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학교교육 정상화 촉진대회 특강에서, 교사가 좀 더 긴장해서 교육할 수 있도록 교원평가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힘으로써 교원평가제를 둘러싼 논의가 각종 언론의 쟁점기사 또는 토론 프로그램으로 다루어지는 등 주요 교육정책 과제로 부상했다.
2월 17일 발표한 교육부의 ‘사교육비경감대책’에서는 ‘우수교원 확보’를 위한 ‘교원평가체제 개선’을 제시하면서, ‘교직단체와 협의하여 점진적 추진’, ‘교장·교감 및 동료교사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다면평가제 도입’, ‘우수교원에 인센티브 제공’, 교수-학습 지도력 부족교원에 대한 특별연수’, ‘교장평가제 도입’ 등을 제시하고 있다. 2월 22일 KBS 시사토론에서 교육부총리는 구체적 방안은 앞으로 교원단체, 학부모단체들과 협의해 결정해 나가되, 다만 퇴출 등 교원에게 부담을 주는 제도가 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밝혀 교육부의 구상은 아직 구체성을 띠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과 단체는 능력 부족 교원을 퇴출시킬 수 있는 평가제를 상정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평가참여를 당연시하려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교원들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제대로 방향과 방침을 세우지도 않은 상태에서 교원평가제를 제기한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왜 이 시점에서 교원평가제 도입 문제가 급격히 부각되고 있는가. 교원평가제 도입 논의의 배경과 문제점, 평가제 도입의 전제, 논의의 방향과 유의점 등에 관해 살펴본다.
2. 교원평가제 논의 배경 및 문제점
포퓰리즘적 접근 교육부총리의 평가제 도입 발언 이후, 교원평가제가 안고 있는 복합적 함의를 인식하고 매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는 교원들과 교원단체는 언론과 학부모단체들로부터 평가받기를 거부하는 세력으로 비쳐졌다. 교원들이 평가를 안 받겠다고 한 적이 없고, 현재도 옳든 그르든 근무평정을 받고 있는데, 여론은 마치 교원들이 철밥통(?)을 지키기 위해 평가를 거부하는 것으로 몰아가는 듯하다. 명확한 찬·반 대립구도를 좋아하는 언론의 선정적 보도 태도가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교사평가제 도입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에 이해찬 전 장관의 “평가를 통한 부적격 교원의 수업 제한” 발언이 있었고, 2001년 이돈희 전 장관의 “학원강사보다 연구 않는 교사”, “무능력 교사 떠나게 해야”라는 발언이 있었다.[PAGE BREAK]이런 발언들은 교총 등 교원단체의 반발에 따라 취소 또는 사과로 끝났거나, 장관 퇴임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안 부총리가 이런 전례를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매우 의도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나중에 부총리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여론을 한번 떠보자는 뜻도 있었는데, 전에 비해 훨씬 우호적이었다”고 말한 데서 그 의도성은 여실히 증명된다. 따라서 부총리의 여론을 동원한 교원 압박은 일단 성공을 거둔 셈이다.
교육개혁 정책, 특히 교원들의 반대가 예상되는 정책을 미리 여론을 조성하여 압박하는 포퓰리즘적 접근 방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국민의 정부 초기에 촌지교사, 체벌교사 문제 제기 등 여론을 동원한 교단 압박이 결국 교원정년 단축으로 이어졌음을 상기하게 된다. 교원정년 단축을 추진하면서도 교육부는 국민의 다수가 이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수차례 발표하여 교원들의 반대를 누르려 했다. 똑같이 2월17일의 ‘사교육비경감대책’에서, 또 2월 25일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서 교원평가제 또한 각각 73%, 82.8%의 국민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교원정년 단축, 교원평가제를 학부모에게 물으면 그 답이 어떻게 나오리라는 것은 불문가지 아닌가. 왜 교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는 발표하지 않는가.
이런 교원 외곽때리기식 정책 접근방식은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책을 받아들여야 할 당사자인 교원들이 흔쾌히 동의하지 않는데 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교원정년 단축이 교원명예퇴직을 촉발하고, 교원 수급대란으로 이어짐으로써 교육의 파행이 초래되었던 것처럼 교원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개혁정책들 대부분이 심각한 후유증을 파생시켰거나 실패한 데서 쉽게 확인되는 일이다.
정부가 진정 교원평가제를 정착시키려면 교원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퓰리즘적 접근을 지양하고 교원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공교육 부실 책임론 우리 교육은 지금 많은 문제가 있고, 이 점에 있어 국민의 불만이 고조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의 교사평가제 논의는 의도했든 아니든간에 공교육 부실의 상당한 책임이 교원들에게 있음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
오늘의 교육문제에 대해 교원들도 자유로울 수 없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문화, 공교육의 구조와 정책 운영 실패 등에 기인한 바 크므로, 교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식으로 접근되어서는 곤란하다.
우리 교육 부실의 문제는 멀게는 우리 사회의 학벌구조와 학부모의 왜곡된 교육열, 가깝게는 학교교육과 괴리된 대입제도, 학부모나 학생의 다양한 선택적 욕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교육체제의 경직성, 교원정년 단축 등의 정책 실패로 인한 교원부족사태와 사기·자긍심 저하, 교원 1인당 학생수 등 선진국 수준에 훨씬 뒤쳐지는 열악한 교육조건 등 교육 제요인의 복합적 상호작용에서 빚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학교현장 실정과 교원들의 의견을 도외시한 현실성 부재의 정책과 정책의 일관성·안정성의 상실 등 교육위정자와 행정관료들의 능력과 자세가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PAGE BREAK]이런 인식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교원평가제와 더불어 교육부총리 이하 각급 교육행정기관에 대한 평가제를 시행하고, 정책실명제의 강화를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교원평가제 논의의 확산은 결국 총체적 교육 부실의 주된 책임을 교원에게 지우고, 교원을 개혁함으로써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왜곡된 인식을 심화시킬 수 있음에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교원 불신과 교육수요자론 교원평가제를 끊임없이 제기해 온 학부모단체들은, 성추행 교사, 상습적 금품수수 교사, 폭력교사, 무능교사 등을 걸러내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적격교사는 평가로서가 아니라 학운위, 징계위 등을 통해 걸러낼 수 있다고 주장하면, 학부모들은 초록이 동색인 교원들의 온정주의가 걸림돌이 되어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교육의 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원들의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직접 평가권을 가져야 한다는 교육수요자론에 입각한 주장도 가세한다. 학부모단체들은 한발 더 나아가 교원들 스스로 이러한 부적격교사들을 걸러내야만 선량한 다수의 교원들이 설 자리를 찾게 된다고 설득한다. 일견 맞는 말이다. 어떤 집단에서와 마찬가지로 교직에도 문제 있는 교원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학운위 제도가 일반화되어 있고, 휴대폰, 인터넷, 동영상 등 통신매체가 학교와 교실의 벽을 허물고, 그것이 곧바로 언론으로 연결되는, 소위 첨단화된 감시망 속에 부적격한 교사가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왕따 동영상’ 인터넷 유포로 인한 교장 자살사건이 그 단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극소수의 문제교사를 찾아내자고 평가제 하자는 것은 전체 교원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것이다.
몇 년 전 어느 잡지에 소개된 미국의 한 기업의 사례를 읽은 적이 있다. 미국의 모 기업이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일정 평가기준을 설정하여 능력 부족 직원 5%를 퇴출시켰는데, 그 다음해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해 보니 해당자가 또 5% 넘게 나오더라는 것이다. 결국 그 기업은 이런 부적격자를 골라내는 네거티브적 접근 방식이 직원들의 능력과 사기 진작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보고 이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 사례는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이 되어야할 것이다.
또한 한국교총이 교권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확인하고 있는 사실은 금품수수나 폭력, 성추행 등과 관련된 사건 중 사실이 왜곡되었거나 과장되어 교원들이 억울하게 명예 실추와 금품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일단 이런 사건에 한번 연루되어 버리면 진실이 밝혀진 경우에도 잃어버린 위신과 명예를 되찾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교직의 명예와 자존심은 생명과도 같은 것으로 가볍게 여겨져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징계 절차 등을 통해 신중하게 처리되어야지 평가제 형식으로 접근되어질 문제는 아닌 것이다.
교직 경쟁론 교원평가제 논의의 배경에는 교육에서의 시장경쟁론 도입 요구가 깔려 있다.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기관, 학교는 물론 교원도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PAGE BREAK]이런 주장이 탄력을 받는 것은 신자유주의로 표현되는 개방경쟁의 논리가 온 사회 제 분야에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공교육의 부실이 경쟁의 부재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IMF 체제 등 경제환경의 악화로 심각한 취업난이 발생하는 등 사회환경적 요인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온통 세상이 경쟁하고 있고 기업도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사오정(45세 정년),오륙도(56세까지 있으면 도둑놈),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등의 조어가 넘쳐나는 사회인데, 어찌 교원들만 예외일 수 있는가’라는 다분히 질시에 가까운 정서가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사회의 유휴인력들을 경쟁을 통해 교직에 유입시켜야 한다는 교직개방론으로 확장되어 실업자 감축을 위한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탈바꿈되어 나타날 조짐마저 띠고 있다. 이래저래 교직에 대한 경쟁, 개방의 요구는 거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그러나 공교육은 시장경쟁의 원리에 전적으로 맡길 수 없는 인간의 전인적 성장을 본질적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교육에 있어서의 경쟁은 교육적으로 유의미한 경쟁이어야 하며, 특히 타인과의 경쟁보다는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스스로 깨우치려는 자기와의 경쟁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교육에서는 경쟁보다는 성취동기의 자극이 중요하고, 처벌·제재보다는 인정과 격려가 더 의미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의 특성은 교원들의 직업적 안정을 매우 필요로 하는 것이다. 헌법에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의 원리, 교원지위법정주의 정신을 담고 있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3. 교원평가제 도입의 전제
교원평가제가 교원의 노력을 타율적으로 강제하는 효과는 거둘 수 있을 지 모르나, 그것이 곧 교원의 전문성, 교육의 질 제고로 이어지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교원의 교육활동은 사명감, 열정 등 교사 자신의 자발성이 매우 중요한데, 외부의 타율적 통제 형식의 평가는 이러한 자발성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평가제가 일부 능력부족 교원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한다면, 이에 해당되지 않는 대다수의 교원들에게는 별다른 성취 유인가가 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통한 교육의 질 제고가 궁극적 목적이라면 평가제에 앞서 이를 위한 보다 본질적인 정책을 먼저 수행해야 할 것이다. 체계적인 교원의 양성과 임용, 인간의 성장욕구와 평생의 발달 주기를 고려한 자격 체계의 개편, 다양하고 체계적인 현직 연수 프로그램, 연구안식년제 등 다양한 동기 부여대책을 통해 교단 생애를 통해 교원들이 지속적으로 자기발전을 꾀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토대가 마련된 연후에 교원평가제가 논의되는 것이 합당한 순서다. 교육부가 이러한 본질적 노력을 뒤로 한 채, 교원평가제를 먼저 들고 나온 것이 비교적 큰 예산과 노력 없이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면 참으로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과도한 교사 잡무, OECD 국가 평균 수준에 훨씬 뒤쳐지는 교원 1인당 학생수 등 교육여건의 개선도 선행되어야 할 과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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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교원평가제 논의의 방향과 유의점
교원평가의 본질적 한계 평가는 타당성, 객관성과 공정성이 전제되어야 하나 교원평가에 있어서는 교육활동의 특성에서 오는 본질적 한계가 적지 않다. 교원들이 평가에 부정적인 것은 평가 그 자체를 반대해서라기보다는 교육활동 평가에서 객관성, 공정성 확보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기업체나 행정직은 확실한 위계 속에서 업무수행 내용이 비교적 잘 파악되고 실적이 드러나게 된다. 그러나 교육활동은 순간순간의 상황 속에서 선택적으로 이루어지며, 교사요인, 학생요인, 교육환경과 여건 등 다양한 변인에 의해 교육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교육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거나 오랜 기간을 두고 서서히 나타날 수 있는 등의 특성을 갖고 있다. 즉, 수업을 중심으로 한 교원의 교육활동 상황은 다른 사람이 파악하기가 용이하지 않고, 수업의 질이 교사의 학교 내에서의 역할, 수업시수, 담당업무의 양 및 난이도 등에 영향받게되며 교육의 효과도 교사의 태도, 전문적 능력, 열정, 교육방법과 기술뿐 아니라 학교나 교실의 환경, 학생의 환경적 요인(가정형편, 학업성취 수준, 태도, 요구 등), 학급 내 학생간 능력 및 특성 차이 등 복잡한 변인에 의해 결정되게 된다. 이에 따라 교사의 업무도 불확실성, 다측면성, 상황우발성, 동시다발성, 실제성과 개별성, 유동성, 기대치의 상이성 등이 특징으로 나타나고, 이 때문에 교원의 직무를 표준화하기도 용이하지 않다. 결국 학교교육에서 평가와 실적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일류 학교 입학실적 등 외형적 성과에 치중하게 되어 교육을 왜곡시키거나 부작용이 크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의 교원 근무평정에 대한 불만 중의 하나가 수업보다 행정업무 잘하는 사람이 유리하다는 주장도 외형적 성과에 경도될 수밖에 없는 교원 평가의 한계를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금 우리의 학교가 처해 있는 교원집단 내부의 갈등적 문화와 풍토도 깊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에 치우쳐 현실을 도외시해서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교원평가는 매우 신중한 자세로 점진적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학생·학부모 참여의 문제점 교육에 있어 학생의 학습권은 핵심적 권리이며, 학생의 인격은 교육활동 전반에 걸쳐 존중되어야 한다. 물론 그 친권자로서 대위적 관계에 있는 학부모도 당연히 교육에 있어 주요한 권리자에 속한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와 의견을 존중하고 교육에 반영하는 일과 이들이 직접 교원평가권을 갖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이다.
우선 교사는 교육전문가로서 국가로부터 자격을 부여받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바탕한 전문성으로 교육적 판단을 내리고 활동을 수행하는 자이다. 의사와 약사의 처방, 변호사의 변론, 법관의 판결을 외부에서 쉽게 평가할 수 없듯이 전문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원의 교육활동을 외부에서 평가하려는 것은 교직의 전문성에 대한 부정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물론 교원은 전지전능하지 않고 학식면에서 모든 학부모보다 뛰어난 것은 아니다.[PAGE BREAK]그러나 교원의 전문성을 부인하는 차원에서 교육을 바라보면 학생과 교원의 교육적 관계는 성립되기 어렵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교원의 자질과 전문성이 미흡하다고 주장할 수 있겠으나, 이 문제는 보다 엄격한 교원양성·임용과 자격관리, 현직연수 등 교원정책을 재정비하고 강화하는 차원에서 다루어지는 것이 합당하다.
둘째, 평가자는 적어도 평가자로서의 전문성과 도덕적 책임성이 있어야 하는데, 학생과 학부모가 이런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물론 평가의 의미를 단순히 학생이나 학부모의 반응을 체크하는 정도로 간주한다면 모르겠지만, 그것이 보상이나 불이익의 근거로 작용하거나 인사자료로 반영될 경우는 평가자의 전문성과 책임성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셋째, 초·중등 학생은 그 성숙 단계로 볼 때, 아무래도 교사에 대한 호·불호의 감정이나 취향 그리고 자신의 학습 수준과 기대에 따라 생각과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의 사회 분위기로 볼 때 웃기거나, 잘생겼거나, 멋있는 탤런트적 기질을 잣대로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교사가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적용해야 하겠지만, 때로는 학생들이 싫어하는 것도 교육적 판단에 따라 강요할 수도 있어야 할 것이다. 학생들과 학부모의 평가는 교사의 소신있는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인기영합적 교육 분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학교가 학부모들의 보이지 않는 압력 속에 내신 부풀리기나 무소신 추천, 과외형 보충수업 실시 등 입시위주 교육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학생·학부모들의 교원평가권 부여는 학교 교육을 더욱 왜곡시키고 교원들의 책임의식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 밖에도 지역별, 학교별, 학급별 상황에 따라 교원에 대한 기대가 다를 수 있다는 점, 학부모의 경우 교원에 대한 정보를 간접 취득할 수밖에 없는 한계점, 평가자의 다수에 따른 결과의 왜곡 가능성 등도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여겨진다.
외국에서도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원평가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는 적고, 교육행정 전문가, 교장, 동료교사 등이 참가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며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한 장학적 목적이 강하다.
새 교원평가제의 형식 및 활용 문제 새 교원평가제의 평가방식도 많은 논란거리다.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식 중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 일부 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새 평가제가 교원의 자기계발 촉진을 위한 절대평가식이 된다면, 이를 현행 승진제도 하에서 승진평정 요소로 반영하는 것이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다면 현재 상대평가형 근무평정제와 절대평가형의 새 제도를 이원적으로 운영할 것인가, 승진·전보·보상·제재가 전제되지 않는 절대평가식 평가제가 실효성이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이 계속 이어진다. 더욱이 교육부총리가 2월 22일 KBS 토론에서 교원에게 부담을 주는 퇴출 기제가 안 되게 하겠다고 하고, 2월 17일 사교육비경감대책 보도자료에서는 경쟁기제, 통제기제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는 것을 보면, 절대평가식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다.[PAGE BREAK]그러나 교원에 대한 긴장감 조성, 우수교원에 인센티브 제공, 지도력 부족 교원에 특별연수 등을 함께 제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상대평가식이 불가피해 보이는 등 종잡기가 쉽지 않고 이런 내용을 다 수용할 수 있는 평가제가 과연 가능한 것인지도 의문시된다. 형식과 활용을 둘러싼 문제도 결코 가볍지 않음을 보여 준다.
5. 맺는 말
새 교원평가제 도입을 바라는 사람은 대부분 이를 통해 교원의 전문성 향상과 교육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교원의 전문성이나 수업의 질은 미흡한 교사들을 분발시키는 자극 작용만으로 확보되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못하는 교사들은 잘하게, 잘하는 교사들은 더더욱 잘하도록 격려되어질 때 전체적으로 교원의 전문성과 수업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교원평가제에 앞서 유능한 인재를 키우는 교원 양성과정 및 임용체계, 다양하고 내실있는 현직 연수프로그램의 제공, 자발적인 전문성 향상 노력을 격려하고 유인하는 자격체계와 적정한 유인책 등의 정책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이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교원평가제가 교단의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과장되어서는 안 된다. 교원평가제는 교원의 자발성과 창의적 노력을 빼앗을 수 있고, 교육활동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는 등 다량의 독약 성분이 함께 들어있는 정책과제임을 교육당국이나 학부모, 사회는 깊이 인식하여 당사자인 교원들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가운데 진지한 자세로 평가제를 논의해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