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수업공개 부탁, 관내 교사에 참관 홍보
매주 1~2개교서 수업 나눔…중‧고교도 참여 늘어
교육지원청에 출장 가거나 관내 큰 행사가 있지 않는 한, 교원들이 학교 현장에서 교육장을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러나 서울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교육장이 장학사와 주1회 이상 학교를 찾아 지원 장학이나 수업공개를 함께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부임한 이형범 교육장이 이토록 현장을 열심히 뛰는 이유는 ‘수업 개선’에 대한 의지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이 창의력과 융합적사고력인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죠. 핵심은 어떻게 가르칠 것이냐, 즉 수업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선생님들이 서로의 수업을 나누지 않으면 달라질 수 없다는 생각에서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이 교육장은 “거꾸로 교실, 하브루타 등 최신 교육트렌드가 많이 회자되고 있지만 실제 이를 활용하는 교사들은 한 학교에 1~2명 있을까 말까 할 정도”라며 “소수의 교사들만 향유할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하려면 좋은 수업을 공유하고 확산하려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관내 학교들의 자발적인 수업공개를 상설화 할 계획으로 참여 교사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먼저 수석교사 위주로 취지를 설명하고 수업공개를 부탁했고, 날짜와 장소가 잡히면 관내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해당 학교 교사뿐만 아니라 참관을 원하는 교사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폭을 넓혔다.
이 교육장은 매회 수업공개부터 평가회까지 함께 자리하며 교사들과 대화하는 한편 수업공개 문화 확산에 앞장서줄 것도 부탁했다. 매월 1명만 진행해도 좋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2학기에는 매주 1~2개교에서 70~80여 명의 교원들이 참관할 정도로 확대됐다. 수업을 공개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교원들도 점점 늘었다. 그는 “참여 교원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수업변화에 목마른 교원이 많다는 뜻”이라며 “내친김에 중‧고교로도 확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수업공개 교사 네트워크를 결성하기 위해 열린 원탁토론회와 세미나에는 100여 명의 중등교원이 참여하는 등 초‧중‧고교 모두 활발한 수업공개가 이뤄지게 됐다. 자발적인 수업공개와 참관 문화가 동작관악교육지원청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 교육장은 특히 학교에서 부담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하는데 신경을 썼다. 참여 학교에 간식비를 지원하고 교육장 방문여부에 대한 결정도 당일에 해 학교가 부담을 느껴 미리 이것 저것 준비하는 일이 없도록 한 것이다.
그는 “신규‧저경력 교사 위주의 의무적인 수업공개는 큰 도움이 안 된다”며 “적어도 20년 이상 경력 교사들이 먼저 나서서 노하우를 나누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수업참관을 자주 할수록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붙게 되므로 학교는 교사들이 부담 없이 참관을 신청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육장은 “그럼에도 아직 수업공개는 ‘남의 일’이라 생각하는 교사들이 많다”며 “올해는 기존 교사들을 바탕으로 네트워크를 조직해 참여 교사들을 늘리고 직접 연수 강사로 나서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임 시절 선배 교원들의 공개수업을 보면서 참 많이 배웠습니다. 그때부터 교사의 생명은 ‘공개’와 ‘참여’에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교사라면 누구나 수업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입니다. 혼자 해결하려하지 말고 함께 해야 한다는 것,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