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게는 공무 이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는 영리업무 및 겸직금지 의무가 있다(국가공무원법 제64조). 그리고 공무원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는 품위유지 의무가 있다(국가공무원법 제63조). 이러한 의무조항의 목적은 영리업무에 종사하게 됨으로써 직무상의 능률 저하, 또는 공무에 대한 부당한 영향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국민을 위한 공직의 정직과 존엄을 보호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비영리의 다른 직무를 겸직하는데도 소속기관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한이 있다. 비영리의 다른 직무라는 것은 공무원으로서의 담당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업무를 말한다. 교원의 경우 직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영리법인의 임원이 된다든지 각급 학교의 시간강사로 출강하는 경우가 있는데 반드시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법률상의 의무로 교원은 자기 명의로 사업을 하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나 조직에 취업하거나 가입할 수 없다. 그런데 교원의 보수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법률상으로 교원 자신의 명의가 아닌 가족의 이름으로 영리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고, 가족이나 친지의 영리행위에 사실상으로 가담하여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경우도 있다. 법률상 교원 자신의 명의로 운영하지는 않으나 아내나 가족의 영리업무에 가담하거나 협조할 경우 교원 자신의 영리행위로 인정되어 영리행위 금지의무나 품위유지의무에 위배되는 범위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가 문제이다. 구체적인 사례마다 다르겠지만 그 범위와 정도에 관한 실제 사건을 살펴보기로 한다.
2. 불건전한 경제활동을 방조한 책임
가. 사건과 문제
김 교사는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의 아내가 친구와 금전거래를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금전적 대차관계를 유도하여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힌 사실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김 교사는 처음에는 금전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 아내의 금전 유통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자 아내의 요구로 동료교사에게 직접 투자를 유도하거나 투자방법을 설명하는 등 불건전한 경제활동을 방조 내지 조장하여 민원을 야기시키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교육장으로부터 공무원의 품위유지의무(국가공무원법 제63조) 위반의 이유로 견책처분을 받게 되었다.
이에 대하여 김 교사는 견책처분 취소를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 청구하였다. 김 교사의 재심 청구 주장은 첫째, 금전적 손해를 입은 민원인들은 김 교사의 아내와 합의하에 거래한 것이고 김 교사 자신은 그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달라거나 자기 아내에게 돈을 빌려주라고도 하지 않았으며 모든 금전거래는 그 사람들과 아내가 합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둘째, 자기 아내는 민원을 낸 사람들과 합의한 데로 이자와 그들이 요구하는 원금을 수개월 동안 주었으며 민원인들은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아내의 친구와 직접 거래를 했다. 셋째, 민원인들은 아내의 친구와 직접 거래를 수개월 했으면서 자기 아내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모순이며 또 자기들의 금전거래와 무관한 김 교사의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 사건의 문제점은 공무원인 김 교사가 아내의 금전거래 관계에 직접 개입한 사실이 있느냐는 점과 개입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이러한 행위가 공무원의 품위유지의무에 위배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원징계재심위원회의 판단을 살펴보기로 한다.
나. 교원징계재심위원회의 결정
이 사건에 대해서 재심위원회의 판단과 결정요지는 다음과 같다.
[PAGE BREAK]김 교사는 아내와 민원인들의 금전거래 관계에 있어서 직접 개입한 사실이 없고 또한 그들의 금전거래는 자신의 아내와 합의하에 이루어졌으므로 책임질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재심위원회는 이 사건의 관련자료를 종합하여 금전거래를 방조 내지 조장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관련자료는 민원인의 사건경위서, 초등학교 이 모 교사의 민원제기서 및 진술서, 최모 교사의 진술서, 교사 정모의 경위서, 사건을 조사한 교육청 관리과 직원과 김 교사와의 문답서 및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서의 당사자 진술 등이었다.
이러한 관련자료를 기초로 하여 재심위원회는 김 교사가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기 위한 직접적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일부 인정하였다. 그러나 김 교사는 민원을 낸 교사들에게 투자 방법이나 거래상황 등을 설명하여 주는 등 그들과 자기 아내가 거래관계를 맺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인정하였다. 특히 아내의 부탁으로 동료 교사였던 정모 교사에게 전화를 하여 투자를 종용하는 등 불건전한 경제활동을 방조 내지 조장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교원징계재심위원회는 김 교사의 징계사유를 인정하고 그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63조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행위로서 교육장이 견책의 징계처분을 한 것은 상당하다고 하여 김 교사의 재심청구를 기각하였다(교원징계재심위원회 결정 2000-123, 결정문집, 2000, pp. 105-106).
3. 맺는 말
위의 사건은 교원이 국가공무원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영리행위를 직접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영리행위 금지의무를 위반한 사건은 아니다. 가족인 아내의 금전거래에 관여하여 아내가 금전대차관계로 거래하는 동료교사들에게 투자를 종용하거나 투자방법을 설명하는 등 건전하지 않은 아내의 경제활동을 알고도 그대로 두거나 도와주어 민원을 야기한 행위가 공무원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게 된다는 사례이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헌법은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공무를 정직, 성실하게 집행해야 하며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를 손상해서는 안 된다고 국가공무원법이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의 품위는 국가의 위신과 명예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품위손상 행위의 유형은 방탕, 주벽, 낭비, 과도한 부채, 경박 등으로서 공적임무뿐 아니라 사생활에 걸친 의무라 할 수 있다.
특히 전문직으로서 교직에 종사하는 교원은 ‘교육자로서 갖추어야 할 품성과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항상 노력하여야 한다’는 교육기본법(제14조 제2항)의 규정은 교육공무원의 법적지위의 성질상 항상 국민의 사표가 되고 귀감이 되어야 한다는 법적 윤리적 의무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품위유지와 함께 공무원에게는 친절공정의 의무가 있다(국가공무원법 제59조).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대인관계에서 친절해야 하고 공무에서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원에게는 학생들에 대한 친절, 공정한 태도와 교육방법은 기본적인 교육자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공무원에게는 청렴의 의무도 있다.
오늘날 교원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저하되고 교직과 교원에 대한 존경도나 신뢰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이 문제이지만 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교원들 자신이 교직에 대한 자긍심을 낮게 가지게 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학교가 제자리에 서기 위해서 무엇보다 교원이 제자리에 서야 한다. 교원의 지위가 낮아지고 있지만 우리의 전통과 정서상 그래도 국민들은 교원들에게 높은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요구하고 기대하고 있다.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일 뿐만 아니라 국민교육의 담당자로서 교원의 법률상 및 교육적, 윤리적 의무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교원의 법적, 윤리적 의무에 부응하도록 교원의 지위향상과 신분보장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기를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