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에 있는 능곡초는 도심의 어린이들을 위해 교내에 생태학습장을 조성했으며, 광주 서일초는 자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경주 양동초는 어려운 교육여건을 지역사회 주민과 교직원이 함께 극복, '가고싶은 학교'를 만들었다. 다음에 소개하는 세 학교 모두 아름다운 학교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아름다운 변화를 가져왔다.<편집자>
이영일 | 경기 고양 능곡초 교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토당동에 자리잡고 있는 능곡초등학교(교장 김석희)는 생태학습장이 체험을 통하여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꿈나무 벼사랑 농장에서는 볍씨 뿌리기에서부터 수확 그리고 농산물의 이용에 이르는 전과정을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옛날에 쓰던 그네와 발틀을 이용하여 수확 한 쌀로 5학년 8학급이 떡을 해 먹고 볏짚의 다양한 이용학습도 하고 있다. 그 외 농촌체험학습은 상추와 쑥갓 가꾸기, 고구마와 땅콩 가꾸기가 이루어지는데 도시학교 특성상 상자를 이용하여 학년수준에 맞게 전교생이 참여하고 있다.
넓은 학교옥외환경 전체가 테마별 생물관찰 학습원으로 마련되어 있다. 토끼사육장, 곤충사육장, 곡식 및 특용작물원, 채소원, 수생생물원, 덩굴식물원, 화훼원, 생명의 학교 숲, 한국의 야생화원, 잡초원, 열대식물원, 이끼관찰원, 나라꽃 무궁화동산, 퇴비원 등에 480여종의 생물이 사육·재배되고 있다. 학교 옥외 환경을 생명관련학습장으로 꾸민 까닭은 산업화로 도시화된 주변환경에서 어린이들에게 교육과정의 원활한 운영을 돕고 자연의 변화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자 함에 있다. 또 자연과의 만남을 통해 어린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한국의 야생화원과 잡초원은 유휴공간으로 있던 150여평의 정화조 위를 이용하여, 3년에 걸쳐 전국 산야에서 수집한 200여종의 토종 우리 꽃이 연중 피고 지는 학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야생화의 이름표는 식물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컬러사진과 함께 자세한 생육안내를 하고 있어 어린이들이 친밀감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수생생물원도 어린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즐겁게 학습하는 곳이다. 수생식물 재배를 통하여 물고기와 수서곤충의 산란장과 피신처로 산소 공급 기능과 오염된 물의 정화기능을 학습할 수 있다. 또한 청정지역에서 물고기와 수서곤충의 산란시기인 매년 5월중 수초를 채취하여 기르면서 이 수초에 붙어있던 알이 부화되어 어린 물고기와 물 속 곤충의 자람을 관찰할 수 있는 의도적인 학습프로그램이 있다.
학교정원은 환경친화적으로 관리되어 생명의 숲이 되어 있다. 제초제 사용억제로 학교정원 전체가 한국의 야생화가 틈새에 조성되어 있어 자연의 아름다운 변화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살충제 사용억제로 벼메뚜기, 방앗개비, 부전나비, 개미, 사마귀, 지렁이, 개구리 등이 어린이와 친근한 친구가 되어 만날 수 있다. 학교의 특수지환경도 우리 야생초의 특성을 이용하여 아름답게 활용되고 있다. 덩굴식물원에서는 높이 6m에 이르는 원추형 큰 탑 모양 철 울타리에 덕을 만들어서, 4층에서 끈을 내려 덩굴식물을 기르고 있다. 여기에서 생산된 조롱박을 수확하여 자르고, 삶고, 말려서 미술시간 박공예 학습재료로 이용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 한 교육활동들이 돋보인다. 60여컷에 360m에 이르는 한국전통문화의 미를 살려 꾸민 벽화, 희망에 따라 제작한 20여점의 장승공원, 작품전시회를 통하여 꾸민 미술관 같은 복도환경, 조류관, 해양관, 우주관, 민속관 등의 다양한 체험학습관이 마련되어 있다.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여 과학적 탐구심과 창의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학교, 땀을 통하여 노동의 가치와 올바른 인격을 기르는 학교, 공원화 모델학교로 지역사회에 개방되어 평생학습의 장소로 활용되는 학교가 바로 능곡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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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모험 체험…신나는 경험
박철신 | 광주 서일초 교사 아 아아-아아아아아 --- !
밀림의 왕 타잔이 등장할 때 듣던 소리이다. 어릴 적 아이들이면 누구나 한번쯤 타잔이 되어 숲 속에서 모험을 펼치며 살아보고 싶어했을 것이다. 하지만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는 머나먼 전설 속의 이야기와 같고 그 어떤 흉내라도 내 볼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일들이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자연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이런 비슷한 경험들을 하찮게(?) 여기겠지만 체험이 부족한 도심 속의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모든 일들이 정말 생소한 것이다.
더구나 우리 교육은 ‘가르치는 교육’에서 ‘스스로 찾아 배우는 교육’으로 크게 전환되고 있으며 보다 높은 창의력과 도덕적 품성을 갖춘 전인교육의 실천을 위해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신장’과 ‘체험활동 중심의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체험학습은 21세기 세계화·정보화 시대를 맞이하여 학교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게 되었으며 학교에서는 다양한 체험학습의 기회를 확대해 가고 있는 추세이다. 도시 학생들에게 자연을 접하게 하는 체험학습 활동은 점점 삭막해져 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아름다움과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체험학습에 관심을 갖고 실시하려고 해도 다인수 아동 인솔에 따른 아동 관리와 안전사고 문제, 체험학습 장소에 대한 정보 부족 등으로 형식적·단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아동의 입장에서 보면 체험학습은 흥미와 관심의 대상이 되지만 스스로 체험학습 방법을 몰라 자주적이고 능동적인 체험학습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습의 초점이 흐려지고 학습에 대한 흥미와 동기유발이 감소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인식에서 출발하여 서일초 교사들의 모임인 ‘서일 열린교육 연구회’에서는 학생들의 창의력을 신장하고 학습자의 흥미를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생의 수준과 학년의 발달단계를 고려한 체험학습을 통해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신장시키고자 하였다. 또 체험학습을 하기 위한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한편 사전 활동, 체험 활동, 사후 활동의 각 단계별 활동 내용을 강화하고 이러한 활동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고 체험하게 하는 자연 체험활동 ‘숲 속 모험 자연 체험활동’을 실시하였다.
학생들의 효율적인 체험학습을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 미리 준비하고 스스로 계획하여 활동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을 위해서는 교사가 활동할 내용을 미리 계획하여 안내하고 필요한 부분은 제시해 줌으로써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력을 길러 주어야 한다. 체험학습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계획, 학생들이 체험학습 전에 이루어지는 사전 활동, 본 활동에서 이루어지는 체험 활동, 활동을 마치고 나서 이루어지는 사후 활동의 과정이 이 홈페이지를 통해 일관성 있게 이루어지게 하였다.
도심 속에서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다양한 활동을 중심으로 교사와 학생, 학부모와 서로 도우며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직접 체험활동을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 ‘숲 속 모험 자연 체험활동’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맑고 깨끗한 밤하늘과 좋은 날씨, 신선한 아침 등산과 깨끗한 공기를 맛볼 수 있었으며 모든 활동을 마치고 시원하게 내리 쏟는 장대비마저도 이러한 활동을 축하해 주는 듯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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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와 함께 아름다운 학교로
김향순 | 경북 경주 양동초 교사 본교가 위치한 곳은 경북 경주시 양동 민속마을로 전교생 50여명의 아주 작은 학교다. 하루에 3번 편도로 버스가 다니며 포항간 산업도로를 끼고 있어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고 통학이 매우 불편한 곳에 자라잡고 있다. 더구나 복식을 겸하고 있어 학부모들은 힘이 좀 들더라도 여건만 된다면 인근 포항이나 안강 지역으로 자녀들을 전학시키고 있어 학생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학교 교육에 방관자적 입장이었다. 학교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학부모와 함께 하는 교육공동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는 신념 위에 학부모와 함께 하는 학교공동체를 구체적으로 꾸려가게 되었다.
우선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학교에 대한 이해와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부모·교사·학생이 함께 참여하여 학교 환경을 아름답게 꾸몄다.
▲학교 담장 민속화 그리기=담장을 그리려고 알아본 결과 약 200∼300만원의 재료비가 들어 학부형에게 많은 부담이 되었다. 교육청에 요청하여 지원금을 받게 되었다. 50여명의 전교생과 30여명의 학부모들로는 173m 담장을 칠할 수 없어서 일부만 직접 참여해 그리기로 하고 부득이 외부에 맡기기로 하였다. 민속마을이라는 특수성을 감안, 우리 풍속화를 그렸으며 재량활동 시간을 이용해 참여하였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나의 작은 보탬이 민속화로 되살아나는 체험을 통해 공동체의 소중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허수아비 동산 및 장승 만들기=가을 운동회 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2∼3씩 모여 허수아비를 만들었다. 허수아비 만들기에 필요한 재료는 학교와 가정에서 나누어 준비하였다. 어른들은 옛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은 말로만 듣던 허수아비를 직접 만들어 봄으로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이었다. 만들어진 허수아비는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진 뜰에 세워 허수아비동산을 만들었고 양동마을의 종손인 이지락씨가 장승을 기증해 동산 입구에 설치하였다. 이 허수아비 동산은 양동마을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가는 명소가 되었다.
▲한가족 5화분 국화꽃 가꾸기=모종은 학교에서 공동 구매하여 한 가구당 5개씩 국화화분을 마련해 주어 국화를 키우도록 하였다. 화분에 필요한 거름과 물 주기는 각 가정에서 아동과 학부모가 함께 하여 체험학습할 수 있도록 하였다. 10월말 국화꽃 전시회를 열어 탐스러운 국화꽃을 잘 가꾼 가정에게는 시상하였는데 150개의 화분에 국화꽃이 피어나기 시작해 학교에는 국화향이 가득하며 봄 여름동안 애쓴 보람을 절실히 보상받을 수 있었다.
▲운동장 잔디 구장 만들기=2001년 11월 학부모들이 모여 운동장에 잔디를 심었다. 운동장의 잔디는 학부형들이 산에서 채취하였으며 모자라는 부분은 성의를 모아 구입하였다. 큰 학교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잔디구장은 학부모들이 학교교육에 참여하고 선생님들과 신뢰감이 형성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와 같이 학부모·교사·학생이 함께 참여하여 학교 환경을 꾸며본 결과 학교 환경이 한층 밝아지고 깨끗해져 모든 사람들의 휴식 공간이 되었을 뿐 아니라 외면적이고 형식적인 관계에서 내면적이고 이해하는 관계로 바뀔 수 있었다. 본교는 교육환경이 매우 열악하였지만 교사와 학부모·아동들이 교육공동체를 이룸으로 아름다운 학교로 거듭나게 되었다.
학교의 여러 사례들이 방송을 통해 소개되면서 인근 안강이나 포항지역의 학부형들에게도 알려져 전입과 교환학생에 관한 문의가 오고 있으며 실제로 전입해 오기도 해 학생수가 늘어나는 실정이다. 아울러 학교교육에 관심이 별로 없던 학부모 및 지역주민들이 이제는 학교교육에 누구보다도 더 관심을 갖고 협조하게 되었으며, 학교와 선생님들을 인정하고 믿게 되었다. 학교가 변하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교육공동체를 이루는 사람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