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평가 제도의 성패는 평가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하는 데에 따라 많이 좌우될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제도의 시행을 위해서는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누가 평가의 목적을 정할 것인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 틀림없다. 지금까지 교원과 관련된 많은 교육정책이 교육당국의 의지에 따라 그 목적이 설정되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이 제도의 시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당사자인 교사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원평가제 도입의지를 밝히자 교육계는 물론 많은 국민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현재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사교육의 팽창문제가 공교육의 부실 때문이라는 원망을 하고 있고,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라는 조사보고가 발표되고 있는 시점에서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당국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세간에서는 교원평가가 교육의 질적 개선에 어떻게 작용하는가보다는 동료교사를 평가자로 하느냐 아니면 학부모나 학생도 포함하느냐를 가지고 논란을 벌이고 있고, 동시에 평가 결과를 활용하여 부적격 교사를 퇴출하는 장치로 할 것이냐의 논쟁도 벌이고 있다. 여기에서는 교원평가의 방법 측면에서의 문제점을 진단해 보고 합리적인 교사평가제도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다면평가방식이 기존 문제점 극복해 줄까
새로운 교원평가제도의 도입과 관련하여 가장 뜨거운 논란이 있는 부분이 다면평가제도의 도입이다. 언론의 보도를 보면 교육당국은 우선 동료평가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고, 일부 교육관련 단체에서는 학부모와 학생의 참여를 주장하고 있다.
동료평가 동료가 평가할 경우, 평가대상자인 교사와 늘 같이 일을 하고 있어서 비교적 잘 알고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교장과 교감만이 평가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동료평가에서는 평가자의 책무성 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평가자가 평가한 결과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평가자가 평가주체인데 주체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평가는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료이기 때문에 냉정한 평가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유교적 전통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동료간의 신의를 중시한 나머지 다른 동료를 나쁘게 평가할 때, 일종의 배신행위로 여기는 문화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한솥밥을 먹으면서 그렇게까지 할 수야 있나’ 라든지, 아니면 ‘그래도 내가 모시고 있는 부장 선생님인데, 내가 배신할 수야 있나’ 등등의 정서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PAGE BREAK]또 다른 측면으로 동료교사가 평가자로서의 안목을 갖추고 있느냐의 문제도 있다. 실제로 일부 학교에서는 현행의 근무평정제도에서도 동료평가를 첨가하여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의 경험을 들어보면, 동료이기 때문에 잘 알고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좁은 시각으로만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즉, 학교 전체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보지 못하고, 자기의 동료로서의 역할만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동료평가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평가자로서의 공정성, 그리고 평가자로서의 안목을 여하히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학생 및 학부모평가 학생은 교장이나 동료교사가 자세히 볼 수 없는 교실 내 상황을 비교적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고, 학부모는 평가참여를 통하여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갖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평가자로서의 책무성이 문제가 될 수 있고, 그런 면에서는 동료평가보다도 더 심각한 단점이 된다.
특히 학부모와 학생은 요구 사항이 개인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우려된다. 그리고 평가자로 훈련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단점이 되며, 동시에 일반적으로 집단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평가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가 된다. 또한 우리 나라의 상황에서 크게 우려되는 것은 평가로 인한 반대급부를 두려워 한다는 점이다. 즉, 학부형이 담임선생님을 평가하면서 혹시 나쁜 점수를 주면 나중에 우리 아이에게 해가 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한계들 때문에 교사평가제도가 비교적 발달되어 있는 미국에서도 다면평가가 갖는 이론적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와 학생의 교원평가 참여 사례는 많지 않다. 미국교육연구소가 909개의 교육구(우리 나라의 지역교육청 수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사평가에 학부모가 참여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제도가 전체의 1%, 학생 평가는 3%, 동료 평가가 6%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Stronge, 1997).
그러므로 학생이나 학부모가 평가자로 참여할 때는 그들의 평가결과를 전적으로 활용할 것이 아니라, 평가의 일부분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합리적인 교사평가제도는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교사평가제도가 합리적이기 위해서는 합리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 핵심적 요건은 기술적·경제적·법적·사회적·정치적 합리성이다(신상명, 2003).
기술적 합리성 기술적 합리성이란 목표에 대한 수단의 정확성을 의미한다. 즉,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가 분명하고 뚜렷하고 참여하는 사람들 간에 합의를 이루어야 하며 목표와 수단 간의 인과관계를 분명히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세간에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새로운 교원평가제도가 어떤 모습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나, 교육당국에서는 교원의 전문성 높이는 일에 활용하겠다고 하고, 학부모단체에서는 부적격교사를 퇴출하는 데에도 활용했으면 하는 것 같다.[PAGE BREAK]그러나 이 양자간에는 평가수단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매우 큰 차이가 있으며, 매우 다른 접근법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이 제도의 성패는 평가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하는 데에 많이 좌우될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제도의 시행을 위해서는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누가 평가의 목적을 정할 것인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 틀림없다. 지금까지 교원과 관련된 많은 교육정책이 교육당국의 의지에 따라 그 목적이 설정되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닌 교사를 평가하면서 교사가 동의하지 않는 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제도의 시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당사자인 교사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경제적 합리성 경제적 합리성이란 비용-효과의 측면에서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얻는 것을 말한다. 즉, 교원평가의 결과가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되느냐의 측면과 평가제도 운영이 가져다 주는 교육조직의 생산성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모든 평가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는데, 경제적 합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관건은 평가제도가 순기능을 발휘하도록 하는데 있다. 그리고 순기능을 하느냐 마느냐의 관건은 평가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확보하는데 있다. 즉, 평가목적에 동의하고 있는가, 평가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하고 있는가, 평가자를 신뢰하고 있는가, 평가절차가 공정하다고 여기는가, 평가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가 등을 여하히 확보하는가에 성패가 달려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교사평가가 이러한 신뢰도와 타당도를 확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현행의 교원평정제도도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며, 대부분의 평가제도가 순기능과 역기능을 함께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다면평가의 당위성과 여러 가지 이론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교원평가가 활발한 외국에서조차도 다면평가를 도입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도입하더라도 평가의 일부로서 참조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은 평가의 실제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가를 하면 마치 교원의 질이 개선되고 전문성이 향상되며, 부적격 교사도 쉽사리 가려낼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접근이다. 분명한 경제적 효용성을 갖춘 평가제도만이 그 합리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법적 합리성 법적 합리성이란 사람들 사이에 권리와 의무의 관계가 성립하고 이를 준수할 때 나타난다.
예를 들면 평가결과의 활용 범위는 교사들이 평가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데, 그 신뢰는 피평가자인 교사들이 동의하는 정도와 관련된다. 즉 교사들은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어디까지인지를 분명하게 알아야만 동의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교원에게 책임을 묻는 강도는 교원에게 주어진 자율권의 정도에 따라 비례하게 된다. 바꿔 말하면 교사에게 교육활동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해서는 교사에게 교육활동에 대한 자율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PAGE BREAK]만일 교원에게 자율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료교사나 학부모, 학생을 평가에 참여시켜 교사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상급관청의 소속 직원 감독책임을 회피하는 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교사는 교육당국의 지침에 따랐을 뿐인데 학부모나 학생에게 개인적으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사회적 합리성 사회적 합리성이란 교육체제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간의 조화로운 균형을 의미한다. 교육체제의 구성요소들이 서로 갈등하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에 나타나는 상호의존적인 질서체계를 사회적 합리성으로 간주한다.
현재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교원근무평정제도를 개선하여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평가제도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새로운 교원평가제도가 필요한 이유가 있다. 그런데 일부 언론과 일부 국민들 사이에는 현재의 상황이 공교육의 부실과 사교육의 팽창을 더 이상 간주할 수 없다는 데에서 평가의 필요성을 찾는 듯하다. 그리고 당국마저도 이러한 접근방식을 갖는다면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교원이 현재의 공교육 부실과 관련하여 책임을 면할 수는 없겠지만 공교육 부실의 원인은 교육의 구조적 문제에 있기 때문이다. 교원은 그러한 요소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으므로 구조적인 개선 없이 교원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공교육 부실의 주요 책임을 교원들이 떠맡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교육의 팽창이 공교육의 부실 때문이라는 이분법적 흑백논리도 문제가 있다. 현재와 같은 무한경쟁구조에서는 공교육이 충실하다 해도 결코 사교육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더 좋은 학원을 찾아서 필요 이상의 사교육을 추구하는 욕구를 잠재운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므로 교원평가를 통해서 공교육의 강화를 꾀하고자 하는 시도는 정책적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으며, 보다 구조적인 개선책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 합리성 정치적 합리성이란 사회의 가치를 수렴하여 이익이나 목표들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것을 말하는데, 정치적인 절충이나 협상 및 흥정의 과정을 통한 형성의 정도가 정치적 합리성의 기준이 된다. 여기에서는 의견일치가 핵심이 된다.
이 세상에 평가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때문에 교사평가제도를 시행하려면 무엇보다도 당사자들의 동의가 없이는 제도가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당사자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먼저 평가목적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문제는 곧 평가의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와 연결되는 것이므로 중요하다. 그리고 누가 평가할 것인가도 반드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평가받는 사람이 평가하는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제도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PAGE BREAK]교원들이 평가제도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교사들 자신이 이미 평가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학생을 평가하는 평가전문가이다. 학생들을 평가하면서 평가의 가치와 필요성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합리적인 평가, 인정할 수 있는 평가라면 평가받기를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평가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수용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교사들이 평가받기를 좋아할 리 있겠느냐 그래서 평가는 무조건 반대할 것이라고 예단하고 교원에게 다가가기보다 외부, 즉 언론에 이슈를 만들고 학부모단체들이 먼저 주장하게 되면, 교원들은 자신들이 개혁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박탈감에 빠질 수 있으며, 그 결과 교사평가제도에 불필요한 저항과 반발을 가져올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