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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시장의 개방과 선택

교육을 시장개방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논리에도 불구하고 이제 개방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고 시장개방의 개념이 아니라 교육의 국제화 추세에서라도 어차피 우리의 고등교육분야는 더 개방적이어야 하므로 이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주삼환 /충남대 교수



1. 교육시장 개방의 전개과정

 이제는 교육을 경제적 상품, 서비스, 시장, 산업, 무역의 대상으로 보아 국경의 장벽을 허물고 자유스럽게 거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와 압력을 받고 있으며 또 그런 경제적 논리가 통용되고 있다. 국경의 장벽을 넘어 자유스럽게 교육서비스를 무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강자의 논리가 교육에도 작동하게 된 것이다. 자유무역을 위한 교육시장의 개방 요구는 교육부문 중에서도 고등교육에 더 강력할 것으로 본다. 교육을 상품처럼 무역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느냐에 대하여 아직 이론이 있고 논란이 있지만 우리 나라의 입장에서는 고등교육시장 개방에 대하여 준비하고 어떤 중요한 선택들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입장에 있다.
 교육서비스를 협상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한 것은 1991년 UR협상부터라고 한다. 이때 우리 나라에서는 급한 금융·건설 등의 서비스에 가려져 교육시장 개방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 1993년 12월 협상까지는 우리 나라의 교육시장 개방 문제는 일단 제외되었었다. 1995년 1월 WTO체제에서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 GATS)'으로 교육서비스가 무역자유화 품목에 포함됨으로써 우리 나라가 WTO에 가입한 이상 교육시장 개방은 기정사실화 되고 다만 그 시기와 방법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1996년에 우리 나라가 OECD에 가입하면서 우리 나라도 다른 회원국과 똑같이 경상무역외 거래 자유화 규약과 자본이용 자유화 규약을 준수해야 할 입장이었다(이학춘, 2000).
 2001년 11월 도하개발아젠다(Doha Development Agenda) WTO 제4차 각료회의(카타르 도하)에서는 2002년 6월 30일까지 각국이 양해 요구사항 목록을 제출하고 2003년 3월 30일까지 양허수용 사항 목록을 제출한 후 2005년 1월 1일까지 교육시장 개방계획을 완결한다는 일정에 합의하였다(이만희, 2002).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는 1995년부터 이미 학원시장은 개방을 하기 시작하여 1999년까지 5개의 어학학원이 진출해 있는 상태이고(이학춘, 2000) 고등교육 부문은 명확하게 협상 타결을 하지는 않았지만 고등교육부문 시장개방에 대비하여 1997년과 1999년에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고 1997년 2월 외국인투자 및 외자도입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외국인 투자업무가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여 사실상 고등교육 시장을 완전 개방한다고 하였으나 2002년까지 외국으로부터 신청이나 문의조차 없게 되자 2002년 교육부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세계수준의 외국 우수대학원 분교 유치나 석·박사학위과정 공동운영'을 위하여 '고등교육법및사립학교법중개정법률안'을 내놓아 '외국 우수대학원 유치 추진계획'을 세워 이를 추진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교육서비스는 무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가 만만치 않게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첫째, 1991년 UR협상에서부터 교육서비스를 무역에 포함시켰으나 국가간 교육교류는 교육의 국제화 현상의 일환으로 보아야지 무역으로 보아 교육을 상품화시킬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둘째,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은 무역 자유화의 대상에서 제외되게 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나라에서 고등교육부문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에 속하게 되어 있으므로 교육은 무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 지방자치가 발달한 미국과 같은 경우 교육은 주정부의 권한에 속해 있는데 교육을 국가 간 협상의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것이다. 넷째, 사립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 비영리(non-profit) 법인이 운영하게 되어 있어 공적영역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교육은 무역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섯째, 교육은 각 나라마다 다른 독특한 역사, 전통, 문화의 산물이지 무역을 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섯째, 학생의 권익보호를 위해서 교육을 상품으로 다룰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래서 유럽학생연합(National Unions of Students in Europe) 대표도 "학생들의 권익, 즉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권리 등을 고려하지 않고 교육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한다"는 점에서 반대 입장이라고 한다(교육부, 2002).
 교육을 시장개방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1)국제화의 범주 (2)공공성과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 (3)비영리사업 (4)국가가 아닌 지방정부의 권한에 속한 경우 (5)역사와 문화의 산물 (6)학생의 권익 보호에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만만치 않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 개방은 피할 수 없는 세계적 대세이고 시장개방의 개념이 아니라 교육의 국제화 추세에서라도 어차피 우리의 고등교육분야는 더 개방적이어야 하므로 이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PAGE BREAK]2. 교육시장 개방의 원칙과 형태

 WTO의 시장개방에서 일곱 가지 원칙 또는 규칙을 생각할 수 있는데 첫째, 내국민 대우의 원칙은 외국인과 내국인과의 차별대우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외국인도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것인데 거꾸로 내국인도 외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한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둘째, 최혜국 대우의 원칙은 가장 유리하게 대우한 수준을 모든 나라에 동등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투명성의 원칙은 국내에 적용되는 모든 규율과 법적 조치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밝혀야 한다는 뜻이다. 넷째, 국가독점의 제한 원칙은 독점을 부여할 필요성에 대한 국가주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것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섯째, 정부보조금의 제한 원칙은 정부보조금을 제한하게 하여 외국 참여와 경쟁을 촉진하려는 것이다. 여섯째, 인허가상의 무차별의 원칙은 인가와 허가에 있어서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국인 대우의 원칙을 더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본다. 일곱째, 점진적 자유화의 원칙은 위의 여섯 원칙을 점진적으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 7원칙을 더 압축하면 (1)시장접근의 제한 제거(GATS 제 16조, 위 원칙6) (2)내국민 대우상의 제한 제거(GATS 제 17조, 위 원칙1) (3)국내규제 제거(GATS 제6조, 위 원칙3)의 셋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시장접근의 제한'인데 이것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①서비스 공급자수의 제한 ② 비스 거래액 또는 자산총액의 제한 ③서비스 총 영업량 또는 총 산출량의 제한 ④총 고용인력의 제한 ⑤서비스 공급기업의 형태 제한 ⑥외국 자본의 참여 제한으로 외국 시장에서의 접근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면 외국인이 우리 나라에 대학을 설립하고 교수나 직원이 되고자 할 때 제한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내국민 대우'는 자국 서비스 공급자에게 부여하는 대우보다 외국인을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부득이 제한을 하려면 양허표에 미리 기재해야 한다. 내국민과 차별 대우를 하기 쉬운 예를 들면 (1)내국민만 보조금을 신청하게 하는 경우 (2)차별적 세금 징수 (3)차별적 재정 조치(수수료 등) (4)국적요구 (5)거주요건 (6)인가 및 자격 요건 상의 제한 (7)등록 요건상의 제한 (8)인가요건의 제한 (9)기술이전 및 훈련 요구 (10)내국 서비스의 우선 적용 (11)재산 및 토지소유 등을 제한하여 외국인이 교육시장 접근을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외국인이 사립학교 법인 이사나 교수가 되는데 제한이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셋째, '국내규제'로 인해서 시장 개방에 제한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국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서 정부가 기본적인 규제를 할 수 있도록 인정하고 있지만 이런 경우 국내규제가 객관적이고 공평하며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가조건 및 절차, 자격요건, 기술기준에 관한 국내규제를 조심스럽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교육에서 어떤 형태의 교육시장 개방이 가능할 것인가?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겠으나 시장 개방에 의한 서비스제공의 형태를 네 가지로 분류하여 묶어 놓을 수 있다.
 첫째, Mode 1 국경 간 공급(cross-border supply)은 각 나라 국민이 자국 내에서 외국 소재 방송통신교육기관 등을 자유스럽게 이용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프로그램의 국가간 이동의 자유화를 의미한다. 원격교육, 사이버교육 등이 이에 해당된다. 교육시장 개방에 있어서 Mode 1의 형태가 가장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편, 컴퓨터, 위성방송, 각종 매체에 의한 통신교육으로 초기의 프로그램 개발비 이외에 교지나 교사, 교육시설 등에 대한 많은 투자 없이 사무실 정도만 있으면 국경을 넘어 쉽게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년제, 2년제 등 장기과정, 학위과정도 있을 수 있고 단기과정, 비학위과정도 가능하다. 이와 같이 사적으로 국경을 넘어 우리 나라로 들어오는 것을 제한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문을 열기 위해 특별히 더 노력할 필요도 없을 것으로 본다. 공적으로 외국인이 국내에 사이버대학을 설치하고자 한다면 국내 사이버대학 설치 기준과 동등하게 해주면 될 것이다.
 문제는 학점인정과 학위인정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에 있다. 예를 들면 사이버대학에서 이수한 학점을 가지고 국내 정규대학에 편입하고자 할 때 이를 인정해줘야 하느냐이다. 사이버에서 취득한 자격증이나 면허증도 마찬가지이다. 현재로서는 사적영역으로 돌려 각 개인, 각 대학의 판단과 사회적 공인으로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원격교육의 저질 프로그램의 범람에 대한 우려이다. 시장성에만 맡겨 놓을 경우 소비자의 피해가 따를 수 있다. 교육부장관의 허가를 안 받고 "학교명칭을 사용하거나 학생을 모집하여 시설을 사실상 학교의 형태로 운영할 경우"는 처벌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어려울 것이다. 이제는 우리 나라의 방송통신교육이나 사이버교육이 국경을 넘어 해외로 진출하는 문제도 따져 봐야 한다. 예를 들면 한국방송통신대학이나 사이버대학 프로그램이 국경을 넘어 중국이나 일본, 미국, 그리고 교포들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진출하는데 걸림돌이 없는 지 검토해볼 일이다. 그리고 이들 프로그램을 영어로 만들어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연구와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PAGE BREAK]  둘째, Mode 2 해외 소비(consumption abroad)는 소비자나 그 재산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 다른 회원국의 영역으로 이동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유학이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서 교육소비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해야 하는데 해외소비에 제한을 하지 않겠다는 나라는 미국, EU 국가, 스위스, 호주, 뉴질랜드, 중국, 태국 등이고 일본은 '약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이학천, 2000). 유학생에 의한 국가 수입은 호주의 경우 총 수출액의 12%에 이르며 뉴질랜드, 영국, 미국 등은 3∼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특히 호주나 영국의 경우 1980년대 예산삭감에 대한 대응으로 유학생 유치 정책을 써서 지금은 성공적으로 고등교육을 해외에 팔고 있다.
 우리 나라 학생이 유학생으로 나가는 데는 문제될 것이 없으나 오히려 유학의 문이 너무 많이 열려 있어 자질과 능력이 부족한 사람까지 무차별적으로 나가고 또 정규유학이 아니라 어학연수의 명목으로 나가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우리 나라로 들어오는 유학생이 적어 무역역조가 심각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는 시장성에 맡길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 나라의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집중노력을 하고 외국인이 유학해 오는 접근성에 제한이 있는 지에 대하여 세밀하게 검토하는 등 해외유학생 유치를 위한 전략이 요구된다. 외국 유학생이 들어오는 데 있어서의 제한은 우선 언어의 제한, 비싼 생활비의 제한, 외국학생 수용의 제한, 학생정원의 제한 등 많은 제한이 있을 것으로 본다. 호주, 뉴질랜드, 유럽의 대학생들이 유학생 유치로 대학재정난을 타개한 사례를 거울삼아 우리 나라도 유학생 유치에 적극 노력할 때라고 본다. '해외소비'는 다음에 나오는 '상업적 주재'보다 고등교육 시장개방의 가능성이 높고 또 어느 나라나 승산이 있다고 본다. 잘만 하면 자본과 투자를 덜 드리고 유학생을 유치하여 교육수출을 할 수 있다.
 셋째, Mode 3 상업적 주재(commercial presence)는 일국의 서비스 공급자가 서비스 공급을 위해 소유나 부동산 임차 등을 통해 타국의 영토에 주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의 본교, 분교의 설립 등과 같이 자본의 이동이 따르는 것인데 이 상업적 주재의 자유화가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업적 주재의 형태도 여러 가지가 있다. (1)단기과정을 포함하여 외국인이 국내에 교육기관을 설립하거나 기존 교육기관의 경영주가 되는 경우(신설, 분교) (2)외국 교육기관이 국내 교육기관 경영자와 합작 또는 계약으로 자국의 교수 및 직원을 파견하여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 (3)외국 교육기관이 국내에 교육과정, 경영방식, 교육방법 등만을 제공하고 그 명칭만 사용하게 하는 대신 로열티를 받는 프랜차이즈 방식 (4)외국 교육기관이 학생모집을 주된 업무로 하는 국내 사무소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상업적 주재의 자유화를 위해서는 1997년과 1999년 사립하교법의 개정으로 많이 제한을 제거하고 또 세계적인 수준의 외국대학원대학의 유치를 위해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려는 안을 내놓고 있으나 그래도 여전히 외국인이 본교나 분교를 설치하기에는 그 시장접근성에 있어서 많은 제한을 느낄 것으로 본다. 그러면 현 상태에서 우리 나라에 대학을 설치하려는 외국사람이 있을 것인가? 선진국에는 아예 사립학교법 같은 것 자체도 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대학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실정인데 그들이(예, 미국) 우리 나라의 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 교육공무원법, 수도권정비계획법의 획일적인 통제를 받기 위해 우리 나라 국경 안으로 들어 올 것인가? 학생을 뽑는데 수능시험을 치러야 한다든지 본고사 필기시험을 치르면 안 된다든지 등의 세밀한 간섭을 받기 위해서 우리 나라 안으로 들어와 대학을 설립하고자 할 것인가? 학생들이 자기들의 주장을 안 들어주면 총장실을 점검해버리는 한국의 교육여건을 외국인들이 모르고 고등교육으로 돈 벌겠다고 한국에 들어 올 것인가? 또 우리 나라에 고등교육서비스를 가지고 들어와서 돈을 벌어갈 자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인가? 외국대학들이 학생들의 등록금만 받아 가지고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은 점을 생각해 보면 우리 나라에서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선진국의 유명한 대학들은 자국 내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비싼 돈을 내면서 유학(해외소비) 오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엇이 아쉬워 모험이 따르는 어려운 '상업적 주재'를 위해서 애쓰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에 상업적 주재로 들어오고자 하는 대학이 있다면 이는 자국에서 발을 못 붙이는 저질 대학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누가(어떤 학생이) 국내서 외국대학교육을 선택할 것인가? 능력 있는 학생들은 '해외 소비' 유학으로 현지에서 공부하는 길을 택할 것이다. 유학을 가면 우선 24시간이 다 공부하는 시간으로 확보된다. 그리고 캠퍼스 안과 밖에서 책뿐만 아니라 생활을 통해서 그 나라의 문화까지 배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리고 웬만한 능력만 있으면 학문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장학금을 받거나 연구비를 받으며 유학하게 된다. 그래서 능력 있는 유학생은 100% 등록금만으로 공부하지는 않는다. 결국 외국대학이 우리 나라에 들어온다 해도 부실 대학이 들어오고 부실 학생이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모두 경계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이것도 초기에만 속지 않으면 현명한 학생들이 저질 교육을 비싼 값에 사지는 않을 것이므로 저질교육은 결국 남의 나라에 들어가서 망하게 된다. 미국이 일본 고등교육 시장에 들어가서 실패했었는데 한국에 들어와서 또 실패하고 싶겠는가?
 넷째, Mode 4 자연인 주재(presence of natural persons)는 서비스 공급을 위해 자연인이 일국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형태를 말한다. 교수, 직원 등의 인력이동이 자유스럽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국가들이 이 Mode 4 자연인 주재에 '약속할 수 없다(unbound)'고 공표하고 있다(이학천, 2000). 미국도 '약속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프랑스도 시장접근을 제한하여 국적 요건과 역외교육기관의 설립 및 교육행위는 관할 당국의 인가를 받도록 요구하며 이태리도 국가공인졸업장을 발급하도록 권한이 부여된 교육서비스 제공자의 국적 요건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그리스, 덴마크, 스위스도 국적 요건을 요구하고 중국도 국가교육위원회에서 허가증을 받거나 교수의 자격 요건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국가공무원법,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등을 개정하여 거의 개방해 놓은 상태이다. 이제는 초빙공고 등 기타 관행들을 보다 더 면밀히 검토 할 필요가 있다. 이 인적교류는 시장개방의 문제를 떠나서라도 학문발전을 위한 국제화의 측면에서라도 세계 여러 나라들과 함께 더 문을 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인적자원이 해외시장에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길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PAGE BREAK]  이렇게 살펴볼 때 (1)Mode 1의 원격교육의 개방은 앞으로 활발해질 것이고 (2)Mode 2의 해외유학에서는 유학생 유치에 더 힘써야하고 (3)Mode 3에서 본교나 분교 설치보다는 단기과정, 합작과 계약에 의한 경영참여, 프랜차이즈 방식, 학생유치 사무소의 가능성이 더 높은데 여기서 저질대학과 저질 프로그램의 유입을 경계하고, 또 우리 교육의 진출에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4)Mode 4 교육 인적자원 교류는 국제화 측면에서라도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3. 우리의 선택

 지금 까지 살펴 본 고등교육시장 개방에 관한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이러한 선택의 문제는 근본적이고 원론적인 것이어서 교육시장개방을 다루는 초기에 출발점에서 검토했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어떤 일을 하는 중간에서라도 가끔은 출발점으로 돌아가 근본적인 방향감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첫째, 누구를 위하여 개방할 것이냐의 선택이다. 지금까지 우리 나라 모든 학교를 철저히 통제로 묶어 놓았었는데 교육시장개방이라고 하여 외국대학만을 위하여 갑자기 풀어놓으면 기존의 사립학교는 어떻게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외국을 위한 개방보다 먼저 국내대학을 위한 개방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미래를 가정한 개방 보다 먼저 현재 존재하고 있는 많은 대학들을 위해서 개방하려고 해야 할 것이다.
 둘째, 내국민을 불리하게 역차별을 하는 선택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정부는 교육시장 개방을 준비한다고 온통 외국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에 급급한데 외국인을 위한 특례, 특별법, 특구지정은 내국민을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이 되어 우리 나라 내국민이 국내 헌법기관이나 WTO에 우리 나라 정부를 제소하는 웃지 못 할 불행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그것이 실지로 가능한지는 모르지만). GATS가 외국인에게 내국민 대우를 하라고 했지 특혜를 주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외국 우수대학원 유치 추진계획'은 분명히 잘못된 선택이다. 그리고 이 법조문에서 외국'우수'대학원(고등교육법 안 60조⑤)이니 '세계적인 수준의'대학원(고등교육법 안60조④)이니 하여 애매하고 모호한 기준이나 용어를 법조문에서 사용하게 되면 앞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국제적, 국내적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는 셈이다.
 셋째, 고등교육사업을 영리사업으로 인정할 것이냐 아니면 비영리사업으로 놔둘 것이냐의 선택이다. 영리를 완전히 인정하지 않는다면 교육시장 개방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교육으로 자선을 하겠다고 국경을 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과 학교를 100% 영리로만 봐도 더 큰 문제이다. 교육과 학교가 그야말로 모두 시장판, 장사판이 되기 때문이다. 국립과 공립을 제외한 사립을 모두 영리목적으로 하든가, 아니면 사립의 일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게 하여 외국인 설립의 경우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게 한다 해도 '내국인 대우'에서 역차별이 되어 문제이다. 또 우리 나라 정부는 외국인이 들어와서 고등교육으로 돈을 벌어 가지고 나라 밖으로 나가는 것을 용납하거나 권장할 것인가? 그럴 때는 국내 사립학교가 교육 장사를 하겠다는 것을 막을 길이 없게 된다. 우리는 이런 딜레마에서 빠져  나가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넷째, 교육수출과 진출을 위한 개방이냐 아니면 교육수입을 위한 개방이냐의 선택이다. 50여 년 동안 고생하면서 외국에 유학하여 배워 왔으면 이제는 웬만한 교육은 국내에서 소화할 수 있어야 하고 오히려 외국 유학생을 끌어들이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본다. 국비로 그것도 우수하다는 대학원생을 엄청난 돈을 줘서 유학을 보내고 외국의 대학원까지 국비를 들여 끌어오려는 선택을 한다면 우리의 대학과 대학원은 언제 살아날 수 있겠는가? 국내 대학원생에게 국비장학금을 주고 국내대학원을 지원하는 선택이 장기적으로는 발전하는 길이 될 수 있다. 한국 고등교육도 이제 자존심을 찾아야 한다. 한국은 교육열이 높은 교육의 나라가 아닌가? 특수하고 급한 분야만 단기적인 임시 처방으로 외국교육을 수입하여 때우게 하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세계수준의 외국우수대학원을 수입하면 파급효과로 우리 나라 대학원 교육이 발전 할 것으로 믿을 수 있는가? 지금 국내에 경쟁상대가 없어서 우리 나라 대학원교육이 발전하지 못한다고 보는가? 외제 수입보다 국내 대학원을 지원하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국제화를 위한 개방이냐 시장개방을 위한 개방이냐의 선택이다. 우리 나라의 사교육에 해당하는 학원과 성인교육의 일부, 고등교육의 '상업적 주재'의 본교·분교의 설치 등 일부는 영리와 시장개방으로 돌려도 좋겠지만 '국경 간 공급'이나 '해외 소비' '자연인 주재' '공동·협동 프로그램' '학점·학위 상호인정' 등은 충분히 국제화의 측면에서 활발하게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아직도 찬반논란이 있고 변화의 여지가 많은 교육시장 개방의 측면에서만 개방정책을 다루지 말고 교육의 본질에 가까운 국제화의 방향에서 장기적으로 고등교육개방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쉽게 말하면 시장개방은 국제 규범에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만 대응해 놓고 나머지는 가능하다면 '약속할 수 없음'으로 하여 우리 나라 역사 문화를 크게 해치지 않도록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적극적으로 국제화를 위한 노력으로 우리 나라 고등교육의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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