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도 친근해진 설치동물 산림이 우거졌던 시절, 인적이 드문 숲이 울창하게 펼쳐져 있었을 때, 땅을 한 번도 밟지 않고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건너갈 수 있는 동물이 바로 청설모였다고 한다. 하지만 청설모 한 마리가 평생토록 돌아다니는 면적이 그렇게 넓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깊은 산속 보다는 민가 주위의 야산에 서식하며 최근에는 서울의 공원에도 꽤 많은 개체수가 보인다.
청설모는 쥐목 다람쥐과에 속하는 설치동물로 우리나라, 일본, 중국, 몽골, 연해주, 유럽 등 유라시아대륙에 폭넓게 분포하고 있다. 한국산 청설모는 중국이나 일본산 보다 몸집과 두개골이 작다. 겨울털은 북방청서와 비슷하지만, 암색이며 북방청서의 담색형은 한국산 담색형보다 훨씬 색채가 연하다. 한국산 청서는 중국산 청서나 북만청서와는 현저하게 다르며 갈색에 가깝다. 북방청서에 비하여 회갈색이고, 사지와 귀의 긴털꼬리는 흑색을 띤다. 청설모를 다른 말로는 한자식 표기인 청서(靑鼠)라고 하는데 우리국어사전에 대부분 청설모를 '청서의 털'로 해석한 경우가 많다.
호기심 많은 천덕꾸러기 청설모를 보노라면 언제나 개구쟁이 어린 시절을 기억에 떠올리게 된다. 갑자기 몸을 움직여 안 보이던 곳에서 홱 나타나기도 하고, 뒤를 쫓으려 하면 어느새 나무줄기의 뒤로 돌아 얼른 숨기도 한다. 나뭇가지 끝에서 다른 나무로 건너뛰기도 매우 즐긴다. 그러면서도 호기심이 많아 항상 되돌아본다.
청설모는 재빠른 동작으로 나무타기를 잘 하지만 그 모습도 장난꾸러기를 쏙 빼 닮았다. 배쪽이 하얗고, 등쪽은 짙은 밤색, 또는 검은 갈색으로 그 대비가 뚜렷하다. 양쪽 귀 끝에는 귀 길이의 서너 배는 됨직한 긴 털이 위로 뻗쳐 있어서 서커스단의 어릿광대를 보는 듯 하다.
도토리 등 견과류를 매우 즐기지만, 과육이 겉으로 드러나 있는 장과류도 잘 먹는다. 호두나무, 잣나무 등 경제수종 조림지에 이들이 번성하면, 그 수확을 망쳐버린다. 호두농가에서는 매우 성가신 동물로 구제(驅除)대상이 되는 유해조수이다. 그뿐만 아니라 봄, 여름에는 나무 위에 둥지를 틀고 번식하는 새들의 알, 새끼를 먹는 일도 많아 숲 속의 천덕꾸러기라는 오명을 벗기 힘든 형편이다.
가을에 저장한 먹이로 겨울나기 다람쥐와 하늘다람쥐가 겨울잠을 자는데 비해 청설모는 눈이 덮인 숲 속을 나다니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한다. 청설모는 다람쥐와는 달리 볼주머니가 없어 보금자리까지 먹이를 끌어들여 저장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먹이가 풍부한 가을부터 땅속, 돌틈, 썩은 나무 속 등 여기 저기에 수많은 열매나 씨앗들을 묻어 두었다가 겨우내 이를 찾아 먹기도 한다. 청설모가 다시 찾아내지 못한 씨앗들은 이듬해 새싹으로 자라날 수 있게 되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씨앗들을 멀리 퍼뜨리는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둥지는 나무구멍을 이용하거나 나뭇가지와 낙엽 등으로 까치집을 닮은 모습으로 스스로 짓기도 한다. 한 해에 두 번 초봄과 초가을에 5마리 이내의 새끼를 낳아 기른다. 밤에는 수리부엉이나 올빼미에게 포식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집에서 꼼짝하지 않지만 경험이 없는 어린 새끼들은 종종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낮에는 천적이 되는 여우나 담비 등이 거의 멸종했기 때문에 청설모의 실질적인 적이 없어 개체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