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 제조업은 200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18.9%가 종사하고 국내총생산(GDP)의 33.8%를 만들어내며 총수출의 84%를 차지하는 핵심 수출 산업이다. 국내 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연구개발 투자를 주도하고 경제의 공급 역량과 경쟁력을 키우는 근간이기도 하다.
제조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62년 14.4%를 기록한 이래 상승세를 지속해 1988년 31.9%로 정점을 쳤다.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고도성장이 제조업 확대의 원천이었다. 1989년 이후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하락세로 돌아서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는 GDP의 30% 선을 밑돌았지만 2000년에 31.3%로 오른 뒤에는 3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제조업이 산업과 수출의 중심 역할을 하기는 다른 나라도 대개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는 특히 전체 산업 중 제조업 비중이 선진국보다도 크다. 광업까지 합한 제조업, 즉 광공업이 국내총생산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하는 비중은 2000년 현재 34.6%로 미국(19.5%), 일본(24.5%), 독일(23.6%) 등 선진국보다 크게 높다.
제조업뿐 아니라 건설업(2000년 GDP의 8.2%)과 농림어업의 비중(4.6%)도 높다. 반면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 산업의 생산구조는 서비스업 비중이 낮은 게 특징이다.
제조업 주력 업종 10년 주기로 바뀌어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의 열쇠를 쥔 제조업은 대략 10년 주기로 주력 업종을 바꿔왔다. 지난 1960년대에 본격 경제개발이 시작될 때는 경공업을 위주로 출발했다가 1970년대에는 철강·기계 등 중화학공업으로, 1980∼1990년대 초반까지는 가전·자동차 등 조립가공 산업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IT 산업으로 중심축을 옮겨왔다.
1960년대에 주력 산업이었던 섬유, 의류는 생산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모두 1970년대 이후 하락세다. 1970년대 주력 산업 중에서는 철강 산업의 경우 1980년대 이후 생산·수출 비중이 하락세로 들어섰다. 하지만 기계 산업은 생산자동화가 확대되면서 지금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1980년대 주력 산업 중에서도 가전 산업은 1990년대 들어 생산·수출 비중이 모두 하락했다. 하지만 자동차는 수출 비중이, 조선은 생산·수출 비중이 여전히 상승세다.
1990년대에 주력 산업으로 떠오른 반도체와 휴대폰을 주력으로 하는 통신기기, 컴퓨터 등 IT 산업은 이제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이 됐다. IT 산업은 90년대 전반에는 반도체가, 후반에는 통신기기와 컴퓨터의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2000년대 들어서도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IT 관련 제품의 생산 비중은 1990년 8.4%에서 2000년에는 18.3%로, 수출 비중은 18.0%에서 34.1%로 급격히 높아졌다.
21세기 들어 우리나라 산업의 주력은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컬러 티브이를 주력으로 하는 가전, 휴대폰, 개인용 컴퓨터(PC : Personal Computer)를 주력으로 하는 컴퓨터, 철강, 석유화학, 섬유 등을 들 수 있다. 수출액 기준으로 자동차, 전기전자, 철강, 섬유 등은 최근 꾸준히 세계 5위권 안팎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IT 관련 품목 중에서는 DRAM 반도체와 조선이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다.
그동안 주력 산업을 바꿔가며 열심히 수출한 결과 1970년에 고작 8억 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의 수출은 1995년에는 25년 만에 100배가 넘는 1000억 달러 규모를 달성했다. 이어 2000년에는 다시 200배인 1723억 달러를 기록해 수출액 규모로 세계 12위가 됐다. 그리고 지난 2004년에는 수출이 마침내 2000억 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1000억 달러 고지를 점령한 지 9년 만이다.
질 좋은 노동력 강점, 청년 실업 큰 문제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의 강점은 무엇보다 질 좋은 노동력에 있다. 경제활동인구 중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많아, 노동력의 질이 외국에 비해 좋은 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경제활동인구 중에서도 15~54세의 청장년층이 많아 노동력이 젊다. 경제활동인구 중 청장년층의 비중이 74.1%(2001년 기준)로 미국(71.0%), 일본(65.3%)을 크게 웃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는 청년층 실업이 많아서 우수한 청년 노동력을 사장시킴으로써 경제성장 잠재력에 손실을 보고 있다. 2002년 10월 현재 국내 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자는 2224만 2000명. 일자리를 원하나 얻지 못한 실업자가 60만 5000명이다.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의 비중, 곧 실업률은 2.6%를 차지하고 있다.
실업률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청년 실업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20대 청년 실업률은 1997년 5.4%에서 1999년 10%를 넘었고 2002년 3/4분기에는 5.7%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02년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가운데 실업자가 24만 2000명, 학교를 다니는 등 교육훈련을 받지 않으면서 무직 상태(비통학, 비경제활동인구)로 있는 사람들이 108만 7000명으로 전체 청년층 유휴인력은 학교 졸업·중퇴자의 25.4%인 132만 9000명에 이른다. 학교를 마친 청년 4명 중 1명을 놀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여자가 96만 명으로 남자 36만 9000명에 비해 2배 더 많다.(한국노동연구원, 청년층 노동시장의 구조변화, 2002. 12. 18.)
이대로 청년 실업이 계속된다면, 전통적으로 질 좋은 노동력을 활용해 성장할 수 있었던 우리나라 산업의 강점이 퇴색하게 될 것이다.
앞 선 정보화 기반, 중국 인접성 강점 우리나라 산업의 또 한 가지 강점은 21세기 디지털경제 시대를 이끄는 통신·인터넷 같은 정보화 기반 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점이다.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인터넷이나 이동전화 보급률도 미국, 일본을 앞선다.
21세기 세계의 주도 산업으로 떠오른 IT 산업이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명목국내총생산에서 IT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8.1%로 미국(8.3%)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불변가격 기준으로는 우리나라가 15.6%로 미국(1998년 9.1%), 일본(1999년 11.4%)보다 훨씬 높다.
중국이라는 거대 잠재시장에 근접해 무역을 쉽사리, 많이 할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도 강점이다. 중국은 명목국내총생산이 2000년 현재 아직 일본의 22%, 미국의 11% 규모지만 무려 1조 달러를 넘는다. 1인당 국내총생산도 아직 낮지만, 고소득층 인구가 전체 인구의 5%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보다도 많은 6000만 명이나 되는 거대한 내수기반을 갖고 있다.
중국 경제는 지난 1978년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한 이래 2000년까지 연평균 9.5%, 2001년부터 2003년 사이에도 전년 대비 평균 8% 전후의 고성장을 지속했다. 앞으로도 중국은 7∼8%대 성장을 지속해 2010년대에는 미국을 위협하는 경제대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 사이 그리고 장기적으로 중국은 우리나라 제품의 주요 수요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산업의 최대 취약점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핵심 기술이 없고 연구개발 투자가 크게 부족한 데 있다. 연구개발 투자가 미흡한 결과 국내 주력 산업의 외형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지만 기술경쟁력은 취약하다. 생산기술만 선진국 대비 90% 이상의 기술력을 갖고 있을 뿐 기술개발, 표준화, 정보화 능력은 대부분의 산업에서 선진국의 60∼80%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 매년 기술도입액이 기술수출액을 초과한다. 2000년 기술수출액은 기술도입액의 6.5%에 불과해, 미국(275%), 일본(239%)은 물론 다른 선진국과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그 결과 기술 수출액과 기술 도입액의 차이, 곧 기술수지도 큰 적자를 내고 있다. 기술수지 적자폭은 지난 1990년에는 11억 달러였으나 2000년에는 29억 달러를 기록, 매년 적자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기술 경쟁력이 약한 까닭에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은 후발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의 추격에 날로 취약해지고 있다.
기술력·임금경쟁력·서비스업 약점 우리나라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끌어내리는 데는 임금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싼 것도 한몫한다. 우리나라는 한때 저임금 제조업을 산업 경쟁력의 근간으로 삼았다. 지금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하면 임금 수준이 낮다. 하지만 개도국 등 주요 수출경쟁 상대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이미 상당한 고임금 국가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임금 수준은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등 개도국은 물론 대만, 홍콩 같은 경쟁국보다도 높다. 그만큼 수출할 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국내 제조업의 평균임금은 월 1415달러(2000년 기준)로 싱가포르보다는 낮지만 대만, 홍콩보다는 높다. 말레이시아, 태국, 중국 등에 비하면 4∼25배나 높다. 그래서 국내 산업은 상대적 저임금을 우위로 삼은 저가형 제품 부문에서 중국과 ASEAN 각국의 추격을 당하는 처지이다.
저가형 제품 시장에서 개도국의 추격을 받아 경쟁하기 버겁다면 고가품 시장으로 옮겨가는 것이 손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고가품 시장에서는 기술력을 요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경쟁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기술력이 취약해 그러기도 쉽지 않다.
서비스 산업 발전시켜 경쟁력 강화해야 서비스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것 역시 현재 우리나라 산업이 안고 있는 큰 약점이다.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먼저 외부경제 창출 효과(어떤 경제 활동이 다른 경제 주체·부문에 공짜로 경제적 이득을 안겨주는 효과)가 큰 물류 산업, 통신 산업, 금융·보험업 같은 공공재 성격의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서비스 산업이 발전하면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 균형을 이뤄 발전시키는 효과도 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서비스 산업이 국내총생산(명목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기준으로 52.6%로 5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GDP의 65∼75%대인 선진국에 비하면 크게 낮다.
서비스 교역이 상품 수출입을 포함한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9%로, 세계 전체 평균(18.1%)에 못 미친다. 서비스 산업에 대한 투자비중도 낮고, 업계 생산성도 낮다. 서비스 산업의 1인당 부가가치도 제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과 영국은 제조업의 약 75%이고 미국은 제조업과 거의 차이가 없다. 이같은 서비스 산업 부진은 장차 우리나라 제조업의 발목을 잡고 국민경제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