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때문에 우리 학교 수업 결손이 생긴다는 건 생각조차 하지 마세요. 그건 정식교사인 우리가 알아서 메울 겁니다. 여기서 충분히 실습하고 잘 익혀서 좋은 교사가 될 준비만 하십시오."
김성호(55) 충남 부여정보고(교장 장주경) 연구부장은 지난 8일 첫 출근한 교육실습생(교생) 8명에게 이 같이 덕담을 전하며 다독였다.
공주대 사범대 상업정보교육학과 7명, 동 교육대학원 상업정보교육학 전공 1명으로 구성된 실습생들은 곧이어 4주 간 그들만이 머물 수 있는 실습실을 제공받았다. 동창회 사무실 겸 학교운영위원회 사무실로 쓰이는 곳이지만 교생이 안정적으로 머무르며 실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흔쾌히 내줬다. 이후 교생에게 잡무 한번 주지 않고 오로지 실습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장주경(59) 교장도 이들에게 "우리 학교로 실습 나온 것을 열렬히 환영하고 아낌없이 실습환경을 제공하겠다"며 "건의할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교장실로 찾아와 말해달라"고 환대했다. 이후에도 장 교장은 교생들을 자주 찾으며 틈틈이 상담을 나누고 교직 정립에 도움이 될 부분들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타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교생들과 자주 회식자리를 가지며 용기를 주는가 하면, 시간 나는 대로 자신의 교수비법 및 자료 전수에 공을 들인다.
이처럼 학교가 교생 실습에 남다른 애정을 쏟는 이유는 ‘우리가 안 하면 남도 안 한다’는 공동체의식 때문이다. 저마다 교생을 거쳐 온 기억들을 되살려보면 좋은 추억보다 아쉬움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 현직교사와 식사자리 한번 못해보고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악순환을 깨고 예비교사와 선배가 서로 돕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픈 생각에 마음을 열었다.
장 교장은 "교사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실습임에도 요즘 들어 실습자리 얻기가 힘든 게 현실"이라면서 "우리라도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실습생들을 도와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학교 측의 배려는 실습생들에게도 큰 힘이 된다.
이재홍 군은 "실습 나오기 전 걱정이 많았는데 첫날부터 우리를 동료로 인정해주는 말 한마디에 감동을 느꼈고, 선배들처럼 좋은 교사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빙긋 웃었다.
신재인 군은 "다른 학교는 일부러 학생에게 교생과 ‘거리를 두라’고 지시한다는데 여기는 학생들이 먼저 반겨주니 서로 친구처럼 대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돼 한결 편하다"고 말했다.
부여정보고의 노력에 공주대도 화답, 이 학교에 거의 매년 학생을 보내면서 1명당 약 10만원의 금액도 지원하고 있다.
경기 천천중(교장 송혜련)은 박경아(52) 수석교사를 주축으로 교생에게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실습 및 컨설팅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박 수석교사를 비롯해 담당 교사들은 교생에게 지난 1일부터 오는 26일까지 매일 7교시까지 누구에게 무엇을 배울지 철저하게 수업 시간표를 마련, 수업의 A부터 Z까지 상세하게 전수해주고 있다.
실제 취재진이 학교를 찾은 16일 실습생들은 교육 현장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2교시 박 수석과의 ‘교수학습방법’ 시간, 실습생들은 전날 참관한 수업을 토대로 자신이 작성한 수업지도안을 내놓는가 하면 수업에 대한 피드백도 내놨다. 저마다 날카로운 시선을 뽐내며 박 수석에게 세세한 부분들을 보고했다. 그러자 박 수석은 피드백을 어떻게 자신의 수업에 적용할 수 있을지 방법들을 제시한 뒤, 이를 수업 나눔에 사용함에 있어 상대 교사를 배려해야 할 부분도 알려줬다.
어찌 보면 타 학교 실습생보다 할 일은 많지만 현직 교사도 연수하기 힘든 ‘고급스킬’을 배우는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배소영(이화여대 교육대학원 영어전공) 양 역시 "요즘 강조되는 협력, 모둠학습을 눈앞에서 목격한다는 게 정말 좋다"며 "수업을 다각도로 볼 수 있도록 안목을 키울 수 있다"고 고마워했다.
송승미(경희대 교육대학원 음악전공) 양은 "어떤 곳은 잡무를 준다는데 여기는 하나도 안 시킨다"면서 "학생 배움중심에 대해 확실히 중점을 두고 알려주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 측도 수석교사의 역할에 따라 개선된 부분에 만족하고 있다. 교생 담당인 이승연 연구부장은 "이전 교생실습이 다소 형식적으로 진행됐다면 수석교사 법제화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며 "특히 지난해 교생들의 반응이 뜨거워 다들 ‘행복한 시간이었다’, ‘대학으로 돌아간 뒤 다른 학생과 달리 자신들은 할 이야기가 많았다’ 등 소감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실습생들이 임용 후 곧바로 수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수석교사들은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공유하면서 실습생들 지도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