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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언어 강사들의 친정아버지

국제결혼이나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로 다문화가정의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교과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다문화 초 · 중 · 고 재학생은 3만1788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취학 전 영유아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제도권 교육에서 이탈하거나 아예 취학을 포기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이방인’이라는 시선을 받고 있으며 학교교육이나 사회체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문화학생들이 더 이상 학교 내에서 소외되지 않고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려는 이가 있다. 바로 최병환 (사)다문화교육나눔 이사장이다. 지난 2월 서울인헌초 교장으로 퇴직한 최 이사장은 본격적으로 다문화교육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사단법인 설립해 다문화교육 지원에 집중
다문화학생에 대한 교육 지원을 위해 사단법인까지 구성하셨는데.
2009년에 다문화학생들이 학교에서 소외되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자는 뜻에서 현직 교장 30명이 모여 서울교육복지연구교장협의회를 구성했습니다. 때마침 서울교대에서 결혼이주민 출신 이중언어 강사들을 배출해, 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멘토링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난 2월에 퇴직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다문화 학생들을 돕는 데에 나서기로 결심했습니다. 예전에는 학교 일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 많았지만 이제는 다문화교육 지원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 · 현직 교장, 사회복지단체 종사자 등 뜻이 맞는 사람들과 3월에 사단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지금은 시작단계라 다문화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면서 이중언어 강사들에 대한 멘토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다문화학생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제가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서울인헌초등학교에는 다문화가정의 학생들이 40여 명 정도로 많은 편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농촌 지역에만 다문화학생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전체 학생 수 대비 비율이 높은 것이지 학생 수 자체만으로 보면 서울 지역이 더 많습니다. 그때 제가 재직하고 있던 학교가 2년 동안 다문화교육 연구학교로 지정되면서 다문화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많은 다문화학생들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학교 교과교육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학교생활에서도 소외되고 있습니다. 이들도 어엿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라날 학생들인데 어린 나이에 학교에서 이탈하게 되면 성인이 돼서 제 역할을 하기 힘들고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큽니다. 사회에서 점차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을 높이고 있지만 어린 학생에 대한 관심은 저조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육자로서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교육 지원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됐습니다.

학교에 배치된 이중언어 강사 멘토링 시작
이중언어 강사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2009년 8월에 서울교대 다문화교육연구원에서 70여 명의 이중언어 강사를 배출했습니다. 국제결혼 등으로 우리나라에 온 이들은 자신들의 국가에서 모두 대학교 졸업 이상의 학위를 소지한 고학력자들로 일본, 중국, 몽골 등에서 온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6개월 동안 우리나라의 문화는 물론 교육이론, 교수법 등에 대해 900시간 동안 연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문화학생들이 주로 있는 학교를 중심으로 이들 이중언어 강사들이 배치됐습니다.
당시 서울교육복지연구교장협의회를 구성했던 저는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이중언어 강사의 학교 현장 배치 소식을 들어 멘토링 봉사를 하게 됐습니다. 교장 한 명이 이들 이중언어 강사 2~3명에 대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개인적인 멘토링을 했습니다.
이중언어 강사들이 오랜 시간 교육을 받아도, 실제 학교 현장에 투입돼 적응하기에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초임교사들에게 3년 정도는 교장과 교사들이 학교에 적응하고 수업을 잘할 수 있도록 장학을 해주는데, 외국인인 이중언어 강사들을 무조건 현장에 보내기만 하고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배치 후 어려움을 겪는 이중언어 강사들
이중언어 강사들이 주로 어떤 도움을 많이 요청하나요?
이중언어 강사들은 학교에 배치돼 크게 두 가지 일을 합니다. 다문화학생들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방과 후에 언어교육 등을 지원하고 일반 학생들이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사회시간에 외국의 문화와 역사를 가르치는 일 등을 합니다. 일주일에 20시간 정도를 맡게 돼 있습니다. 그 외에 외국인 학부모가 상담을 할 때 통역을 하거나 학교생활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곤 합니다.
그런데 교육청에서 이중언어 강사가 어느 학교에 필요한지 수요조사를 하지 않고 다문화학생들이 있는 학교에 무조건 배치하다보니 해당 학교에서는 이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활용해야 할지를 모르는 겁니다. 단지 일자리 제공 차원에서 외국인들이 왔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중언어 강사에게 책상 하나도 마련해주지 않거나 출퇴근에 대한 규정도 제대로 정해주지 않고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아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나 다른 선생님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물어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경우 이중언어 강사와 많은 대화를 하면서 궁금한 점들을 해결해 주고, 해당 학교에 이들에 대한 복무규정이나 수업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학교 업무에 대한 조언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생활에서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도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국내에 친척도 없고 친분이 있는 사람도 별로 없다보니 아이들이 아파서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전화를 해서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어느 병원에 다녀야 할지 묻기도 합니다. 제2의 친정아버지 역할을 하는 셈이죠.

앞으로 사단법인에서 진행할 사업 계획은?
이중언어 강사 제도가 학교 현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 보완돼야 할 점이 있을까요?
현재 이중언어 강사 제도가 시작된지 1년 반 정도가 지났습니다. 2009년에는 70명 정도가 이중언어 강사로 활동했지만 올해는 50여 명 정도로 줄었습니다. 이들의 지위가 계약직이서 매년 계약을 해야 하고 새로운 학교에 다시 배치되다보니 적응이 될 만할 때쯤 다시 학교를 옮기게 돼 어려운 점이 있죠.
또 서울교대 다문화교육원에서 이중언어 강사에 대해 추수지도를 실시하고 지속적으로 강사를 양성해야 하는데 일회적으로 그치고 말아 아쉽습니다. 이중언어 강사가 지속적으로 배출돼야 학교현장에서 이들의 역할이 확립되고 이들도 유대감을 형성해가며 다문화교육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갈 수 있는데,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교대에도 이들에 대해 연수를 실시하고 강사를 양성할 예산지원이 전혀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사단법인 다문화교육나눔이 이중언어 강사들의 정보교환 및 추수지도의 구심점이 되도록 할 생각입니다.

다문화가정 지원팀 구성할 계획
앞으로 사단법인에서 진행할 사업 계획은?
다문화교육나눔이 이제 막 설립돼 현재는 다양한 지원 방안을 계획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우선은 이중언어 강사에 대한 멘토링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국가별로 강사들의 소모임을 구성해 멘토를 연결하고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해 정보를 공유하며 멘토링을 하려고 합니다.
또 다문화가정과 전 · 현직 교원, 이중언어 강사를 한 팀으로 구성해 다문화가정의 자녀교육을 위한 부모 멘토링을 할 계획입니다. 다문화학생들에 대해 언어교육과 문화체험활동을 지원하고 다문화교육을 위해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자료나 가이드북을 개발하는 일도 해보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문화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직접 활동에 나서지는 못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뜻을 함께해 다문화교육 지원에 참여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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