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특구로 소문난 지역도 아니고 특목고도 아닌데, 반 아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을 서울권 대학에 진학시킬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하더군요.”
지난 2011년 12월, 김교훈 교사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SBS ‘생활의 달인’ 제작팀으로부터 출연 섭외 요청을 받은 것이다. 수능이 끝나고 진학지도로 한창 바쁜 시기에 걸려온 뜻밖의 전화에 김 교사는 망설였다.
“사실 공교육 교사로서 유명한 대학, 선호하는 학과에 학생들을 많이 진학시키는 것을 하나의 실적으로 여기는 데 대해 부담스러웠습니다. 학교교육의 본질과 목적은 전인교육이고, 저 역시 그동안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문계고 학생들의 최대 목표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인 만큼 전국의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출연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김 교사는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도 얼마든지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비슷한 처지의 다른 학생들에게 희망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교사들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 방송이 나간 직후부터 지금까지 그의 이름 석 자 앞에 붙는 ‘대학 진학지도의 달인’이라는 수식어는 그렇게 탄생했다.
학생들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김 교사는 25년간의 교직 생활 가운데 고3 담임을 19년이나 도맡았다. 대학입시에 대한 부담감으로 대부분의 교사들이 기피하는 자리임에도 그는 언제나 고3 담임을 자처했다. 학생들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일인 만큼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커다란 보람도 느끼고 있다. 밤낮없이 반 아이들의 진학지도에 매달려온 지난날을 돌이켜보고 재충전의 기회로 삼기 위해 올해는 담임을 맡지 않았지만 여전히 그는 분주하다. 진로·진학과 관련된 상담을 받으려는 학생들로 교무실 그의 자리는 늘 북적인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교사의 역할은 그들 곁에서 멘토가 되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소질, 잠재능력, 학업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학생들에 맞게 설정하고, 맞춤식 진로지도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평소 아이들과 허물없이 지내며 학생들의 성향이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교사는 진로상담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한 고민거리를 함께 나누고 있다. 교사가 학생들의 사소한 부분 하나까지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한 명 한 명에게 꼭 맞는 진학지도를 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사의 생각이다. 가령 한 분야에서 특별한 능력을 보이거나 리더십이 있는 학생에게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스펙을 잘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수학이나 과학, 외국어 실력이 특히 뛰어난 학생에게는 대학별 독자기준 특별전형을 추천하는 식이다. 또한 수상 이력은 없지만 언어와 수리과학 논술에 소질 있는 학생들은 논술고사 전형으로, 기본 원리 이해와 창의력이 뛰어나고 다른 과목에 비해 수리과목 성적이 높은 학생에게는 전공적성평가 전형에 응시하도록 지도한다.
반면 학생부 성적은 좋지만 수능 모의고사 성적이 상대적으로 잘 나오지 않는 학생들은 학생부 우수자 전형과 교과성적 우수자 전형을 추천한다.
김 교사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그가 담임을 맡은 학급은 해마다 높은 진학률을 보이고 있다. 2013년도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자유전공학과 2명,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1명, 고려대 화학과 1명, 단국대 치의예과 1명 등 재수생 3명을 제외하고는 31명 전원을 합격시키기도 했다.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한 것이 결국 대학입시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이 모든 것이 저를 믿고 따라와 주는 학생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잠재력 발휘하고 창의성 키워야 “그동안의 학교교육은 단편적인 지식의 암기 능력을 강조하고, 학습의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중시해 왔습니다. 이러한 획일적인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지금은 학생들의 재능과 소질을 키워주는 창의지성교육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자기주도적 학습을 바탕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지식을 통합해 합리적인 문제해결을 도출하는 식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체계의 변화는 대학입시에서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매년 수시로 바뀌는 입시제도 탓에 김 교사는 최신의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각 대학의 입시 자료집을 꼼꼼히 살펴보고 주요 대학의 입시설명회에도 빠짐없이 참석한다. 같은 전형방법이라도 학교별, 학과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보니 예전에 비해 챙겨야 할 정보는 훨씬 더 많아졌다.
그는 “지난 20여 년 동안 진학지도를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료를 찾아온 덕에 누적된 정보가 많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책이나 인터넷에서 얻은 자료보다 김 교사의 말을 더욱 신뢰할 정도다.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에 따라 수준별 평가 방식이 도입되고, 탐구영역 선택과목 수가 축소돼 학습자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는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또한 EBS와의 연계를 통해 공교육을 더욱 활성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