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결정체제의 개편은 가능한가? 정부에는 정책 영역별 관장 부서가 있어 일을 처리하게 된다. 그리고 국회와 공조하여 일을 처리하게 된다. 그러나 행정부 우위의 정책결정 체제로는 한국의 교육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초정권적 교육정책 결정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가 교육정책이 일선 교육현장에서 순조롭게 정착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모든 정책이 그렇지만 특히 교육정책이 자주 바뀌게 되면 혼란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그대로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이 현장에서 일관성 있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함께 독립적인 정책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날 교육 위기가 논의되는 것은 장기적 계획과 국민의 합의를 전제하지 않고, 정파나 정권에 따라 무책임한 교육정책이 남발되어 왔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선거 여론을 의식하여 교육문제를 정략적으로 활용하여 교육의 정치적 종속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안정된 교육정책이 수립 시행될 수 없었다.
또한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 장관이 짧은 재임기간을 가지면서 여러 차례 교체되었다. 장관이 바뀔 때마다 개인적인 철학이나 판단에 따라 교육정책의 방향이 좌지우지되어 교육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더욱 가중시켰다. 정권 혹은 장관이 바뀔 때마다 각종 위원회를 설치하였으나 국민의 의견과 학교현장의 요구를 대변하기보다는 정부 정책의 합리화에 치중해 온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에는 교육의 생산성 문제를 국제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교육제도의 경직성으로 인한 문제해결의 지연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노동생산성 문제와 연계하여 교육 효과성의 문제도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적기에 해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료제적인 행정으로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임기응변적 문제해결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이제 조령모개식 교육정책의 남발과 집행을 방지하고, 범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교육정책결정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자문기구 성격이 아니라 교육의 독립성과 중립성 그리고 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의결기구를 상설 운영할 필요가 있다.
교육정책 결정 누가 어떻게 하고 있는가?
국가 교육에 대해 누가 통치하는가 또는 교육정책 결정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가의 문제는 중요한 물음이다. 교육정책에 있어서 직접적인 정책결정자로서 대통령, 청와대 비서실, 정부 부처(주무장관회의), 국회, 정당, 법원, 당정협의회 등을 들 수 있다. 간접적인 정책결정자로는 연구기관과 전문가집단, 각종 자문위원회, 이익 및 압력 집단, 매스컴과 여론, 기업체, 국민과 학부모 등이 포함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 교육정책 결정에 대한 정치권력 및 행정권한이 중앙과 상위기관에 집중되어 있고 지방 및 하위기관에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실질적인 교육정책 결정권한이 교육인적자원부에 편중되어 있다. 국가 교육정책의 결정에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 및 정당과 같은 상위기관의 영향력이 상당히 행사되어 왔다.[PAGE BREAK]정책관련 집단과 관련하여 일반적인 현상을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대통령이 정책결정의 전 과정에 지나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문민정부 출범 이후 국회, 정당, 이익집단, 언론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다양한 집단들이 교육정책결정에 과거보다 영향을 더 미치고 있다.
최근에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개편되면서 인적자원 개발이 정책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초·중등교육의 부실과 붕괴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교육인적자원부의 인적자원 개발기능에 대한 점검 및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중앙집권적인 관료제적 정책결정, 부처간 조정과 협력 부족, 정책철학과 집행의 불일치, 충분한 시간 확보와 참여 확대 부족, 정책집행상의 불순응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정책 결정과 관련하여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교육정책 결정과 집행의 분리 운용 문제를 논의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런 논의에서 다음 다섯 가지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첫째,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정책의 수립과 집행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정책결정의 핵심에서 일을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나 정책 엘리트들이 자신에게 이롭고 안전한 이슈만을 제기해 논의하고 불리한 문제는 거론조차 못하게 봉쇄하는 현상이 있다. 교육정책 결정과정에 관련 당사자들의 실질적인 참여와 사회적 합의 도출이 확대되어야 한다.
둘째, 교육인적자원부의 조직이 개편되었으나 유사 중복 업무가 있거나,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소관 기관이 불분명한 현상이 있다. 또한 정책 사안을 다루는 부처간 협조와 조정이 필요하다. 부처간 갈등은 교육목적과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임기응변적 처방으로 대응하거나 업적 과시를 위해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 등에 기인한다.
셋째, 중앙집권화된 관료적 교육행정체제는 효율적인 기획, 강력한 집행 및 통제가 가능하여 행정의 능률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지방교육행정기관이나 학교단위의 특수성과 독자성을 살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중앙정부 수준에서 교육행정 권한의 이양 및 위임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활동을 촉진하지 못하고 있다.
넷째, 교육정책 결정을 위한 정보의 공개와 정보내용의 축적이 필요하다. 교육정책 결정에 있어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장기적 효과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정책의 선택에 있어서는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 정책결정의 폐쇄성은 과거에 비해 개선된 것이 사실이나 아직도 정책결정과정의 비공개와 비밀을 지키려는 관행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다섯째, 정책이 결정되는 단계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조건으로 정보를 사전에 공유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책결정에 관련되는 당사자를 참여시키며, 정책결정과 재정지원이 연계되도록 교육인적자원부와 관련 부처가 기획예산처 및 재정경제부의 이해를 구하고 상호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각종 위원회는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국민의 정부 들어 100대 개혁과제를 제시하고, 교육발전 5개년 계획 시안 및 교직발전 종합방안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교원정년 단축,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교원 성과상여금제, 교육여건 개선, 중등교원 자격자의 초등학교 임용, 제7차 교육과정의 시행 등에서 정책집행 불순응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의결과 집행을 분리하지 않고 일을 급하게 처리하다보니 집행에서 불순응 현상이 나타난다. 교육발전 5개년 계획 시안이 발표되고 확정되지 못한 것도 모든 것을 정부부처에서 처리하려는 것에서 기인한다. 의결과 집행을 분리하고 각종 위원회와 연구기관을 연계하는 협조체제 구축이 필요하다.[PAGE BREAK]정부는 그 동안 중앙집권적 형태의 정책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정책조정 및 협력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위원회를 설치·운영해 왔다. 중앙정부의 교육정책 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대통령, 국무총리, 교육인적자원부 등에 각종 위원회를 다양하게 설치하고 있다. 즉,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 인적자원개발회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정책기획위원회, 청소년보호위원회,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자문위원회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의결 기능보다는 심의 내지 자문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임시기구도 있고 상설기구도 있으며, 교육관련 기능들을 다루는 위원회가 분산되어 있고, 위원회 활동이 형식적 절차로 그치는 경향이 상존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각종 위원회를 신설하여 새로운 교육정책을 남발하고, 대학입학제도처럼 전 국민적 관심사인 정책을 수시로 바꾸거나 몇 년 앞의 수급상황도 예측하지 못한 교원정년단축과 같은 사례들이 계속되는 한 교육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현실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교육정책에 대한 의결, 조정 및 협력을 위한 기구의 설치와 더불어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 정책결정과 집행의 일관성 확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구성원들의 태도 등이 종합적으로 정책 결정과 조정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 교육정책 결정체제를 올바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각종 위원회의 한계를 극복하고 의결과 집행이 분리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국가 교육정책은 장기성, 안정성, 민주성을 확보해야 하며, 정치논리보다는 교육논리를 강조하고 행정편의주의를 극복하고 다양한 관련 주체들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책의 결정과 재정적 지원이 일관성을 가지고 이루어져야 한다. 그 동안 교육정책 결정에서 교육주체들의 참여를 보장하기보다는 정치적·행정적 통제 하에서 참여를 가장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정권이나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교체에 따라 교육정책이 조령모개 식으로 바뀌어온 수많은 전례들을 가지고 있다.
한 번 결정된 교육정책은 개인과 국가의 장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므로 교육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고 특정 정권이나 정파의 이익으로부터 벗어나 교육 본래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범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초정권적 교육정책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은 정권의 논리나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난 초당적·초정권적 교육정책 기구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기구를 통해 시급한 교육현안들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고 신속한 입법조치와 시행이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이렇게 설치되어야 한다
교육정책 결정체제의 개편은 가능한가? 정부에는 정책 영역별 관장 부처가 있어 일을 처리하게 된다. 그리고 국회와 공조하여 일을 처리하게 된다. 그러나 행정부 우위의 정책결정 체제로는 한국의 교육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초정권적 교육정책 결정 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교육정책은 국가경영 정책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다른 부문 정책과의 정책적 연계가 높기 때문에 초정권적 교육정책 결정은 실질적으로 법체제의 개편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 초정권적 교육정책을 실제로 가능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면 국가교육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 이 위원회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어떤 기능을 수행하며, 어떻게 설치되는가에 따라서 이 위원회의 활용방안은 달라질 수 있다. 부총리 부처로서 교육인적자원부의 위상을 유지하면서 국가교육위원회가 견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주요 교육정책에 대한 결정과 집행에 관하여 초당적 지지를 받고 교육계의 관점과 논리를 반영할 수 있는 국가교육위원회를 구성하여야 한다. [PAGE BREAK]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다음 여섯 가지 측면에서 계속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첫째, 국가교육위원회는 법률기관으로서의 지위가 부여된 심의 의결기관으로 교육정책의 결정과 집행상의 문제에 대하여 견제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둘째, 교육인적자원부, 교육청 및 교육기관에 대한 자료 요구권을 갖는다. 셋째,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원은 정당과 각계의 추천을 고려하여 대통령이 추천하고 국회의 동의를 구한다. 넷째, 위원의 임기는 정권의 집권기간을 초과하도록 한다. 다섯째, 독립된 사무국을 구성하고, 예산의 배정 및 관련 연구기관과의 연계 하에 업무를 처리한다. 여섯째, 국회와 대통령에 대한 보고 의무를 가진다.
이러한 논의 중에서 몇 가지는 심층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방안 및 지위와 성격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계, 학부모 단체, 시민단체 등에서 추천한 전문가를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되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임기를 달리하여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교육정책이 장기적 일관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정책의 공과를 평가하는 기능을 부여하여 정책 남발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국가교육위원회는 횡적 합의와 조정에 의해 주요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다원적·합의제적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정 부처의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독립적인 총괄 조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성격을 부여해야 한다. 중요한 교육정책 결정에 대해 국무회의의 위임을 받는 형식으로 반드시 이 기구를 거치도록 하고 그 결정은 국무회의 결정과 동등한 효력을 부여하도록 완전 위임해야 한다.
교육예산 편성과 재원 및 인력의 배분에 있어서도 국가교육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침을 결정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획예산처는 교육예산을 세부 항목별로 통제하지 말고 포괄적으로 총액 배정하여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정책의 우선 순위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 및 인적자원개발 관리에 관한 기능과 업무들을 원칙적으로 현행대로 수행하되, 주요 교육정책 수립 및 예산 배분시에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심의 및 조정을 받도록 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그 동안 많은 업무와 사업의 지방 이양을 꾸준히 추진하였으나 대부분 지방에 집행권만 위임하고 실제 추진과정과 결과에 대해 교육부가 엄격한 지도 감독 혹은 감사 평가를 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와 더불어 중앙 및 지방 교육행정기관의 역할 분담이 명료화되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지위와 성격은 다음과 같이 규정될 수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국가 수준의 교육에 관한 최고 심의의결기구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즉, 법률 제·개정 및 예산을 수반하여 국회 의결을 요하는 교육정책은 심의 사항으로 하며, 그 밖의 국가의 중요 교육정책은 의결 사항으로 한다. 따라서 교육인적자원부를 포함한 교육관련 부처는 이를 집행해야 한다.
한편 현재 우리 나라의 많은 행정위원회는 그것이 의결기관임에도 그 법적 지위와 독립성이 불명료한 경우가 대다수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초정권적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그것이 교육에 관한 최고의 의결기관이라고 하는 점에서 대통령 소속 하에 둘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