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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에이트> 그리고 , <구니스>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십대 소년(소녀)들의 모험 이야기는 늘 흥미진진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나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은 오늘날까지 널리 읽히는 청소년 어드벤처 문학의 대표작들이다. 이들 작품은 당대뿐 아니라 후대의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끼쳤고 영화와 TV 시리즈로도 만들어져 그 대중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슈퍼 에이트>, SF 모험 영화의 대를 잇다
 이처럼 청소년기의 모험담이 독자와 관객들의 지지를 받는 것은 소재 자체의 참신함도 있지만, 그 시절에만 겪을 수 있는 경험이 공감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예기치 못한 모험에 휘말려 스스로의 힘으로 고난을 헤쳐나가는 아이들은 성장통 속에서 친구와 가족의 소중함, 우정과 연대의 가치를 깨닫는다. 왕성한 호기심과 무모한 용기로 미지의 세계에 뛰어든 십대들은 미성숙한 판단력으로 인해 때론 위험을 자초하지만, 진부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짜릿한 성취감은 도전 정신을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선물이다.
이런 매력적인 소재를 영화계에서 가만히 구경만 했을 리 없다. 할리우드 상업 영화가 만개했던 20세기에는 무한한 상상력과 신기술로 무장한 (청소년) 어드벤처 영화들이 속속 등장했다. 그 선두주자이자 이 분야의 대가로 스티븐 스필버그를 꼽는데 이의를 달 사람을 별로 없을 것이다. 1980년대 대표적 SF 영화 와 어드벤처 영화 <구니스>를 떠올려보자. 잘 정돈된 한적한 시골 마을에 낯선 어른들이 들이닥치고, 괴상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마을은 시끄러워진다. 호기심 많은 동네 아이들은 어른들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건의 중심에서 짜릿한 모험담을 겪는다. 그리고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주인공 소년은 소중한 가족애를 깨달으며 훈훈하게 성장한다.
그로부터 20년이 훌쩍 지난 2011년 여름에 개봉한 어느 영화에서 와 <구니스>의 잔상이 어른거린다면? 바로 J. J. 에이브람스 감독의 영화 <슈퍼 에이트>가 그 주인공이다. 1980년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설립한 ‘엠블린 엔터테인먼트’ 사단에서 나온 영화 (이하 엠블린 영화) 중 의 감흥을 이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슈퍼 에이트>의 제작자가 다름 아닌 스필버그라는 사실에서 이미 짐작이 가듯이 이 영화는 와 <구니스>의 피를 이어받은 복고풍의 가족 SF 어드벤처 영화이다.

온기 가득한 상상과 모험의 세계
이 영화의 줄거리가 앞서 언급한 나 <구니스> 그리고 <그렘린>, <백투 더 퓨처>, <이너 스페이스>, <피라미드의 공포> 등 1980년대 스필버그의 손을 거쳐 간 많은 영화들과 겹쳐지는가. 만약 잘 겹쳐지지 않는다면 <슈퍼 에이트>의 시대 배경이 되는 1979년을 주목해보자. 8mm 카메라부터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워크맨과 구형 워키토키 무전기 등 당시 최신형이었던 제품들도 이제는 추억 속의 소품일 뿐이다. <백투 더 퓨처>에서 주인공 소년 마티는 최신 워크맨을 들으며 타임머신 자동차로 과거와 미래를 부지런히 왔다갔다한다. <구니스>의 아이들은 워키토키로 신나는 동굴 속 탐험을 위한 작전을 짠다. 이러한 과거의 어드벤처 영화를 떠올릴 수 있는 반가운 추억들이 <슈퍼 에이트> 곳곳에 등장해 1980년대를 극장에서 보냈던 성인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슈퍼 에이트>에는 시대적 소품뿐만 아니라 1980년대 스필버그 사단의 영화에서 느꼈을 법한 복고적인 정서들도 가득하다. 어머니를 여의고 마음이 닫혀 있던 소년은 낯선 외계 생명과 교감을 하며 마음의 평안을 얻고, 영화 제작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는 친구들과 좌충우돌하면서 우정을 배워간다. 그리고 풋사랑의 설레는 감정 앞에서는 한없이 수줍어한다. 이러한 성장영화 혹은 가족영화가 주는 따뜻함을 오락적인 소재에 버무림으로써 엠블린 영화는 한 시대를 풍미했으며, 현대의 관객들에게도 그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처럼 엠블린 영화들이 인기를 얻었던 요인은 영화라는 매체가 가져다주는 ‘꿈의 공장’ 이미지를 잘 구현해 냈기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소재를 그럴싸한 영상으로 활력 있게 그려내는 그 영화들을 보면서 많은 관객들은 시각적 즐거움과 함께 따뜻한 온기를 느꼈다. 1980년대 이후 더욱 산업화된 사회에서 느꼈을 소외감을 ‘우정’과 ‘연대’라는 손길로 다독여줬기 때문이다. 외계인 E. T와의 교감을 통해, 동굴 속 해적선과 고대 피라미드, 그리고 인체 속 탐험을 통해 즐거움과 함께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했다.
<슈퍼 에이트>는 엠블린 영화들이 구사했던 현실 속의 색다른 경험을 똑같이 표방하고 있다. 엠블린 영화 중에서 허구로만 가득한 판타지 영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그 장르가 SF 어드벤처라고 하더라도 배경은 언제나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 세계였다. 영화적 상상일지언정 현실 세계에서 일어난 비현실적 그리고 초자연적 사건들은 어느 정도 개연성을 담보한 채 영화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꿈을 향한 도전에 대한 응원
또한 <슈퍼 에이트>는 1980년대 엠블린 영화를 보면서 꿈을 키워왔을 많은 영상세대 혹은 할리우드 키드들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영화를 찍고자 하는 소년들의 열망은 괴생명체와 군인으로 어수선한 주변 상황에도 개의치 않는 어린 치기로도 보여 웃음이 나오지만, 어떻게든 찍고야 말겠다는 소년들의 욕심에서 영화에 대한 꿈과 열정이 그대로 투영된다. 이러한 소년들의 열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엔딩 크레디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악조건 속에서도 찍은 소년들의 좀비 영화가 꽤나 근사하게 스크린을 가득 메우기 때문이다.
물론 <슈퍼 에이트>에 이러한 엠블린 영화를 연상시키는 복고적인 이미지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J. J 에이브람스 또한 엠블린 영화를 보면서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워 왔고, 어린 시절의 자전적인 경험을 영화에 녹여내고 있지만, 젊은 감독답게 현대적인 감각도 놓치지 않고 있다.
에이브람스 감독은 스필버그와 손잡고 이번 영화를 연출하면서 엠블린 영화적 감성을 잘 살리는 동시에 자신이 연출했던 영화의 장면 혹은 어디서 봤을 법한 다른 영화적 장면들도 적절히 차용하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 3>나 <스타트렉 더 비기닝>같은 화려한 영상보다는 <클로버필드>에서 보여줬던 괴물을 드러내는 방식과 유사한 연출 기법으로 <슈퍼 에이트>에서도 극적 긴장감을 유지해준다.
이처럼 엠블린 영화 혹은 1980년대 SF 어드벤처 영화에 대한 추억이 피어오르는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극장가에서는 그다지 큰 화제를 불러 모으지 못했다. 이 영화의 복고적 정서가 오늘날의 젊은 관객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30~40대 관객들에겐 어린 시절 느꼈을 ‘꿈의 공장’ 영화의 백미를 맛보며 추억에 빠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했을 것이다. 영화 속 세계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현실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이 <슈퍼 에이트> 같은 영화를 통해서 잠시나마 휴식과 활기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랍이다.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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