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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한 교원평가여야 하나

교사의 전문성 신장에 기여할 수 있는 합리적 교원평가제도 마련을 위해 교육관련 당사자의 성의있는 자세와 참여가 요구된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교사평가제가 도입되기 위하여, 합리적이고 공정한 평가조건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교사들이 본질적인 교육활동에 더욱 전념할 수 있는 조건이 조속히 마련되도록 정책적인 노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이윤식 / 인천대 교수



머리말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지난 2월 2일 서울시교육청 주관의 ‘학교교육정상화 촉진대회’에 참석해 교사평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후, 교사평가제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매스컴을 통한 보도와 인터넷 사이버 공간을 통해 제시된 의견 등을 종합해 보면, 대체로 사회일반의 여론은 교사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에서는 그 필요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설령 필요성은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현 교육여건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학부모단체에서는 반드시 도입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실 교사평가제가 우리 나라에 전혀 없던 것이 아니다. 이미 교육공무원승진규정에 명시되어 있는 대로 근무성적평정이라는 명칭으로 교사평가가 시행되어 오고 있다. 매해 연말에 공립학교 교사들은 교장·교감에 의하여 1년간의 근무실적, 근무수행능력 및 근무수행태도 등을 평가받는다. 사립학교 교사들도 공립학교 교사들에 준해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현재 활용되고 있는 근무성적평정이라는 제도와 별개의 새로운 제도로서 교사평가제를 만들어 두 가지를 병행 운영하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키는 일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현행의 근무성적평정이라는 명칭으로 존재하고 있는 교사평가제를 진단해 보고, 교육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과제를 점검해 보고자 한다.

교사평가제의 목적

우리 나라에서 교사평가는 흔히 근무성적평정이란 용어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이는 조직 구성원의 직무수행 능력과 업적을 판정하고 기록하는 절차, 곧 조직 구성원의 과거 및 현재의 성취를 그의 환경배경에 비추어 평가하고 조직을 위한 장래의 잠재력을 판정하는 절차라고 규정할 수 있다(서정화, 1994).
교사평가 내지 근무성적평정은 첫째, 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조장하는 목적을 갖는다. 교사평가는 교사가 담당하고 있는 직무를 잘 수행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직무 수행이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며 직무를 보다 잘 수행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자질과 능력을 점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 이를 높이기 위하여 필요한 교육과 연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여 궁극적으로 교사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려는 미래중심의 적극적인 목적을 갖고 있다. 이러한 교사평가는 대체로 형성평가의 성격을 띠게 된다.[PAGE BREAK]둘째는 교사의 직무 수행과 관련된 책무성을 확인하는 목적을 갖는다. 교사평가의 결과는 승진·전보·전직·보수·상벌 등 인사관리의 합리적인 근거와 자료로 활용된다. 외국에서는 자질이 부족한 교사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인사상의 조치를 취하는 데 있어서 교사평가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즉 교사의 업무 실적과 능력을 파악하여 이에 따른 보상을 하기 위한 객관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과거 중심의 소극적인 목적이다. 이러한 교사평가는 대체로 총괄평가의 성격을 띠게 된다.
후자의 교사평가 목적, 즉 교사의 직무 수행과 관련된 책무성을 확인하는 목적은 궁극적으로 교사의 존재 이유, 즉 교육활동에 있어 보다 높은 전문성 발휘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부차적인 목적이 된다. 교육활동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교사평가의 궁극적인 목적은 교사 개개인의 전문성을 높여 보다 효과적으로 교육활동을 수행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위 두 가지 목적 중에서 우리 나라의 경우는 후자의 목적이 강조되고 있다.

교사평가제의 현황

우리 나라에서 교사평가는 교육공무원승진규정 제18조에 의해 근무성적평정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공무원승진규정에 따르면 승진후보대상자는 경력평정(90점), 근무성적평정(80점), 연수성적평정(30점)을 받도록 되어 있으며, 그 밖에 가산점을 합한 점수를 교육공무원 승진을 위한 점수로 활용한다.
이 중에서 근무성적평정의 내용은 교사용, 교감용, 장학사·교육연구사용으로 구분되어 있다. 교사의 근무성적평정은 ‘자질 및 태도’ 24점(교육자로서의 품성 12점, 공직자로서의 자세 12점), ‘근무실적 및 근무수행능력’ 56점(학습지도 24점, 생활지도 16점, 교육연구 및 담당업무 16점)으로 배점하고 있다.
교사들은 매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교육공무원자기실적평가서’를 작성하여 제출한다. 교장·교감은 교사가 제출한 교육공무원자기실적평가서를 참작하여, 교사의 근무실적, 근무수행능력, 근무수행태도를 평가하게 된다. 교사에 대한 근무성적평정은 교감이 평정자, 교장이 확인자가 되어 실시된다. 세부적인 근무성적 평정요소마다 수, 우, 미, 양의 등급과 점수를 매기도록 되어 있다. 교사의 근무성적평정(80점 만점) 결과는 수(72점 이상, 20%), 우(64점 이상 72점 미만, 40%), 미(56점 이상 64점 미만, 30%), 양(56점 미만, 10%)으로 분포비율에 따라 평정하도록 되어 있다. 양은 미에 합산할 수 있다. 근무성적의 총점은 80점을 만점으로 하되, 평정자의 평점과 확인자의 평점을 각기 50%로 하고, 평정자와 확인자의 점수를 합산하여 산출하도록 되어 있다. 근무성적평정의 결과는 전보·포상 등 인사관리에 반영하고 공개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

교사평가제의 진단과 과제

첫째, 교사평가의 목적이 전적으로 승진대상자 선발이라는 인사결정을 위한 목적에만 한정되어 있으며, 교사가 수행하는 교육활동의 질 개선, 수업활동의 질 개선과 무관한 교사평가인 점은 개선되어야 한다.[PAGE BREAK]현재 우리나라에서 교사평가가 근무성적평정이라는 이름으로 교육공무원승진규정에 포함되어 있으며, 승진대상자를 선정하는 주요 변인으로 활용되고 있다. 승진대상자 심사년도를 기준으로 과거 2년간의 근무성적평정 결과를 반영하게 되는 제도로 인하여 이 기간 동안 ‘1등 수’를 받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승진대상자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승진에 관심이 많은 교사들간에는 ‘1등 수’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여 갈등과 불화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젊거나 승진에 관심이 없는 교사들에게는 교사평가가 고경력자나 승진대상자의 점수관리 과정일 뿐 자신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연례 행사이다. 자신의 교육활동이나 업무수행 결과가 근무성적 평정에 반영되지 않고, 승진대상자나 고경력자에게 우선적으로 좋은 평가가 부여된다는 생각에 자신에 대한 평가 결과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사립학교 교사들의 경우는 승진기회 자체가 제한되어 있는 관계로 근무성적평정은 의미가 없다.

교육의 질 개선에 평가목적 초점 둬야
교사평가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교사가 해야 할 본질적인 업무인 학습지도, 생활지도, 학급경영 등을 보다 잘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교사의 자질과 능력을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며, 필요한 교육과 연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여 실력있는 교사가 되도록 도와주는데 있다. 아쉽게도 현재의 교사평가는 전혀 그러한 기능과는 무관하게, 누가 승진대상자가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능만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하겠다.
승진대상자를 선정하는데 근무성적평정 점수를 심사 직전 2년 기간에 한정하여 반영하는 것도 문제이다. 평상시에 성실하지 않아도 심사 직전 2년 동안 만난 교장·교감과 좋은 인간 관계를 유지하고, 속된 말로 충성·봉사하면 ‘1등 수’ 받아 승진대상자가 될 수 있는 것이 현행 제도이다. 교장·교감의 입장에서도 누구에게 ‘1등 수’를 주어야 무효표가 되지 않고, 자기 학교에서 교감승진대상자가 나올 수 있는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평상시에 성실하게 근무하는 교사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인정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승진 심사 직전 2년 동안 다른 조건들을 충족하고 ‘1등 수’를 기다리는 교사들에게 우선권을 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승진 심사 직전 2년 동안만의 근무성적평정 결과를 반영할 것이 아니라, 교감자격 직전 자격인 1급 정교사 자격 취득 이후, 승진심사 직전까지 전체 기간 동안 매해 받은 근무성적평정 결과를 평균하여 승진대상자 심사에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즉 승진 직전 2년 동안 과도하게 근평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이로 인하여 교장·교감과 교사 간에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인 상하종속 관계가 성립되는 것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평상시에 자신이 맡은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해 온 결과를 반영하자는 것이며, 이러한 제도적 개선을 통해 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교직풍토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현재 교사평가가 교사가 도달하거나 성취해야 할 바람직한 수준이나 행동을 기준으로 하여 교사를 평가하는 절대평가가 아니라, 교사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어느 수준인가를 평가하는 상대평가인 점은 개선되어야 한다. 상대평가는 교사평가의 결과를 인사관리를 위하여 활용하는 데는 매우 편리하다.[PAGE BREAK]그러나 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지원·권장하기 위하여 교사의 교육활동, 수업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에 있는가, 교사의 장점과 부족한 점이 어느 면인가 하는 정보를 주는 데는 매우 취약하다. 앞에서 교사평가의 목적으로 지적한 전문성 향상을 조장하는 목적은 모든 교사들이 능력있는 교사 실력있는 교사가 되는 방향을 추구한다. 전체 교사들 중에서 20%, 혹은 60%만 능력있는 교사라고 전제하는 상대평가는 모든 개인의 잠재적 능력을 개발한다는 교육의 본질에 비추어 보아서도 비교육적이다.

평가결과는 본인에게 공개하자
셋째, 교사평가가 학습지도, 생활지도, 학급경영 등의 질 개선, 즉 교사의 전문성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포함한 평가결과를 알아야 됨에도 불구하고, 평가결과가 비공개로 되어 있어 자신에 대한 평가결과를 알 수 없는 것은 개선되어야 한다. 교장·교감이 평가한 결과, 자신의 학습지도·생활지도·학급경영 등에서 어떤 측면을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를 받았는지? 자신이 잘하고 있는 점은 무엇인지? 부족하고 개선이 요망되는 점은 무엇인지? 부족한 점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교사 자신의 전문성 신장을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 교장·교감은 교육계 선배로서 그간 오랜 교직생활을 통하여 습득한 좋은 지식, 기술, 정보, 아이디어, 경험, 도움, 조언 등을 토대로 하여 교사들의 전문성 개발을 위해 지도성을 발휘해야 한다. 교사평가를 통하여 평가받은 교사들에게 장·단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는 교장·교감이 행사하는 수업지도성(instructional leadership)의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우리 나라와 사회적·문화적 배경이 다르기는 하지만 미국의 예를 들어본다. 미국의 경우에는 교사평가의 목적으로 앞에서 정리해 본 ‘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조장’과 ‘교사의 직무 수행과 관련된 책무성을 확인하는 목적’ 2가지를 모두 중요하게 활용하고 있다. 먼저 교사평가는 교사계약 및 교사자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교사 임용계약을 맺거나 임용을 갱신하는 것, 상위의 교사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철저하게 해당 교사에 대한 근무실적, 근무수행능력, 근무수행태도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동시에 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조장하기 위하여 평가과정에서 평가자와 교사 간에 협의가 중요하게 이루어진다. 특이한 점은 한국과 달리 미국 교사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 결과를 확인해 볼 수 있다. 교사들은 교장이 작성한 자신들에 대한 교사평가서에 서명하고, 사본을 1부 전달받도록 되어 있다. 교사평가서에 서명한다는 것은 평가결과를 인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평가결과를 교사가 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The teacher’s signature does not indicate approval, but merely that it has been reviewed as set forth above.). 교장과 교사는 공동으로 평가결과를 검토하도록 되어 있다. 미국의 위스콘신 주 매디슨 교육구의 예를 들면, 교장은 교사평가 결과서에 구체적으로 다음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 ①교사의 장점과 약점에 대한 분석 및 장점과 약점의 구체적인 예 제시 ②필요한 경우에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 ③교실 수업의 보완을 위해 교사와 교장에 의해 이루어진 구체적인 활동에 대한 진술 등이다.[PAGE BREAK]미국에서 교사평가는 『Teacher evaluation policy: From accountability to professional development(Duke, 1995)』라는 책의 제목이 시사하듯이 교사를 평가하여 결과에 따른 책무성을 묻는 것보다는, 평가를 통하여 교사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평가자와 교사 간에 진지하고 의미 있는 상호협의가 이루어져, 궁극적으로 교사의 전문적 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교사평가 결과는 평가받은 당사자에게는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 교사가 평가결과에 대하여 승복하지 않고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교장·교감의 입장에서는 어려움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교사의 전문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교사평가제가 자리를 잡으려면 교장·교감의 입장에서 객관적이고 타당한 교사평가에 임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높이고 수업지도성을 효과적으로 행사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넷째, 교사평가에서 교사의 본질적인 활동인 학습지도, 생활지도, 학급경영 등에 대한 평가 비중을 더 높이고, 평가 내용도 보다 많은 항목으로 구체적이며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도록 개선할 필요성이 높다. 2002년 6월에 개정된 교사 근무성적평정 내용에서는 평정 요소별 배점 비율은 종전과 동일하지만, 종전에 비하여 평정 내용을 다소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은 진일보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교사평가가 교사의 전문성 향상에 기여하는 평가가 되기 위해서는 학습지도, 생활지도, 학급경영 등에 대한 평가에 보다 높은 비중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평가 내용도 보다 구체적이고 설명적인 용어로 진술하여 가능한 한 객관적인 평가가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교사 발달단계 고려한 평가 필요
다섯째, 교사의 성장·발달 수준이나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서 교사들간에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인 평가도구를 사용하여, 초임교사와 경력교사, 보직교사와 일반교사 등의 차이를 교사평가에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개선되어야 한다. 교원교육 분야에 ‘교사발달’이라는 중요한 연구 주제가 있다. 초임교사로서 교직생활을 시작하여 교직 경력을 쌓아 가면서 퇴직에 이르는 전체 기간 중에 교사로서 필요한 여러 영역과 관련하여 가치관, 신념, 태도, 지식, 기능, 행동에 있어 보이는 양적·질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용어가 ‘교사발달’이다. 교사의 전문성 향상에 기여하는 교사평가가 되도록 교사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이에 적절한 다양한 평가도구가 활용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교사발달에서의 차이뿐만 아니라 담당하고 있는 업무 면에서도 보직교사와 일반교사 간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는 바, 이를 고려한 평가도구가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 교사를 평가할 때 교사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①초기 교사능력개발 단계 ②전문적 성장단계 ③세부 교사능력개발 단계 등으로 구분하여 평가 계획을 세울 것으로 제시하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Danielson과 McGreal, 2000).
여섯째, 교사들의 학습지도, 생활지도, 학급경영 등에 대하여 동학년 교사들 혹은 동교과 교사들이 비교적 더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행과 같이 전적으로 교장과 교감이 주도하는 교사평가제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PAGE BREAK]중등학교의 경우에는 교사들이 담당 전공교과를 지도하기 때문에 교장과 교감이 다양한 전공교과 교사들의 교육활동, 수업활동을 충분히 평가하여 그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초등학교의 경우에도 대규모 학교의 경우 많은 수의 교사들에 대하여 교장과 교감이 비교적 자세한 교사평가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교장과 교감이 파악하지 못한 교사 개인의 학습지도, 생활지도, 학급경영 등에 대하여 늘 함께 접촉하는 동료교사들이 더 잘 파악하고 있다고 하겠다. 학년부장이나 교과부장 등과 같이 교사들에 대하여 지도성을 발휘하고 있는 부장교사들을 교사평가에 참여시키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교사들에게 연수하는 기회, 혹은 교육대학원 강의시간에 교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하곤 한다. ①현재 근무교의 동료교사들 중에서 나의 자녀의 담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교사는 전체 교사 중 몇 명 정도인가? ②나의 자녀의 담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교사는 어떤 교사인가? ③현재 근무교의 동료교사들 중에서 나의 자녀의 담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교사는 전체 교사 중 몇 명 정도인가? ④나의 자녀의 담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교사는 어떤 교사인가? ⑤나는 현재 근무교의 동료교사들이 자신의 자녀의 담임이 되었으면 하는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 중 어느 쪽에 속하는 교사로 볼 것인가? 중요한 질문들이다.

‘자기실적평가서’ 내용 보완을
교사들의 반응을 정리하여 본 결과, <표>(<새교육> 2004년 4월호 40쪽 참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신의 자녀의 담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보는 동료교사는 현재 근무교 교사 전체의 28% 정도, 자신의 자녀의 담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보는 동료교사는 현재 근무교 교사 전체의 9% 정도로 나타났다. 담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이유로 제시된 상위 10가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자상(따뜻한 성품)하다’(17.6%), ‘학습지도를 철저하게 한다’(10.6%), ‘끊임없는 자기개발을 한다’(7.0%), ‘아이들의 능력개발을 위하여 노력한다’(6.3%), ‘본인의 업무수행에 충실하다’(5.6%), ‘아이들을 존중(배려)하고 격려한다’(5.6%), ‘항상 활기있고 밝은 모습을 지녔다’(5.6%), ‘생활지도에 충실하다’(5.6%), ‘교사로서 적당한 카리스마를 지녔다’(5.0%), ‘아이들을 편애하지 않는다’(5.0%) 등이었다. 담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유로 제시된 상위 10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권위적이고 독단적이다’(15.9%), ‘아이들에게 심한 체벌을 한다’(8.7%), ‘교사로서의 자질과 신념이 부족하다’(7.1%), ‘언어사용이 부적절하다’(7.1%), ‘본인의 잡무(대학원 공부, 주식, 부동산 등)로 인하여 학급 일을 소홀히 한다’(7.1%), ‘아이들을 편애한다’(7.1%), ‘본인의 승진에 지나친 신경을 쏟는다’(4.8%), ‘아이들에게 자상하지 않다’(4.8%), ‘감정의 조절이 되지 않는다’(4.0%), ‘출장이 잦다’(4.0%) 등이었다.
교사가 가끔 자신도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의 입장에서 위에서 제시된 5가지의 질문을 중심으로 하여 교사 자신과 동료교사들을 돌아보면서 바람직한 모습의 교사가 되기 위하여 스스로 노력하고, 동료교사들을 격려하고 조언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PAGE BREAK]근래에 미국의 교사평가에 있어 교육행정가에 의한 평가뿐만 아니라, 동시에 교사의 자기평가(self-evaluation), 동료교사로부터의 평가(peer evaluation)가 비교적 확대되어 가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때 교사평가는 총합평가(summative evaluation)의 개념보다는 성장지향적인 평가(growth-focused evaluation: Beerens, 2000), 즉 형성평가(formative evaluation)의 개념이 강하다.
일곱째, 전반적인 교육활동보다는 행정적인 담당 업무 실적을 피상적으로 평가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교육공무원자기실적평가서’의 평가 내용은, 교사의 전문성 신장이나 업무 수행 능력 향상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담당업무 영역뿐만 아니라, 교사의 학습지도, 생활지도, 학급경영 등의 전 영역을 포함하여 자기평가를 할 수 있는 평가도구가 활용되어야 한다. 교사들 스스로가 자신의 교육활동을 평가해 보는 활동은 비교적 부담감 없이 실천할 수 있는 활동으로서 효과가 높다. 교사가 자기를 평가해 보는 활동은 2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째, 교사 스스로 교사평가 체크리스트를 이용하여 자신의 교육활동을 평가·분석하여 자기반성·자기발전의 자료로 삼는 방법이 있다. 둘째, 자신의 수업지도, 생활지도, 학급경영 등에 관련하여 학생들과의 면담이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하여 자기반성·자기발전의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을 적절히 활용하면 교사 자신의 전문성 신장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법적으로 규정된 ‘교육공무원자기실적평가서’의 내용을 보완하여 활용하도록 하고, 동시에 제시된 2가지 자기평가 방법을 활용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덟째, 시대적·사회적 변화에 따라 학교경영과 교육활동에 교육수요자의 참여가 확대되어 가는 추세에 비추어 볼 때, 현재와 같이 교사평가에 학부모와 학생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점은 개선되어야 한다.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학부모와 학생의 의사를 교사평가에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학생들은 교육전문가, 수업전문가라고 하는 교수와 교사가 자신의 교육활동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다. 교사들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교육활동, 수업활동을 지켜보는 학생들은 교사들의 장점과 단점에 대하여 나름대로 의미있는 판단을 하고 있다. 비록 그 판단이 미숙하고 주관적인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교사는 그들의 눈높이에서 그러한 판단을 존중하고 교육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자신의 교육활동, 수업활동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된다. 이미 대학에서는 교수에 대한 강의평가가 일반화되어 있다. 평가결과는 인사에도 반영된다. 그러나 인사 반영 여부를 떠나서 교수가 자신의 강의 내용, 강의 방법 및 진행 과정, 강의 태도 및 스타일 등을 개선하는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교사들도 스스로 자기발전을 위하여 열린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을 비추어 보는 선생님이 되도록 권유하고 싶다(이윤식. ‘거울을 보는 선생님이 됩시다.’ 「교육마당21」, 2002. 5).
물론 이와 같이 학생들을 통한 교사의 자기평가 활동은 교사 스스로 자기발전을 위한 정보 수집·활용 차원에서 권장하는 것이다. ‘교육공무원자기실적평가서’의 한 부분으로서 교사들에게 연말에 한 학급 정도의 학생들에게 평가를 받아 그 결과(예: 평가 결과 요약, 느낀 점, 자기개발 노력 등)를 제출·보고하도록 하는 정도에서 권장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교사평가 결과를 대학 교수의 경우와 같이 인사에 반영하는 것은 미성숙한 존재인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되어 바람직하지 않다.[PAGE BREAK]학부모들은 자녀들에 대한 교육의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다. 국가는 학부모를 대신하여 학교를 설립·운영하고, 교사를 채용하여 교육활동을 수행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당연히 학부모들도 자신들의 자녀를 교육하고 있는 교사들의 교육활동에 대하여 정당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통하여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학부모들이 교사평가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다음 2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교사들이 연말에 한 학급 정도 학생들의 학부모들에게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하여 좋다고 생각되는 점,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점 등에 대하여 의견조사를 하도록 권장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의견조사의 결과(예: 반응 결과 요약, 느낀 점, 자기개발 노력 등)를 ‘교육공무원자기실적평가서’의 한 부분으로 제출·보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방안은 교사의 자기발전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권장된다.

학부모·학생 평가는 참고 사항에 그쳐야
다음은 교사로서 현격히 부적격자로 판단되는 문제(예: 교육에 장애가 되는 심신 이상 문제, 심리 이상 및 성격 장애 문제, 성추행·성희롱 문제, 부정·부패 등 비도덕적 문제, 교육자로서 부도덕한 사생활 문제, 폭력적 체벌 문제 등 포함)에 대하여 학부모로부터 의견을 듣는 수준에서 평가를 받는 방안이다. 이러한 평가결과는 신중하게 그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서 인사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방법과 둘째 방법을 병행하여 활용하여도 될 것이다.
교실붕괴, 학원폭력, 왕따 등으로 표현되는 매우 어려운 교육 현상으로 인하여 학교교육과 교직사회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은 높아만 가고 있다. 물론 그러한 문제의 책임이 전적으로 교직사회에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교육행정기관, 그리고 학부모를 비롯한 사회일반인들 모두가 직접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다. 교사들이 본질적인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수 축소, 수업시수 경감, 잡무부담 경감, 처우 개선 등을 포함하여 교사들의 근무조건 개선이 요구된다는 점은 인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교육문제의 중심에 교직사회가 있다는 점에서 학부모들의 불신에 교직사회가 적지 않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점차 개방화·다원화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서 학부모들의 교직사회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교사로서 새로운 권위를 세우기 위하여 합리적인 교사평가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사회적 요구인 것 같다.

맺는말

교사의 전문성 신장에 기여할 수 있는 합리적인 교사평가제도가 마련되기 위하여 중앙 및 지방 교육행정기관, 교장, 교감, 교사, 교원단체, 학부모, 교육연구전문가 등 관련되는 이해당사자 모두의 진지하고 성의있는 자세와 참여가 요구된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교사평가제가 도입되기 위하여 합리적이고 공정한 평가조건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교사들이 본질적인 교육활동에 보다 전념할 수 있는 조건이 조속히 마련되도록 정책적인 노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현재 매우 어려운 교육상황에 처해 있다. 이럴수록, 교육활동의 중심에 서 있는 교사들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높아져 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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