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농산어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소규모학교를 부활시킬 해법으로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농촌유학’이 관련 제도 미비와 행·재정적 지원 부족 등으로 연 300명 미만에서 수년째 답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 등 일부 지역에서는 농촌유학을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했지만 일선에서 농촌 유학 업무를 담당하는 농촌유학센터에 대한 실질적 관리·지원이 미흡한데다, 교육보다는 귀농 유치에 초점을 두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촌유학전국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촌유학 인구는 전국 40여개 센터에 250명 안팎인 것으로 추산된다. 2014년 농림부 정책보고서 '농촌유학 운영·관리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연구'에서 농촌유학생 수를 2012년 293명, 2013년 329명, 2014년 267명으로 집계한 것과 비교하면 감소세다.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는 것은 민간에 의해 농촌유학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나도록 관련 제도가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2년 전북을 시작으로 2013년 제주·경북, 2014년 강원·전남 등이 농촌유학을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했지만 농촌유학시설이나 활동가 등에 관한 구체적 기준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지역마다 기준이 달라 매년 농촌유학 현황에 대해 행정조사를 실시하는 농림부조차 자신들이 집계한 통계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농림부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선정한 2017년 지원 대상 농촌유학센터는 전국 19개소로 총 211명이 이용하고 있다"면서 "기본 구성 요소를 갖추지 못한 곳을 제외한 모든 센터를 지원 대상에 포함시킨 만큼 실제 농촌유학생 규모와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기적 발전방안이나 충분한 지원책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지원 조례를 제정한 강원, 전북, 전남조차 도청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농림부가 추진하는 '농촌유학 지원사업' 예산 총 6억4000만원 중 절반을 부담하는 것 외에 도차원에서 마련한 별도의 지원책이나 관리 방안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선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교육정책을 책임져야 할 교육당국이 더 문제라는 평가가 많았다. 농촌유학센터 등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과 활동가에 대해서는 교육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데, 농림부와 지자체에서 시작한 사업이라는 이유로 방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농촌유학과 관련해 협의하려 해도 교육부에는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는 부서만 있고 활성화에 대해서는 논의할 대상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전북도청 관계자는 "농촌유학이 성공하려면 학생이 지역 공동체에 융화되는 것이 중요한데, 교육청은 학교 자체의 일 외에는 관심이 없는 지 농촌유학센터 운영 등에 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정책 미비의 또 다른 문제는 농촌유학에 대한 학부모와 농산어촌 주민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농촌유학이 사실상 일부 활동가와 지역공동체의 역량에만 의존하는 형국이다 보니 학부모 입장에서는 언론을 통해 소개된 특정 농촌유학센터 외에는 믿고 맡기기가 어렵다. 특히 농촌유학에 대한 긍정적 언론보도만 접했던 학부모들은 기대가 지나치게 높아져 상담 후 실망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새롭게 농촌유학센터를 시작하려는 농산어촌 지역 주민과 활동가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 센터 설립 후 유학생이 모집되지 않아 예산 낭비 논란이나 지역주민 간 갈등이 일기도 한다.
2014년 농림부 정책보고서를 작성한 하태욱 건신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농촌유학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법령을 정비해 농촌유학센터나 활동가에 대한 기준 등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농촌유학을 교육적 목표 없이 인구 유입 방안만으로 추진하는 건 농산어촌을 유지하기 위해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것과 다름없다"며 "특히, 교육부가 교육 프로그램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