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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리더가 되려는 자, 글을 써라

책 속에서 만나는 가신님의 글쓰기

사람을 움직이는 지도자의 글쓰기 비법 

 

연설문을 직접 쓰는 대통령과 최순실이 고쳐준 원고를 대독하는 대통령의 차이는 도대체 얼마나 클까? 이 책을 집어든 출발점이었다. 부끄러움으로, 좌절과 허탈감을 이기고 싶어서 일부러 서점에 가서 고른 책이다. 『대통령의 말하기』를 먼저 읽었으나 가슴 한 구석이 채워지지 않았다.

 

이 책의 핵심은 김대중 대통령이 말한 "지도자는 자기의 생각을 조리 있게, 쉽고 간결하게 말하고 글로 쓸 줄 알아야 합니다." 라고 한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말했다. '말은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 말하는 사람과 말의 내용, 그리고 말을 하는 대상이다. 말의 목적은 마지막 것과 관련이 있다.'고 했으니 그 원칙에 충실하지 않은가!

 

저자는 말한다. "민주주의는 말이고 글이다. 말과 글을 통하지 않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합의를 이뤄낼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민주주의 시대 리더는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리더는 자기 글을 자기가 쓸 줄 알아야 한다. "고. -310쪽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도 같았다.  " 지금의 리더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정경유착의 시대도 막을 내렸고, 력기관도 국민의 품으로 돌아갔다. 대통령이 권력과 돈으로 통치하던 시대는 끝났다. 오직 가진 것이라고는 말과 글, 그리고 도덕적 권위뿐이다."

 

필자는 특히 마지막 단어가 가슴에 콕 박혔다. 도덕적 권위! 도덕적 권위가 없는 사람은 그 무엇을 한다 해도, 어떤 자리에 올라도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말과 글이 유려한들 도덕적 권위가 없다면 다 소용 없으니!

 

두 대통령의 리더관을 좀 더 소개하면


"리더는 글을 자기가 써야 한다. 자기의 생각을 써야 한다. 글은 역사에 남는다. 다른 사람이 쓴 연설문을 낭독하고, 미사여구를 모아 만든 연설문을 자기 것인 양 역사에 남기는 것은 잘못이다. 부족하더라도 자기가 써야 한다."-김대중 대통령


"연설문을 직접 쓰지 못하면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309쪽 노무현 대통령 

 

우리는 지금 기자의 질문조차 받지 못하는 대통령, 자신의 연설문조차 쓰지 못하는 대통령, 민간인이 수정한 연설문을 대독하는  부끄러운 대통령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화나는 수준을 넘어 체념 수준이다. 한숨이 끊이지 않을 만큼 부, 끄, 럽, 다!

 

글은 음식이다. 음식의 맛을 살리려면 신선한 재료의 풍미가 살아나도록 간결하게, 깔끔하게 담백하게 조리함에 있다. 첨가물을 최대한 쓰지 않아야 하듯 글도 미사여구를 자제할 때 글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책에는 두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 과정이 눈에 보이듯 펼쳐진다. 한 편의 연설문을 작성하기 위해 바치는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마치 그 분들이 살아계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세밀하다.

 

8년 동안 대통령의 말과 글을 다듬은 작가 강원국의 아슬아슬한 삶의 순간들이 절실하게 다가선다. 겉모습만 구경한 청와대의 내밀한 풍경들이 손에 잡힐 듯하다. 두 대통령의 국민들을 향한 애정과 열정, 땀과 피눈물이 작가의 손끝에서 다시 살아나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새삼스럽게 가신님이 그리워지는 이유가 더 선명해지는 책이다. 요즘 돌아가는 시국의 상황이 대비되는 탓이다. 우리는 그렇게 자랑스럽고 훌륭한 대통령을 모신 행복한 시절이 있었다. 결코 쉽게 사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기에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수 있는 삶의 모습, 지도자의 진솔한 모습들이 행간마다 넘친다.

 

슬픈 그대를 위로하는 큰 바위 얼굴

 

이 책은 글쓰기의 모범 답안과 같다. 말하기가 어디서 비롯되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안내한다. 말과 글이 같고 삶이 곧 글이며 한 사람의 여정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증거와 예시들이 즐비하다. 

 

이 책 한 권만으로도 글쓰기에 성공할 수 있으며 오래 사는 인생의 비법이 담겼다. 바라보고 살아도 좋은, 닮고 싶은 큰 바위 얼굴이 우리 곁에서 숨 쉬다 갔음을 보여주며 애잔한 그리움이 마지막 행에 이르기까지 따라다닌다.

 

이 책을 집어든 순간, 그대는 김대중, 노무현 두 분 대통령을 만나는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글은 그리움이다. 글은 그림이다. 글로 쓰인 책이지만 청와대 안뜰, 건물 내부에서 바쁘게 움직이며 시각을 다투며 살다간 위대한 영웅의 일상이 그림처럼 그려질 것이다.

 

그리워할 대상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건 과거형이건 상관이 없으니.

이 책을 만나는 그대는 그리움을,

인생을 살고자 다짐한 사람이리라.

가슴에 큰 바위 얼굴을 간직한 멋진 사람이리라.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

몇 번이고 읽어도 좋은 책 한 권을 알아보고

가슴에 품는 그대는 만나지 않아도

가슴이 따스한, 아름다운 사람이리라.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찬 서리가 내리기 전에

그대 가슴에 온기를 품게 하는 이 책이 전하는 밀어를 선물합니다.

그대여! 이 책을 읽고 슬프고 차가워진 가슴에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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