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가 되어 부모님들이 흔히 하는 말이 아이와 대화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너무 짧은 바지를 입고 다니는 아이에게 ‘하의실종’이라는 표현을 해야 하는 엄마가 잘못 말해 ‘하체실종’이란 표현을 썼더니 아이는 “헐…”하더니 두말도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도 않고 아무리 엄마가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조심스럽게 아이와의 문제를 꺼내는 학부모의 말을 듣다 보면 실제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쏟아냅니다.
“선생님, 아이가 자꾸 퉁명스럽게 대들어요”, “아이가 저랑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해요”, “아이가 자꾸 신경질만 내요. 사춘기라서 그런가요?”, “하라는 숙제는 안하고 친구들과 무리지어 돌아다녀서 걱정이 커요” 등 자녀와 대화가 잘 되지 않아 걱정하는 학부모가 의외로 많습니다. 어떻게 해야 아이와의 대화를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 합니다. 모든 문제는 대화가 되면 해결될 수 있을 텐데 일단 대화조차 거부해 문제 해결보다는 짜증이나 화부터 내게 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고 합니다.
Q 말을 잘 하려고 하지 않는 아이와 꼭 대화를 해야 하나요?
A 부모가 아이와 하는 대화는 두 사람 모두에게 역동적이고 계속적인 상호작용 패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로서 다른 사람과 일정하게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기 때문에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살았고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부모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아이가 점점 크면서 부모 마음에 흡족하지 못한 행동을 할 수도 있고, 또래들로부터 욕이나 은어 등을 배우고 사용해서 부모와 의사소통을 하기 힘든 말을 할 때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 문을 닫고 가급적 부모와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든지 툭하면 말대꾸를 하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 대들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부모는 속상하기도 하고 황당해서 참으로 난감해 하며 대화를 피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와의 대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데이비스(Davis, 1972)가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통해 생산적이 되고, 상호 관심을 통해 협력하게 되며, 서로 만족을 얻게 된다고 말한 것처럼 아이는 가장 쉽게,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생산적이고 협력적이며 자존감을 높여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아이와 바람직한 관계로 서로 믿고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며, 사랑을 가지고 상호작용을 한다면 아이와 부모 모두 생산적이고, 상호보완적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성장하고 발전하며 통합되고 사랑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부모와 아이 사이에 올바른 지식과 이해를 위해 필요한 기술이 바로 대화기법입니다. 물론 대화기법은 언어적(Verbal) · 비언어적(Non-Verbal) 의사소통 모두를 포함합니다. 말을 주고받는 대화활동이 없다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대화는 삶 속에서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따라서 아이와 가장 가까이에서 매일 접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부모의 대화기술은 아이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Q 아이와 깊은 대화를 하고 싶은데 깊은 대화란 무엇인가요?
A 대화에도 0단계에서부터 5단계까지 대화 수준이 있습니다. 0단계는 만나려고 하지도 않고 대화도 이루어지지 않는 거의 단절 수준입니다. 이렇게 심한 경우는 정신과 치료나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1단계는 형식적으로 또는 의례적으로 대화를 하기는 하지만 서로의 생각에 대한 공유가 없는 피상적인 대화 수준입니다. 2단계는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않고 남의 이야기, 즉 가십거리나 시사, 텔레비전 프로그램 이야기, 연예인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남 이야기를 하는 수준입니다. 3단계는 가치관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고, 4단계는 느낌이란 감정을 이야기 하는 수준입니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경험한 선행 사건들에 의한 삶의 경험 자체가 반영된 느낌을 갖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느낌을 알면 아이의 생활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가 느낌을 말한다면 아이는 자신의 생활을 공개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아이와 대화할 때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려면 이 수준의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엄마, 우리 선생님이 정말 싫어”라고 아이가 이야기 했을 때 부모의 반응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 “왜 그러니? 어쩐지 지난번 학부모 총회 때 보았을 때 선생님이 깍쟁이처럼 생겼더라”처럼 무조건 아이 말에 동조했을 경우에는 아이가 왜 선생님을 싫어하는지 잠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에 남는 것은 선생님에 대한 불신이 생겨 선생님의 지도가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기에는 힘들 것입니다. 결국 아이의 손해가 되는 것입니다. 아이가 선생님의 이야기를 신뢰하지 않고 반발을 한다면 어떤 가르침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둘째, “얘, 시끄러워. 네가 잘못했으니까 그렇지. 선생님 욕은…”이라고 응답했을 때 물론 아이의 잘못된 생각을 따끔하게 야단치는 듯한 상황은 되지만 실제로는 아이의 마음 속에 반발심만 키우게 될 수 있습니다. 아이는 마음속으로 ‘엄마는 알지도 못하고…’하고 입술을 삐죽이 내밀면서 말하려고 하는 것을 포기합니다. 하지만 다음에 본인이 생각하기에 속상하거나 억울한 상황이 있을 때 엄마에게 말하는 것을 잠시 주저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일단 아이의 생각을 들어봅니다. “왜? 뭐 속상한 일이 있었니?” 그러면 아이는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이때 부모는 잘 들어줍니다. “응” 혹은 “그랬구나”, “속상했겠네” 등의 반응을 해주면 아이는 자기 스스로 결정을 내릴 때도 있습니다. “다른 때는 선생님이 안 그러시는 데 왜 그런지 몰라” 라고 이야기하거나 혹은 선생님이 그럴 수 있겠다는 나름의 생각을 이야기 합니다. 이때 청자의 역할은 잘 들어주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5단계는 마지막 단계로 말 안 해도 아는 수준입니다. 부모들은 아이가 왜 삐쳤는지, 왜 뚱하고 있는지 말하지 않아도 눈치로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러한 수준이 마지막 단계입니다. 아이의 마음에 부모의 감정이 이입되고,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아이의 마음을 아는 이심전심의 단계입니다.
문을 쿵 닫고 들어가 버리면 그러한 비언어적인 행동을 보고 부모는 ‘오늘 친구들과 다투었거나 학교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구나’하고 짐작해 아이의 기분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Q 아이와 잘 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일단 대화를 방해하는 요소부터 생각합니다. ‘틀림없이 먼저 장난을 쳤을 거야’, ‘쟤는 꼭 남 핑계 대는 일은 잘하더라’, ‘집에서 새는 쪽박 나가서도 새지 뭐’ 등 부모로서 자녀에 대한 선입견, 편견, 고정관념, 과거경험, 잠재적 의도 등이 작용할 수 있는데 이것은 반드시 배제해야 합니다.
대화상의 문제를 최소화하고 아이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피드백을 효과적으로 하며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증진시키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등을 토닥거리거나 안아주고, 어깨나 손을 잡아주는 등의 태도는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말보다 훨씬 더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와 대화를 할 때 아이의 감정을 느끼고 적당하게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열심히 말을 듣습니다. 물론 아이를 신뢰하는 입장에서 대화를 해야 합니다. 피드백을 할 때는 ‘네가 잘못했는데 뭐’, ‘너는 왜 매번 그러니?’, ‘참으면 될 것을 성격이 급하니까 다툼이 생기는 거야’ 등 아이를 평가하기보다는 ‘화가 많이 났었구나’, ‘친구와 싸워서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구나’ 등과 같이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말하기보다는 특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훨씬 더 관심을 보이는 것입니다. 아이의 동기를 유추하지 말고 행동 그 자체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아이와 대화를 하며 아이의 눈에 시선을 둠으로써 부모가 진지한 흥미와 관심이 있음을 전달합니다. 물론 아이를 바라보고 몸을 약간 아이 쪽으로 기울이면서 대화를 하며 아이에게 관심을 나타냅니다. 손을 이용해서 적절하게 제스처를 쓰기도 하고 적당한 수준의 목소리 크기로 말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아이와 대화를 할 때 아이를 일방적으로 몰아 부치거나 강압해 부모로서의 권위를 강조하기보다는 Win-Win 대화를 통해서 아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읽고 아이의 느낌을 이해하는 부모가 현명합니다.
‘네가 문제라니까. 생각은 꼭 아기 같아서…’라고 아이가 문제라고 말하기보다는 아이가 부모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아이의 의견이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갖도록 노력합니다. 또한 ‘너는 왜 생각이 그렇게 꼬였니?’, ‘그것 밖에 생각이 없어?’ 등과 같이 아이의 의도를 불순하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의 의도를 부모 생각에 의해 추측하려고 하지 말고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쟤가 저러는 통에 미치겠다’, ‘너는 하는 일마다 말썽이니?’ ‘네가 그렇지 뭐 별수 있겠어?’, ‘속상해 죽겠네. 애가 왜 저렇게 지지리 못났지’ 등과 같이 아이를 비난하는 말은 가급적 하지 않도록 합니다. 물론 잘못을 따끔하게 야단쳐서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시키는 것도 교육이지만 아이의 잘못보다는 원인과 해결책에 집중해 미래를 준비하는 부모의 자세는 아이와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아이가 자심감을 갖고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Q 아이와 대화를 잘 하려면 학교 교육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학부모가 참고로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A 학부모와 함께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각 시 · 도별로 학부모지원센터(
http://www.allparents.go.kr)를 설치했습니다. 학부모교육 강좌 안내가 있어 필요한 강좌를 신청할 수도 있고 학부모회, 교육정책 모니터단, 학교운영위원회 활동 등 교육정보도 제공합니다.
서울학부모지원센터(서울특별시교육청 6층 미래인재교육과 내)에는 전문 학부모상담사 두 명이 있어서 자녀와 의사소통문제, 학교부적응문제, 이성교제문제 등에 대해서도 상담을 해줍니다. 상담방법은 전화상담, 개인 및 집단상담, 사이버상담 등으로 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가 자녀 이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용한 사이트가 다양하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래의 내용들은 아이와 대화를 잘하고 싶은 부모에게 권하고 싶은 종합적인 방법들입니다. 실천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이가 말하고 있는 내용을 정확히 듣는 것은 훌륭한 대화의 한 열쇠입니다. 대화를 잘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신뢰하고 열심히 들으며 아이가 말하는 것을 명료화함으로써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입니다.
- 부모가 아이와 대화를 할 때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을 갖습니다. 아이를 위하는 마음을 가지려면 부모 먼저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이해하며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야만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하지 않도록 습관화하고 노력합니다.
-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칭찬과 격려는 아이의 성공 경험을 증대시키고 협조를 불러옵니다. 아이의 자아개념 및 자아존중감 발달에 부모의 평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 아이와 이야기를 잘하려면 긍정적인 스트로크가 필요합니다. 스트로크(Stroke)란 칭찬이나 승인을 뜻하는 인정의 표현들을 모두 말합니다. 아이를 보면 늘 미소로서 화답하고 푸념이나 불평보다는 긍정적인 말하기 등이 모두 긍정적인 스트로크입니다.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커갑니다. 신체적인 성장과 더불어 정신적으로도 많이 성장합니다. 성장의 과정은 아프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며 부모에게 위안과 끊임없는 위로를 필요로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가장 편안하게 생각하는 부모에게 오는 말이 곱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랍니다.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아이를 이해하고 그들의 성장을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는 부모 밑에서 큰 아이는 심신이 바르고 건전한 사람으로,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