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웬만해선 프다고 말하지 않았던 아내였건만, 지난달 정기 건강 검진을 한 결과 담낭에 이상 징후가 있다는 판독이 나왔다. 그럼에도 아내는 자신의 병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질병은 생활하는 데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통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아내는 오히려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의사는 간단한 수술이라며 염려하지 말 것을 주문했으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그 말이 그다지 위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아내를 향해 파이팅을 외쳤으나 심히 염려스러웠다.
아내가 수술실로 들어간 지 30분이 지났다.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는 의사의 말에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심 수술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수술실 앞에서 수술실 문이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아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수술실 문 쪽에서 작은 인기척이 들렸다. 혹시 아내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수술실 쪽으로 다급하게 달려갔다. 다른 환자였다. 그러기를 여러 번.
잠시 뒤, 아내의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수술실에서 나왔다. 환자 가족이라면, 수술을 마치고 나온 의사로부터 제일 먼저 듣고 싶은 말이 "수술이 잘 되었습니다"가 아닐까 싶다.
의사는 보호자인 내가 물어보기도 전에 수술 결과가 좋다며 수술 중에 떼어낸 담석과 담낭(쓸개)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아내 뱃속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남편이 무얼 했느냐고 호통을 쳤다.
아내의 뱃속에서 제거한 담석과 담낭 사진이 너무 적나라해 믿기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이렇게도 큰 담석이 담낭을 싸고 있었음에도 아내는 내 면전에서 아픈 내색 한 번 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마침내 마취에서 깨어난 아내가 수술실에서 나왔다. 아내는 고통스러운 듯 온갖 인상을 썼다. 고통스러워하는 아내의 얼굴을 보는 내내 내 마음 또한 편치 않았다. 그간 아내에게 그 무엇 하나 잘 해 준 것이 없는 남편이었다.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아내의 두 눈에 맺힌 눈물을 보는 순간 마음이 착잡했다.
사실 그간 아내는 조금이나마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무슨 일이든 닥치는 대로 했다. 그래서일까? 아내는 건강검진을 할 때가 되면 자기 몸은 자신이 잘 안다며 미루기 일쑤였다. 자신의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아내를 보면서 무쇠 같은 여자라고 놀린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그 아내가 병이 난 것이다. 지금까지 두 아이를 낳기 위해 병원에 입원한 적밖에 없는 아내가 이번에 수술을 하게 된 것이었다.
수술을 마치고 병상에 누워 있는 아내의 모습은 천생(天生) 연약하고 가냘픈 한 여인 그 자체였다. 그 순간,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몸이 썩어가는 줄도 모르고 억척같이 일해 온 아내를 통해 새삼 가족의 소중함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