데 그만이다. 특히 학생 개개인에게는 약 2평씩의 개인 작업공간인 작화실이 주어진다. 7층짜리 본관 건물 3, 4, 5층에 자리하고 있는 작화실에는 네트워크가 설치되어 있는 개인별 컴퓨터와 작업대, 서가 등이 갖춰져 있다.
 또 교수진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산학겸임교사제’를 실시하고 있다. 산학겸임교사는 교육내용과 시설 기자재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로 직업현장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던 인력들이다. 이러한 교수진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교수활동이 팀티칭 교수법. “영상작업의 성격이 각기 특기를 가진 사람의 공동 노력이 전제돼야 합니다. 따라서 하나의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총체적으로 경험하기 위해서는 1개의 과목을 각 과정별로 전문성을 갖춘 여러 명의 교수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죠.” 권영택 교감은 팀티칭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애니고 안에는 인터넷 방송사와 캐릭터 개발회사도 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회사는 물론 아니다. 학생들에게 현장감있는 교육을 하기 위한 산학협력업체다.
 애니고가 무엇보다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학교 시설이다. 이 학교의 각종 첨단 시설은 웬만한 4년제 대학에서조차 구경할 수 없는 고가품들이다. 3D 애니메이션 제작을 할 수 있는 SGI사 컴퓨터 등 최신 컴퓨터 시스템은 관련학문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부러워 할 정도다. 특히 영상연출과 학생들의 실습실인 스튜디오 시설과 부조정실은 8억여 원이 투자됐다. “일반 방송국에서와 비슷한 수준의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을 정도”라고 2학년 정신애 양은 자랑한다. 이 외에 애니메이션 제작에 필요한 시설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설이 일반 업체에서도 탐낼 정도로 최신의 것이다.
[PAGE BREAK]국내 최초로 학교장 초빙제 실시

 특성화 고등학교로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은 학교장 초빙제에서도 엿볼 수 있다. 초대 교장부터 초빙제로 영입했다. 물론 전국 공립고 최초의 시도였다. 초빙교장의 조건으로는 *만화 등 관련 분야의 전문성과 식견 풍부 *국내외 업계와의 교육추진능력 *시설 유지와 관리에 필요한 재원 조달능력과 효율적 예산 투자를 위한 전문성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학생들의 실력도 이미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부천에서 열린 PISAF 2001 만화애니메이션대회에서는 카툰 부문의 대상과 은상, 동상을 휩쓸었으며,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금상, 캐릭터 부문에서 은상 등 21명이 수상했다. 그 외에 1년에 10여 차례 열리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각종 실기대회에서 이 학교 학생들은 단골 수상자로 통한다.

“대학입학 기회 확대 필요”

 지난해 11월 5일∼7일에는 2002학년도 입학 실기시험이 있었다. 이날 시험장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입시생들로 붐볐다. 100명의 신입생을 모집하는데 912명이 지원해 9.12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25명을 모집하는 만화창작과의 경우 534명이 지원해 19.07 대 1이라는 경이적인 경쟁률을 보였다. 설립 3년째에 불과하지만 이제는 영상관련 직업인이 되고자 하는 전국 중학생들의 희망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화려한 현실 못지 않게 학교가 안고 있는 과제도 적지 않다. 먼저 학생들의 장래 진로 문제이다.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진로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진로문제는 10%의 학생들이 중도 탈락하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련업계 취업은 11.2%에 그쳤다. 나머지 88%가 진학이나 유학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입시제도는 특성화고교 졸업생들에게 불리한 점이 많은 게 사실. “학생들이 대학입시에 얽매이지 않고 학습에 열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졸업 후 대학의 관련 학과에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 실기고사 또는 특별전형을 통해 입학할 수 있도록 대입 전형제도를 다양화·특성화해야 합니다.” 연구부장인 서예식 교사는 말한다.
 이외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이 보다 넓게 부여되야 하고 *3년으로 고정되어 있는 수업연한을 1∼5년으로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재정지원 *산학겸임교사제의 보완을 통한 교원들의 사기 진작 등이 과제로 떠올랐다.
 하남시는 팔당댐에서 서울 방향으로 한강이 흐르며, 반대편으로 검단산과 남한산이 에워싸고 있는 땅이 기름지고 기후가 좋은 도시이다. 때문에 백제의 시조인 온조가 이곳을 도읍으로 정하고 백제왕조를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2천여 년이 지난 이곳에서 애니고가 우리 나라 미래영상산업을 선도할 전문인 양성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고 있다. 그 역사가 애니메이션처럼 화려하게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강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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