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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정부는 교원을 평가하기 이전에 반드시 기존의 교원평가를 합리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어야 한다. 정부가 “교직과 학교에 경쟁체제로서의 교사평가를 도입하겠다”면 먼저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교육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 그 첫째가 바로 교원의 표준수업시수 법제화이다.


정수원 / 서울 잠실초 교사


교원평가에 대해 가장 큰 불안을 느끼는 것은 초등교원들이다. 왜냐하면 초등의 경우 주당 평균수업시수가 27.82시간(2001)으로, 중 20시간, 고 17.2시간에 비해 큰 수업부담을 갖고 있으며, 초등교사의 근무여건과 교원평가 인프라가 가장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 일각과 학부모 단체들은 환영 일색으로 반응하고 있다. 그것은 초등학교 교원의 근무조건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는 초등학교에서의 교사 다면평가제의 위험성을 밝히고 적어도 초등교육 및 교원평가 인프라 구축을 위한 바람직한 제도개혁을 제안한다.

합리적 평가를 어렵게 하는 현실

첫째, 초등교사의 과중한 수업시수와 업무는 동료교사간의 상호 평가를 매우 어렵게 하고 평가의 의미를 찾을 수 없게 한다.
그것은 자기 반 수업이 주당 최소 25시간 이상으로 과중하여 자기 수업의 연구와 준비를 하기에도 벅차 옆 반 동료의 수업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1년에 한두 번 하는 자율장학 공개수업을 보고 동료를 평가한다는 것은 오류를 범하기 쉽다. 오히려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동료장학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둘째, 교장·교감 등 관리자에 의한 수업평가도 쉬운 일이 아니며 전문적이라고 볼 수 없다. 교장, 교감도 일상적인 순시는 할 수 있지만 모든 학급의 모든 수업을 장시간 들여다볼 시간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한두 시간의 수업을 보았다고 해서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즉 평가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교사가 나올 경우 마땅히 해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초등교원의 전교과전담제와 무관치 않다. 즉 교장과 교감이 어떤 특정 교과나 한 분야를 연구하여 승진한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서로의 관점이 다르고 어느 특정 교과에만 관심을 갖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전 교과에 걸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셋째, 외부의 수업 전문가로 된 평가단을 구성하여 모든 교사의 수업을 단편적으로 보고 평가한다는 것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수업장학의 일환으로 외부의 수업 전문가가 장학지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다.
넷째, 수업에 대한 전문적인 안목이 검증되지 않은 학부모에 의한 평가는 매우 위험하다. 설사 전문성이 있는 학부모 그룹을 구성한다고 하여도 그들이 교사의 자질을 판단하는 평가를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PAGE BREAK]그러나 단지 질문지를 통하여 자녀의 수업에 대한 흥미도-선호도, 관심과 배려, 학습장 및 일기 검사 등등을 알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수업이 과중한 교사들이 수업연구와 준비보다는 아동의 결과물 처리에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학교 업무가 많은 부장교사와 교사들은 수업중 자습시키는 일이 많아서 학부모들의 원성과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며, 어지간한 학교 업무분장은 교사들로부터 강력하게 거부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교사가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초등학생들도 그들의 수준에 맞는 질문지로 교사를 평가할 수도 있다는 논리를 전개하는 학자들도 있다. 즉, 어린이의 눈으로 선생님의 관심과 배려도, 수업의 흥미도, 발표 지명도, 학습장, 숙제 등의 성실 검사 처리 등을 물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교사가 자기반성의 잣대로 삼는데 다소의 도움이 될지언정 그것을 분석하여 교사를 평가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아무튼 현재의 초등학교는 주간 단위 시간에 너무 업무가 폭주하고 있다.

과다 수업시수부터 줄여야

필자의 연구(2001)에 의하면 초등교사의 실제 업무 수행시간은 법정 근무시간인 44시간을 훨씬 초과한 61.2시간으로 무려 17.2시간이나 초과되어 나타났다. 여기서 초등교사들이 다양한 업무를 같은 시간대에 동시 다발적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중복 응답처리된 경우를 감안하여도 주당 10시간 정도는 과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요즈음 컴퓨터의 발달로 교사들의 재택업무 시간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것은 초등 교사들의 가가호호 컴퓨터 HDD를 조사하여 본다면 그러한 증거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교사가 과다한 수업시수에 쫓기고, 업무와 잡무에 쫓기고 과로에 지쳐서 우울하면 그 영향이 곧 바로 학생에게 미치고 수업의 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교원을 평가하기 이전에 반드시 기존의 교원평가를 합리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어야 한다. 그 이유는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하며 15년이나 걸리고 약 18조 5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우리 나라 고속철(TGV) 건설의 경우를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고속철은 기본 철로가 완전하지 못하면 수백 년이 걸려도 달리지 못하지만, 교육이란 완전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고도 적당히 꾸려갈 수 있다. 그러한 증거로서 과거 우리 나라에서는 학급당 100명 이상의 초등학생을 한 교실에 몰아넣고, 한 교사로 하여금 30여 시간의 수업을 강행시킨 바 있다. 그것은 암울하고 어려웠던 과거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수의 초등 교사들은 30여 시간의 수업을 감당해야 하는 열악한 실정에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교직과 학교에 경쟁체제로서의 교사평가를 도입하겠다면 먼저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교육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PAGE BREAK]
교사는 수업에만 전념하게 하자

그 첫째가 바로 교원의 표준수업시수 법제화이다. 표준수업시수란 교사가 자기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여 1주간 수업할 수 있는 최대의 시간수로서 그 이상의 수업시수가 부과될 경우 수업 연구와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교사의 뜻과는 상관없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게 되어 양심의 가책을 받고 과로에 지치며, 공교육 부실과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표준수업시수 법제화는 교사 1인당 수업시수를 법으로 규정함으로써 교사가 수업의 질을 책임지고 담보하기 위한 최소의 조건으로 40만 교원의 염원이기도 하다.
둘째, 통합교육과정의 초등학교 1~2(3)학년 교사는 ‘통합학년전공제’를, 분화교육과정의 3(4)~6학년 교사는 복수교과전공제를 도입하고, 예체능 교과전담제를 완벽하게 기능하도록 하여야 획기적인 질적 향상을 기할 수 있다.
셋째, 교사가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 지원인력을 확충하여야 한다. 학교 업무를 들여다보면 수업을 준비해야 할 교사가 하지 않아도 될 전·출입생 처리, 교과서 분배-수합, 도서실 관리 등등 엉뚱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넷째,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교육개혁 방안들은 막대한 예산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은 농어촌을 살리기 위한 대책으로 10년간 119조를 투입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학교 신설과 학급 증설에 따른 필수적인 교원 증원마저도 20% 미만의 쥐꼬리 지원을 하여 초등교원의 등짐을 휘게 하고 있다.
정부가 진실로 공교육을 살릴 의지가 있다면 교육의 본질을 비껴 간 사교육비 절감을 외칠 것이 아니라 총 사교육비의 20% 정도만이라도 교원 증원에 투입하여야 할 것이다.
그 밖에도 수업의 질이 보장되기 위한 교원 평가를 하려면 학급당 학생수, 교사 1인당 학생수, 과중한 업무 해소를 위한 보조교사 지원, 쾌적한 시설 여건, 수업자료의 지원, 교육 프로그램 등등의 많은 조건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학생들에게 가장 절박하고 중요한 기본 환경인 교사의 조건을 우선적으로 해결하여 주는데 정부 당국은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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