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중심의 토론 수업이 갖는 의미
토론 수업은 교실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는 학습 문제에 대해 논증 능력을 바탕으로 소통하는 수업이다. 토론 수업을 설계하고 실행하려면 토론할 수 있는 매력적인 학습 문제, 논증 능력에 대한 피드백,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적절한 장치를 만들면 좋다. 토론은 참여하는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친구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생각이 다각적으로 넓어지며, 자신의 주장에 논박하는 의견을 접하며, 토론 주제가 품고 있는 문제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 수업에서 교사는 일반적으로 토론 주제 즉, 논제를 제시할 때에는 학습자들이 토론 논제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의 관점에서 보려는 동기를 부여하도록 유도한다. 그런 뒤 자신의 입장이 왜 타당한지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토론 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은 물론이고 교사 역시 토론 담화를 경청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무엇보다 토론은 ‘글’이 아닌 ‘말’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녹음하여 다시 듣지 않는 이상 ‘말’은 집중하여 듣지 않으면 사라지기 때문에 교사가 학생들의 토론 결과를 세밀히 피드백하기도 어렵다.
‘말’이 아닌 ‘글’로 토론해보자
토론을 ‘말’이 아닌 ‘글’로 하게 되면 좀 더 소통하기 쉬운 구조를 가질 수 있다. 텍스트 속에 자신의 주장이 계속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사는 학생이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 그 생각이 얼마나 타당한지 볼 수 있는 여백이 생길 수 있다. 물론 ‘말’로 토론하지 않기 때문에 긴박감을 느낄 수 있는 토론 경험은 부족할 수 있지만, 학생 간 상호 논증하는 소통은 ‘글’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오히려 글이기 때문에 글쓰기를 기반으로 하는 토론 수업은 학습자들이 천천히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그런데 학습자들은 생각보다 글쓰기 역량이 부족하다. 자기 생각을 쉽고 간결하고 분명하게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일이 서툴다. 심지어 문단과 문장의 개념이 잘 잡혀 있지 않아, 어디서 문단을 끊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학습자들이 많다. 그만큼 우리 교육에서 글쓰기는 교사나 학생에게 평범한 일이 아님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두 문단의 글을 쓰는 경험, 더 나아가서 글로 타인과 소통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일은 자기 생각을 더욱 정교하게 하며 타인의 의견을 맥락적으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