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평준화 30년사는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고교평준화는 교육 문제이긴 하지만 당대의 사회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1974년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도입된 고교평준화는 지난해 수도권 6개 도시가 논란 끝에 도입함에 따라 현재 23개 지역에서 실시중이다. 일반계 고교수의 50.4%, 학생의 68.1%가 적용 받고 있다.
평준화가 처음 도입된 74년은 중학교 무시험제가 폐지된 지 5년이 되는 해였다. 69년 실시된 중학교 무시험제는 중학교 입시 병폐를 철폐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 명문고 진학 열풍을 초등학교에까지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낳았다. 이 같은 고교입시제도의 과열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추진된 것이 고교평준화였다. 고교의 전형시기를 전, 후기로 나누고 공사립 인문계의 경우 학군을 설정, 선발고사를 실시한 뒤 추첨을 통해 학교를 배정하는 것이 고교평준화 정책의 뼈대이다.
고교평준화 정책은 도입 이후 지정 지역이 늘어나는 등 확산 일로를 걸어왔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지정-해제-재지정 등 부침을 겪기도 했다. 30년 동안 평준화를 선택한 도시는 28개. 이 가운데 81년 평준화지역으로 지정됐던 목포와 안동이 10년 만인 90년 해제했으며 춘천, 원주, 천안
등도 한때 평준화를 도입한 뒤 다시 비평준화로 돌아섰다. 특히 군산과 익산은 81년 지정-90년 해제(익산은 91년)-2000년 재 지정을 오가는 요동을 겪기도 했다.
73년 발표당시 평준화정책의 기본방향은 국민교육비 부담 경감, 지역간 교육균형발전 도모 등이었다. 현재의 논란대로라면, 사교육비 부담 경감과 지역간 교육의 균형발전을 위해 실시된 고교 평준화 정책은 30년간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를 키워온 셈이다. '망국적 과외 병을 잡는' 묘안은
없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