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 서울 양화초 교사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스승의 날과 관련하여 많은 부정적인 논의들이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스승의 날인 5월 15일에 집단적으로 휴교하는 사태가 벌어지는가 하면, 스승의 날을 아예 없애자든가, 학년 말인 2월로 옮기자는 의견 등이 집중적으로 제기되면서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스승의 날의 존재가치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에서 스승의 날이 기타 여러 원인들로 인해 본질이 왜곡되면서 스승의 날의 존속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중국에서는 스승의 날이 법에 명시되어 있으며, 이 날만큼은 전국적으로 학생 교육에 전념하는 교사들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국가적으로 기념하는 명실상부한 교사를 생각하는 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중국에서는 9월 10일을 우리의 스승의 날에 해당하는 ‘교사절(敎師節)’로 정해놓고 있다. 교사절은 중국의 교사법(敎師法) 6조에 명시되어 있는데, 교사들의 사회적인 지위를 한층 더 높이고, 교사의 업무를 사회에서 최고로 존경받고, 흠모할 만한 가치가 있는 직업으로 만들며, 스승을 존중하고 가르침을 중시하며 지식을 존중하는 동시에 인재를 존중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자 법률에 교사절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스승의 날, 법에 명시
중국의 교사절은 1985년 제정된 것으로 1985년 1월 11일 국무원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 심의를 제청하여 교사절을 만들도록 하였으며, 1985년 1월 21일 제6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제9차 회의에서 동의를 얻어 매년 9월 10일을 교사절로 기념하도록 하였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교사절이 되면 그동안 사회적인 관심이 소홀했던 교사들에 대한 집중적인 조명이 이루어진다. 정부차원에서 모범교사들을 발굴하여 표창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사도의 길을 실천하고 있는 교사들을 초청하여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등의 국가적인 행사들이 공식적으로 이루어진다. 한편 개인적으로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축하카드와 함께 꽃이나 정성이 담긴 선물 등을 선생님들에게 전하기도 하며, 국가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옛 스승을 찾아 스승의 은혜에 감사를 표시하기도 한다.
교사절에는 중국 교육에 공헌이 있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표창이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교사들에 대한 장려제도는 ‘교사와 교육종사자 장려 규정’에 명시되어 있는데, 1998년에 제정된 이 규정에 의하면 오랜 기간 교육에 종사해 오면서 눈에 띄는 업적을 남긴 교사나 교육종사자들에게 ‘전국우수교사’와 ‘전국우수교육종사자’의 칭호를 수여하며, 이들 중 특별한 공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전국모범교사’와 ‘전국교육계통 선진종사자’라는 칭호가 부여된다. ‘전국모범교사’, ‘전국교육계통 선진종사자’와 ‘전국우수교사’, ‘전국우수교육종사자’는 3년마다 선발하여 교사절에 표창한다.
이들 교사들의 선발 정원은 해당 지역 교직원 총수의 1만분의 2 이내로 제한하며, 그 중 ‘전국모범교사’, ‘전국교육계통 선진종사자’는 해당 지역 교직원 총수의 10만분의 6 이내로 제한하도록 되어있다. 이렇게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영예의 상을 수상하게 되는 교사들은 국무원 및 중국 중소학유아교사장려기금에서 제공하는 상금을 받게 되며, ‘전국모범교사’ 및 ‘전국교육계통 선진종사자’의 칭호를 받게 되는 사람들은 국가의 규정에 의해 성(省)급 노동 모범의 대우를 받게 된다. 특히 사립학교 교원으로서 모범교사에 선정된 사람들은 월급에서 우대를 받게 된다.
스승의 날에 대대적으로 표창하는 ‘전국모범교사’, ‘전국교육계통선진종사자’ 표창 이외에도 중국에서는 수업을 잘하는 교사나 집단에게 ‘교학성과표창’을 수여하여 교육종사자들로 하여금 교수·학습에 매진하도록 격려하고 있다. 이 표창은 ‘교학성과장려조례’에 근거하여 수여되는 데 국가급과 성(省)급 표창으로 나뉘어 진다. 이 조례에 의하면 국가급 표창은 특등, 일등, 이등의 세 등급으로 나뉘며, 이들 수상자들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증서와 장려금이 지급된다. 교학성과표창을 받는 교사들은 직급 상승 및 봉급 인상에 있어 중요한 근거로 작용한다. 수업을 특별히 잘하는 교사들에 주어지는 이 표창은 4년에 한 번씩 평가가 이루어진다.
국가가 스승존경 풍토 조성에 앞장
현재 중국에서는 9월 10일 교사절에 교사들에 대한 국가차원의 표창 외에도 국가차원에서 교사들의 사기 진작과 국민들에 대한 스승존경의 풍토 조성을 위한 홍보활동도 이루어지고 있다. 일례로 작년 교사절의 경우 중국 국영방송인 CCTV에서는 ‘2005-중국의 초석’이라는 제목으로 대대적인 스승의 날 특집 방송을 했다. 교육부와 CCTV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 날 프로그램은 전국 1200만 명의 교사들에게 존경과 축복을 헌사하기 위해 이브닝 파티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다양한 공연과 더불어 교사 탐방, 11명의 일선 교사들의 우수한 행적에 관한 이야기, 각종 기념행사 상황 등을 방송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교육과 교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중국에서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교사절의 열기와 정부의 교사에 대한 관심은 중국 정부의 교육 중시 정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 20여 년간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중국정부는 향후 세계와의 경쟁 속에서 교육만이 중국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교육개혁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교육개혁정책은 최근 들어 의무교육법 개정, 교육과정개혁, 교사자격제도 개혁, 빈곤지역 학생들에 대한 지원 강화 등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 같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통하여 중국교육은 한 단계 발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