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에서 고교까지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 이하로 감축하겠다던 정부의 7.20 교육개선사업 약속시한이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그러나 과밀학급 문제는 아직도 여전하다.
지난달 3일 교육부가 민주당 최영희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학급당 51명 이상인 '초과밀학급'이 경기지역에 아직도 111개교나 있으며, 서울의 경우도 과밀학급(급당 36명 이상)이 43.4%, 비율이 제일 낮은 전남의 경우도 16.1%가 과밀학급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물론 과밀학급의 해소가 곧 교육의 변화나 발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육과정 운영이나 학생지도를 위한 최적의 학급규모는 25~30명이라는 것이 연구보고서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펴낸 '초·중·고등학교 적정규모 학급에 관한 연구'역시 마찬가지다. 학급규모와 교육과정, 생활지도 등의 관계를 설문조사를 통해 분석, 적정 학급규모를 추출한 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봤다.
* 학급규모 현황
우리나라에 근대적인 학교제도가 성립된 1895년을 기점으로 1910년까지의 학급규모 변화 상황을 보면 규정상으로는 '50인 이하' 또는 '약 60인'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25명에서 40명 사이를 오갔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100년 전의 실정보다 더 악화되어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2만5114 학급 중 85%인 2만1252 학급이 과밀학급이며, 중학교는 1만355 학급 중 88%인 9112 학급이, 고교는 1만35 학급중 30%인 2969 학급이 과밀학급으로 조사됐다.(2003 국정감사자료) 이러한 수치는 OECD 주요국가들과 비교하여 보아도 상당한 차이가 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3년 OECD 교육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학급당 학생 수(2001년 기준)는 초등 36.3명, 중등 37.7명으로 회원국 평균(초등 22.0명, 중등 24.0명)보다 훨씬 많았고 교원 1인당 학생수도 학교 급별로 5~15명이나 많기 때문이다.
*학급 규모 관련 분야별 설문조사
교육과정= 교사들은 현재 학급의 인원은 제7차 교육과정을 운영하기에는 너무 많다는 의견(초등 83.7%, 중학 80.8%, 인문고 59.9%, 실업고 59.5%)이 대부분이었고, 적정규모 학급 인원은 초중고 교사 모두 25명 미만을 원했다. 학교장은 초등의 경우 25명 미만을, 중고 교장들은 25에서 30명 미만을, 장학사들도 대부분 25에서 30명 미만을 선호했다. 교과에 따른 학급인원에 대해 교사들은 교과에 상관없이 25명 미만을 가장 많이 선호했으며 학생들도 교과목에 따라 인원을 다르게 편성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정 편성을 원하는 학생 의견 중에는 초중고생 모두 수학교과가 가장 많았으며, 인원은 10명 이하를 희망했다. 또 교사 대부분은 학생중심의 다양한 학습방법을 적용하기 위해 25명 미만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강의식 교수방법만 25-30명을 선호하였을 뿐, 토의식, 실습, 실기 등의 방법에서는 대부분이 25명 미만, 학급당 인원을 적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생활지도= 학생들은 현재 학급 인원이 담임 선생님과 개인적 문제를 상담하기에는 많다고 생각하고 있고, 교장들은 현재의 학급당 인원수로는 정서적 안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급당 인원이 감소되면 교사와 학부모, 교장 모두 대화 시간이 늘어 학생의 인격이나 개성을 파악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답했으며, 적정 인원수는 교장, 교사, 학부모 모두 25명 미만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또 학급당 인원이 감소하면 학생진로지도도 더 효과적이고 깊이 있어 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학급경영 및 교사 업무부담= 교사들은 다양한 평가 방법을 위해 적정규모의 학급 인원을 역시 25명 미만이라고 답했으며, 학급 당 인원을 감소하면 학생의 학습 도달에 관한 파악이 용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부분의 학부모도 학급당 인원이 감소하면 학생의 학습 도달도를 교사가 파악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학부모와 교사와의 의사교환 역시 용이할 것이라고 답했다.
시설 및 교육 재정 확보= 현실의 교육재정과 교육 시설을 고려할 때, 초중고 교장들은 적정규모의 학급당 인원수를 30~35명 미만이 적당하다고 답했으며, 장학사들은 25~30명 미만이 적당하다고 응답했다.
*적정 학급규모
선행연구와 의견 분석 및 이론적 주장 등을 종합, 중·단기적인 관점에서 적정 학급규모는 초등 저학년 20명 이하, 고학년 20~25명, 중학 20~25명, 인문계고 25~30명, 실업계고 20~25명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