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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所信’에 대한 ‘小信’

나라는 늘 어수선하고, 뉴스(news)는 줄어드는 법이 없습니다. 뉴스가 없으면 그것이 큰 뉴스가 될 것 같은 ‘뉴스의 시대’에서 선생님들은 어떤 뉴스를, 어떻게 보십니까. 한동안 ‘바다이야기’에서 ‘작통권 환수’를 안주삼아 ‘체벌 법제화’를 놓고 열을 올리다 ‘내 소신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둔사(遁辭)를 남기고 파하지는 않았는지요.

뭐니 뭐니 해도 선생님들의 화제는 단연 교육일 것입니다. 입 가진 사람마다 교육에 대해 한 마디 하는 세상에 살다보니 오히려 선생님들의 논리가 궁해지고, 때론 궁지에 몰릴 때도 있을 것입니다. 최근 우리는 참여정부의 6번째 교육수장을 맞이하였습니다. 참여정부라서 그런지 장관에 참여하는 사람도 많고, 참여하게 된 이유도 다양합니다.

아시다시피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학자로서 크게 흠 잡을 데 없는 분입니다. 교원․학부모단체에서도 오랜만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내렸고, 정치권도 대체로 그러했습니다. 김 부총리는 몇 년 전 ‘한국교육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평준화는 학교 간 학생의 질적 수준을 균등화하기 위하여 신입생을 강제 배정하는 정책이지 교육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본격적 정책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의 연학(硏學)에 배어있는 이러한 철학을 두고 일각에서는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고, 평준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졌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도 사실입니다. 평준화의 공과가 지루한 논란거리이듯 그의 교육철학에 이의는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지요. 현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이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를 금지한 이른바 ‘3불(不) 정책’의 고수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김 부총리의 철학과 다르기는 해도 그의 표현처럼 “정부의 정책기조와 기본 방향에서 일치한다”고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교육관의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 참여정부의 그것과 다르니, 같으니 하며 트집을 잡는 정치권의 협량(狹量)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크게 다를 바 없다’며 비켜서는 모습에서 ‘역시나…’하며 낙담한 선생님들이 많으실 줄 압니다. 선생님들은 혹 이런 답변을 원한 것은 아니었는지요.

“학자로서 나의 철학과 현 정부정책의 기저가 다를 수 있지만 각계각층의 고견을 수렴해 교육본질의 가치를 실현하고, 교육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맹종의 무리를 이루는 것보다 생산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 서로 다른 코드에서 일어나는 스파크를 사회통합의 에너지로 승화시켜 나 갈 것이다.”

요즘 우리는 ‘교육으로 흥한 나라 교육으로 망하게 됐다’는 비장한 걱정을 수 없이 듣고 있습니다. 이제 김 부총리의 결과적으로 정치적이지 못했던 수사(修辭)를 탓하지 않겠습니다. 이어지는 공세에 응변(應變)하며 나온 실수라 믿고, 더 이상 지적하지도 않을 작정입니다. 합리적인 품성에 깃든 그 소신이 빛을 발하길 치켜볼 뿐입니다. | 이낙진 leenj@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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