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4.11.17 (일)

  • 맑음동두천 10.9℃
  • 구름많음강릉 16.0℃
  • 맑음서울 14.0℃
  • 맑음대전 13.2℃
  • 맑음대구 13.6℃
  • 구름많음울산 17.4℃
  • 맑음광주 14.1℃
  • 맑음부산 19.2℃
  • 맑음고창 11.3℃
  • 맑음제주 19.9℃
  • 맑음강화 12.4℃
  • 맑음보은 11.3℃
  • 구름조금금산 7.5℃
  • 맑음강진군 15.9℃
  • 구름조금경주시 14.7℃
  • 맑음거제 17.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공교육 위기와 단위학교 자율경영제

우리 나라 교육은 과거 어느 때보다 위기를 맞고 있다. 사회체계와 환경의 변화 속에서 학교는 갈등구조에 직면하고 있고, 교육 주체인 교사들은 그들대로 일종의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공교육이 위기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다. 이 위기의 타개책의 하나가 단위학교 자율경영제이다.


신상조(서울 고척고 교장)


향후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기능의 분화와 구조적 복잡성이 더욱 증대될 전망이고, 이러한 사회에서는 중앙집권적이고 획일적인 통제에 의한 교육체제운영은 부적합하다. 미래사회에서는 지역별·학교별 특성이 고려되고 융통성이 발휘되는 자율화된 체제가 보다 적합하다. 그러나 자율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자율의 첫째 조건은 책무성이다. 자율에는 책임이 따른다. 책임지지 않는 자율은 방종에 지나지 않으며, 책임이 없는 곳에 자율이 주어질 수 없기 때문에 자율은 책임을 전제로 한다.
자율의 두 번째 조건은 민주성이다. 단위학교에 많은 재량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은 학교의 특정 개인에게 권한이 집중적으로 주어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급기관에 학교운영권이 집중되는 것을 지양하는 노력 이상으로 학교 내에서의 권한 집중을 경계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슬기를 지녀야 한다. 자율이 없는 곳에서 참여적 의사결정이 의미 없는 것처럼, 참여 없는 곳에 많은 자율이 주어지는 것도 의미가 없다.
자율의 세 번째 조건은 전문성이다. 단위학교에 자율이 주어지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학교구성원들이 학교를 독자적으로 이끌 전문성이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학교의 자율역량에 대해 충분한 신뢰감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이 자율이 주어지기 위해서는 책무성, 민주성, 그리고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이글에서는 이와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단위학교의 자율운영에 따른 예상되는 부작용과 개선과제를 검토해보고자 한다.

책임지지 않는 자율

단위학교에 재량권이 주어진다고 할 때, 그 핵심 영역은 교육과정과 인사, 그리고 재정 분야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중앙집권화된 교육체제 안에서 이러한 분야에 대한 자율이 확대되어야 함은 당연한 과제이다. 국가 교육과정의 내용은 지역적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일률적인 교육과정은 학생의 필요와 요구를 수용하기 곤란하다. 국가공무원 신분인 교원은 현행 전보제도에 따라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학교를 바꾸어야 하고, 학교경영의 책임자인 교장도 때가 되면 뜻을 접고 다른 학교로 가야 한다. 얼마 되지 않아 다른 학교로 갈 것을 뻔히 아는 교원들은 섣불리 이 학교에서 뜻을 펼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최근에 실시된 학교회계제도에 따라 학교재정 분야는 어느 정도 재량권을 가지게 되었으나, 정해진 범위 안에 묶여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지기는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렇듯 학교의 자율성 신장은 당연한 과제로 여겨지기는 하나, 만에 하나 자율이 잘못 신장되면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즉, 책임지지 않는 자율은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이 보다 확대된다고 할 때,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는 고등학교의 수업시간 운영이 어떻게 변화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학교운영 자체가 자율화되면, 일부 사립학교를 중심으로 대학입시에 초점을 둔 교육과정 운영 행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학부모의 선택을 최고 목표로 삼는 학교가 나타날 우려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학교간의 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으로 확대될 우려도 없지 않다.
[PAGE BREAK]교원인사가 자율화된다고 할 때도 마찬가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도 사학재단의 교원임용 비리가 간간이 들려오는 상황에서, 인사권에 자율만이 주어지게 되면 공립학교에서도 인사와 관련한 비리가 만연하여 교직사회를 멍들게 할 우려가 없지 않다. 그리고 교원의 선발과 임용에 무차별적 자율이 주어지게 되면 우수 교사의 도시집중 현상으로 농어촌학교의 부실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교원신분의 불안정화로 교직사회가 크게 동요할 우려가 있으며, 우수 인력의 교직 기피 현상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돈과 관련된 재정 분야는 특히 자율화에 조심하여야 한다. 예컨대 비싼 등록금을 요구하는 자립형 사립학교들이 경쟁을 하게 되면 자연히 등록금 인상이 상승을 할 것이고, 그 때에는 부유층과 빈민층 간에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현재와 같이 책임지는 구조로 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 단위학교에 자율이 주어지게 되면, 이처럼 많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므로 단위학교에 재량권을 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책무성을 제고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책무성을 묻는 대표적인 장치는 평가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평가, 교원인사와 학교재정에 대한 평가를 통하여 단위학교의 책무성을 제고할 수 있다. 그리고 학교 전체의 성과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구성원 개인에 대한 평가로서, 교장의 학교운영에 대한 평가, 교사의 근무평가, 교원성과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한 책무성 제고 장치를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스스로 자신을 점검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따라서 책무성을 묻는 장치는 자체 평가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참여 없는 자율

책임지지 않는 자율의 부작용 만큼이나 큰 폐해를 낳는 것이 참여 없는 자율이다. 교장의 독단이나 재단 측의 횡포는 자율이 신장될수록 더 심해질 수 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우리는 오랜 기간 동안 학교 내에서 교장의 제왕적 군림을 경험했었다. 교장이 전권을 가지고 학교 내의 모든 일은 스스로 결정하던 시대가 있었다. 문제는 학교구성원의 참여를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참여 없이 자율을 증대한다면,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독단적 학교운영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자율이 없는 곳에서 참여적 의사결정이 의미 없는 것처럼, 참여 없는 곳에 많은 자율이 주어지는 것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사립학교 재단이 빚어내는 각종 물의의 상당수도 사실은 학교구성원의 참여가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운영의 방침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교원의 선발과 배치 등 인사권에서, 그리고 학교재원의 활용 등에 있어서 재단 측의 일방적 의사결정이 갈등의 원인이 되어 왔다.
민주적 의사결정의 원리는 학교에서 교육운영에 관한 의사결정권을 교사나 학부모들에게 분산시킬 것을 요구한다. 교사나 학부모들이 학교의 운영에 관련된 이해관계를 표출하고, 그것을 실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의사결정 체제를 개방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운영에 관한 제반 방침을 결정하는 데 직접적으로 참여하거나 대표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PAGE BREAK]참여적 의사결정을 증대하려는 노력은 구성원의 대표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선출되느냐가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대표성 확보를 위해서는 충분한 홍보를 통한 참여기회의 극대화와 민주적 대의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구성원 대다수가 관심을 가지고 있지 못한 채 학교경영진과 친분관계를 가진 일부 인사들이 구성원의 대표 노릇을 하게 될 때, 자율은 역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따라서 구성원 모두에게 충분한 홍보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의사소통 통로를 마련하여 구성원 모두가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정보전달과 공유를 위한 매체의 확보가 필수다.
한편으로는 학교 내의 제 조직, 즉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뿐만 아니라 교무회의와 학생회의 등이 별개의 것으로 운영되기보다는 상호 긴밀한 연계를 통하여 학교운영에 구성원 모두가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체제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전문적 역량이 미흡한 자율

단위학교의 운영에 있어서 재량권이 확보되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를 학교인사들이 학교경영을 독자적으로 이끌 전문성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사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학교가 자율적인 경영역량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충분한 신뢰감을 가지지 못한 것 같다. 이는 그러한 인식 자체가 잘못된 시각에 기초하고 있기도 하지만, 학교인사들도 그러한 믿음을 확고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므로 학교 외부의 과도한 지시나 간섭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고, 또는 학교교육의 본질을 오도하고 학교를 사적인 이익에 이용하려고 하는 개인이나 집단에 대하여 단호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학교경영의 전문적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특히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비전문가들도 사전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므로 이들을 고려한 연수기회가 제공되어 전문성을 충분히 갖출 수 있도록 해 나가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가 구성원 각자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무조건 관철하려 경쟁하는 곳으로 인식되어 학교공동체 형성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고려해서도 그렇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상이 불분명하여 오히려 교장의 들러리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을 고려해서도 전문적 역량을 갖추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단위학교가 자율적 역량을 인정받는 방법은 스스로 자신을 점검하여 우수한 ‘질’을 유지해나가는 일이다. 스스로 반성을 통하여 개선과 발전을 이룰 때만 단위학교에 자율성이 주어질 수 있으며, 자기 자신을 스스로 점검할 수 없는 사람에게 권한을 위임해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자율적 역량을 모아 학교의 성과를 자체적으로 평가해보는 장치가 요구된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전문성이 부족한 자체평가도 신뢰도가 매우 낮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오랜 유교전통으로 인하여 객관적 평가풍토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흔히 ‘한솥밥을 먹으면서 인정상 그럴 수야 있나’로 표현되는 온정주의의 뿌리가 깊기 때문에, 강점과 약점을 사정없이 가려내는 평가에 대한 거부감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신뢰성 있는 평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전문직 종사자로서의 자긍심으로 평가에 대한 거부감을 불식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