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어른을 위한 성장소설입니다. 우리는 과연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련과 방황을 계속하면서도 자기만의 ‘보물’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는지요.”
우광훈 대구들안길초 교사가 최근 자전적인 소설 ‘나의 슈퍼히어로 뽑기맨’으로 제7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이 소설은 허리를 다쳐 실직한 뒤 뽑기왕을 꿈꾸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웃픈’ 뽑기 역정을 함께하는 중학생 딸의 이야기다. 가족문제와 노인과 같은 타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뽑기 기계, 힙합, 일본만화 ‘원피스’와 같은 대중문화를 유쾌하게 그렸다.
우 교사는 실제 2013년 신경뿌리 손상이라는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학교를 휴직했다. 30분 이상 앉아 있을 수 없었고, 하루 종일 집에서 맨몸운동을 하며 따분한 나날을 보내던 중 우연히 인형뽑기 기계에서 딸과 함께 ‘원피스’ 피겨를 뽑게 된다. 그렇게 우 교사는 인형뽑기에 빠져들었고 그 안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그는 기계의 특성을 연구하고 ‘원정’을 다니며 뽑고 또 뽑으며 열광했다.
그는 “무언가에 중독되는 것은 그 사람이 ‘아프다’는 방증”이라며 “육체가 고통스러우니 정신적으로도 위축되고 괴로웠는데, 뽑기에 몰두하면 그 순간만큼은 나의 아픔, 슬픔, 절망, 좌절을 잊게 됐다”고 밝혔다. 뽑기가 그에게는 위로가 됐으며 순간의 재미가 켜켜이 쌓이면 행복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뽑기는 상처를 치유하는 하나의 도구였을 뿐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뽑기왕’을 꿈꿨던 소설 속 주인공도 자신이 현명한 길로 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이제 방황을 끝내고 자기만의 원피스(보물)를 찾을 때가 됐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없어요. 아마도 주인공은 앞으로도 계속 실수하고 고통을 잊기 위해 다른 것에 몰두하게 될 겁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게 나의 원피스일까 반문하고 또 나아가는 것이 바로 인생이 아닐까요.”
우 교사는 소설을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도 이야기한다. 아빠를 이해하고 옆에서 알뜰살뜰 챙기는 딸과 달리 소설 속 엄마는 아빠의 고통을 무덤덤하게 대한다. 그는 “사람마다 사랑법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엄마는 아빠가 스스로 아픔을 딛고 당당하게 일어설 때까지 거리를 두고 지켜봐 주는 것으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유쾌한 바나나 씨의 하루’로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 등단한 우 교사는 1999년 ‘플리머스에서의 즐거운 건맨 생활’로 제23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지만 2008년 이후 절필을 생각했다. 독자와 소통이 안 된다는 느낌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뽑기를 만난 후 다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복직 후 틈틈이 쓰기 시작해 1년 만에 소설이 나왔다”고 밝혔다.
최근 뽑기 열풍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자신이 빠져들었던 것처럼 학생들이 뽑기에 열광하는 것이 이해되면서도 솔직히 아이들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방법을 모르면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취미죠. 하지만 제가 아플 때 뽑기의 짜릿함에 중독됐던 것처럼 학생들도 학업스트레스를 마땅히 풀 곳이 없기 때문에 뽑기나 동전노래방을 찾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건전한 문화를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